Focus
차세대 전지 상용화에 한걸음
2019-02-13 연구/산학
김두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 소듐 이온 전지용 양극 소재 안정화 기술 개발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 게재
계산과학 이용한 멀티스케일 소재 설계, 상용화 앞당겨
리튬 이온 전지는 현재 스마트폰, 노트북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리튬(Li)의 매장량. ‘하얀 석유’로 불릴 만큼 희소성이 높은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전지 연구가 활발하다. 그중 하나가 소듐 이온 전지다. 소듐(Na)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 여섯 번째로 풍부하며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김두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듐 이온 전지용 양극 소재 안정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계산과학인 제1원리 계산을 이용한 멀티스케일 소재 설계를 통해 망간(Mn)계 소듐 이온 전지 양극 산화물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간 극심한 수명특성 저하와 낮은 에너지 밀도로 난항을 겪던 소듐 이온 전지 상용화에 한발 다가선 연구결과다.
소듐 이온 전지는 신재생에너지 시대 필수 장비로 꼽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및 전기자동차가 요구하는 높은 출력,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단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이번 연구가 산업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7일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계산과학‘으로 시행착오 줄여, 시간 및 비용 절감
그간 소듐 이온 전지의 낮은 에너지 밀도와 극심한 수명특성 저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경험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재료를 설계해왔다. 이는 시행착오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계산과학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해 원자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료를 설계한다.
김두호 교수 연구팀은 망간(Mn)계 산화물의 소듐 이온 자리에 아연(Zn)을 치환함으로써 얀-텔러 디스토션, 페이즈 세퍼레이션(Jahn-Teller distortion, Phase separation) 등 뒤틀리거나 분리되면서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 억제됨을 예측했다.
이를 강용묵 동국대학교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자현미경, 방사광 X-ray분석 등으로 증명했으며, 해당 소재의 수명 특성을 포함한 제반 전기화학 특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재료를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김 교수는 “배터리 소재 설계 접근은 경험적 지식을 토대로 성능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근래에는 기술적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론이 기반인 작동 메커니즘 연구가 결여되면, 시행착오로 발생되는 소요 시간이 상당하고,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진다”라며 “따라서 다중 스케일·물리 관점의 데이터가 기반인 계산과학을 이용한 합리적 재료 설계 기술의 필요성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기계공학, 멀티스케일 관점 확보해야
2018학년도 2학기 신임교원으로 초빙된 김두호 교수는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모교로 돌아온 김 교수는 ‘후배’인 학생들에게 알려줄 것이 많다.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다. 이전까지는 재료공학이나 화학공학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됐는데, 산업계에서는 기계공학도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현재 기계공학은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고 미시적 단위까지 다루기에, 기계공학도는 다중 스케일·물리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계공학적인 마인드를 후배들에게 전달해줘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싶다”고 교수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연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는 연구 분야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해야 하고, 흔들리지 않는 주관이 있어야 한다”라며 “연구도 트렌드가 있는데, 트렌드만 따라가다 보면 기초연구가 무너져 계속 발전할 수가 없다. 자신의 분야가 조명 받지 않더라도 주관을 갖고 밀고 나가는 집념을 잃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포타슘 전지 등 차세대 전지 소재 연구할 것
연구는 ‘협업’에 의해서 완성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지도교수님과 공동연구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혼자서는 이번 연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석·박사 과정 중에도 함께 논의하고 응원해주는 동료가 있었기에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고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계공학과뿐 아니라 타 학과와의 공동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김 교수는 “소듐 이온 전지, 더 나아가 포타슘(칼륨) 전지 연구가 최근 시작되고 있다. 차세대 전지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기존의 작동 메커니즘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의 기반을 다지는 연구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로 해외우수신진연구자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동국대 장카이 박사가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신진연구자 지원 사업, 중견 연구 사업, 리더 연구 사업(창의연구) 등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 조맹효 교수, 포항공대 최시영 교수, 동국대 강용묵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됐다.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진학해 박사학위(2018)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에서 연수연구원과 삼성 SDI 소재 시뮬레이션 그룹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기계공학의 재료역학과 재료·화학공학이 융합된 다중 물리 멀티스케일 전산 시뮬레이션을 수행, 이를 이용한 역학적 관점의 에너지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양자역학을 이용한 리튬 이온 전지 구조 분석 연구로 대한기계학회 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석·박사학위 과정 중 총 12편의 SCI 논문을 게재하고, 그중 3편은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고에너지 밀도 소듐 이온 양극 재료인 ‘Na(Li1/3Mn2/3)02’를 개발, 연구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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