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누구나 바이오기기를 만들 수 있다”
2019-01-14 연구/산학
최성용 교수 연구팀, 오픈소스 기반 원천기술 ‘광유체 미니블록’ 개발
융합과학 분야 세계적 저널 <스몰>에 뒷표지 논문 발표
3D 프린터로 새로운 기기 고안할 수도 있어 과학 발전에 큰 기여
혈액 검사 장비, 세포이동성 검사 장비와 같은 바이오기기를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DIY바이오(Do it yourself BIO)’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최성용 생체의공학과 교수 연구팀 덕분이다.
최성용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오픈소스 기반의 프로토타이핑 원천기술인 ‘광유체(Optofluidic) 블록’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2월 27일 융합과학 분야 세계적 저널인 <스몰(small)>에 뒷표지 논문으로 실렸다(논문명: Modular Microfluidics: Optofluidic Modular Blocks for On-Demand and Open-Source Prototyping of Microfluidic Systems).
‘DIY바이오’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는 동시에 복잡한 의학·생물학적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6개 그룹이 활동하고 있으며, 약 53개 공유 실험실에서 교육 및 공동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가의 바이오 장비를 대체하기 위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DNA 실험에 사용되는 PCR 장비(OpenPCR, Bento Lab), 방사선 에너지 스펙트럼을 측정할 수 있는 스펙트로미터(Myspectral) 등이 개발돼 DIY바이오 개발자에게 보다 나은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접근성 높아질 것”
이들 장비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과 동일하게 완성품 형태로 개발되면서 새로운 바이오 장비 개발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성용 교수 연구팀의 광유체 블록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광유체 블록은 바이오기기를 구성하는 센서, 광원, 렌즈, 필터, 미세유체소자, 펌프 등이 자기조립이 가능한 모듈 형태로 구성돼 있다. 누구나 쉽게 블록을 조립하며 원하는 바이오기기를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미경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블록으로 쪼개 다른 기기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도 집에서 ‘레고 놀이’하듯 현미경을 만들어 과학실험을 할 수 있고, 바이오해커들도 블록을 갖고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만들 수 있다. 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최성용 교수는 “다양한 사용자들에 의해 기존 실험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바이오장비가 개발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실험실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연구 또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광유체 블록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혈액검사장비, 미세액적생성 및 검출장비, 세포이동성검사 장비 등 다양한 바이오기기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향후 다양한 사용자들에 의해 새로운 블록이 개발되고, 이를 블록 라이브러리에 추가 및 공유하면 프로토타이핑 플랫폼의 확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 교수는 “과학 발전을 위한 저변을 넓히는 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활용, 누구나 블록 제작 가능
광유체 블록은 3D 프린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3D 프린터를 활용해 누구나 블록을 만들어 그 안에 렌즈, 센서, 광원 등 여러 요소를 조합, 스스로 바이오기기를 고안해낼 수 있다. 최성용 교수는 “이전에는 블록을 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기 어려웠는데, 3D 프린팅이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연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교육용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현미경에 대해 공부할 때 블록을 조립하며 현미경의 구성 원리를 익히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논문 심사 때도 보편적으로 쉽게 쓸 수 있고, 교육적인 툴로서 활용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향후 PCR등 조금 더 전문적인 장비를 만드는 데 응용할 계획이다.
연구의 원동력에 대해 묻자 최성용 교수는 “논문을 발표하는 저널도 사실 일반적인 잡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재밌는 아이디어를 구현해 잡지에 실리고 사람들이 그걸 좋아해주는 데서 연구의 원동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누군가 이를 실제 활용한다고 하면 더 큰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1저자로 참여한 이유진(생체의공학과 석사 2기) 학생은 “3D 프린팅을 처음 해봤는데, 초반에는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지만, 여러 번 거듭할수록 실수를 줄여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부연구생을 거쳐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진 학생은 “배울수록 재미를 느낀다”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좋은 논문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재단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전자정보대학 생체의공학과 조교수. 생화학, 바이오메카트로닉스, 생체유체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나노바이오공학, 미세유체역학이다. 차세대 생명공학기기·의료기기 개발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개념의 cell migration assay, stem cell culture method, immune cell sorter, fluorescence-activated cell sorter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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