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얼음 없는 북극, 미래가 사라진다”
2019-01-10 교육
기후변화 연구 권위자 피터 와담스 교수의 역저 <빙하여 잘 있거라> 번역 출간
북극해 얼음 붕괴 주목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 경고
지난여름 우리나라는 폭염에 시달렸다. 서울의 기온이 39.6℃까지 치솟았고 온열 질환으로 40여 명이 사망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후변화의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 연구 권위자 피터 와담스 교수는 북극해 얼음의 붕괴를 주목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경고한다. 와담스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기후변화는 전체 온난화 효과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이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나머지 절반의 도래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와담스 교수는 극지 기후변화 현장 연구 보고서 <A Farewell to Ice>(옥스퍼드대학출판사)를 통해 심각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해있는 지구의 상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고자 와담스 교수의 저서를 번역해 <빙하여 잘 있거라>(이준호 옮김)를 펴냈다.
사라진 얼음
달 탐사선 아폴로 8호는 ‘지구돋이’라는 유명한 사진을 남겼다. 생명의 빛을 머금고 달 위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지구. 이 한 장의 사진은 우리 행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아폴로 8호가 지구의 모습을 촬영한 것은 1968년. 당시 행성의 꼭대기는 하얀색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북반구 여름에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꼭대기가 푸른색이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800만 ㎢에 달했던 북극해 여름 얼음은 현재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넓이뿐만 아니라 두께도 감소했다. 1970년대에 비해 40% 이상 얇아졌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여름 얼음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북극해 얼음의 소멸은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 기온과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얼음이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주범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자연적 수준은 280ppm인데 현재 수준은 409ppm이다.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으로 120ppm 정도가 대기에 추가된 셈이다. 추가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더 많은 지구복사가 흡수되면서 행성의 온도는 상승한다.
해빙의 붕괴와 폭주하는 온난화
이 같은 인위적 온난화에서 초래된 북극 해빙의 후퇴는 기후변화의 단순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해빙의 융해는 기후변화의 중대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변모한 것이다.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드러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잇따른다. 개수면의 생성으로 태양복사 반사율인 알베도가 떨어진다. 바다 위 따뜻해진 기단이 해안으로 이동, 육지의 눈을 녹여 알베도를 감소시킨다. 기온 상승으로 온실가스인 수증기의 함량이 증가한다. 육지의 온난한 해설 유출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산성화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감소한다. 이 모든 현상으로 온난화는 증가하고 해빙의 붕괴가 심화된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행성의 가열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북극 해빙 후퇴의 여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얼음의 감소로 온난해진 공기가 그린란드 빙상을 녹여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 해빙 감소는 중위도지방에 기상이변을 일으켜 농업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바다의 열염 순환을 방해해 기상이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메탄 배출이다. 얼음이 사라져 따뜻해진 바닷물은 북극 연안의 영구동토를 녹여 메탄을 배출시킬 수 있다. 메탄의 분자당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3배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배출한 이산화탄소, 그에 따른 지구 온도의 상승과 북극의 가속화 작용. 폭주하는 지구온난화의 종착점은 암담하다. 획기적 대책이 없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 20~30년 후에 찾아온다. 그리고 2100년에는 극심한 온난화로 견디기 힘든 삶이 이어지며 그 끝은 뜨겁고 건조한 죽음의 세계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길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인류 문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해결책은 탄소 배출 감축이다. 하지만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온난화를 막을 순 없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수준만으로도 치명적인 온난화가 미래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소 배출이 구조화된 사회에서 감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수단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밖에 없다.
규산염 암석, 바이오차, 조림, 바이오 에너지 등 간접적 제거 방식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유일한 길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직접 공기 포집’이다. 한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후 다른 쪽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장치는 비용을 더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보다 저렴한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지구 공학으로 ‘임시 처방’을 해야 한다. 지구 공학은 물방울이나 에어로졸을 대기에 주입해 태양복사를 반사함으로써 온난화의 속도를 줄인다.
새로운 기술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면 인류 문명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얼음은 물론 우리의 생명과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피터 와담스 교수는 현장 연구 경험이 풍부한 해빙 연구가다. 아이스 캠프, 쇄빙선, 항공기, 잠수함을 이용해 50회가 넘는 극지방 탐사를 진행했다. 1970년 캐나다 허드슨 호 탐사에 참여하면서 해양조사 활동을 시작했고 그 후 40여 년 동안 극지의 해양, 해빙, 기후변화를 연구했다. 1990년에는 북극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최초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가 극지의 해양, 해빙, 빙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기후변화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1987~1992년 케임브리지대학 스콧 극지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1992~201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해양물리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과 핀란드 아카데미 회원을 맡고 있다. 에든버러 왕립학회 W. S. 브루스 상(1977), 영국 극지 메달(1987), 이탈가스 환경과학상(1990)을 수상했다.
글 신승윤 ballpin@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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