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영양역학 연구로 암 예방
2018-11-21 연구/산학
올해의 신진 연구자 선정 인터뷰(2) 생활과학대학 제유진 교수
역학연구 메타분석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
암 경험자 위한 식생활 관리 가이드의 과학적 근거 생산할 것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9월 노벨 과학상 연구자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수상 업적과 관련한 핵심 연구를 시작해 결과를 내기까지 평균 17.1년이 걸렸다는 결과였다. 연구대상은 최근 10년간(2008년~2017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 78명이었다. 노벨 과학상 수상을 위해서는 핵심 연구를 30대 중반에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11월 12일 한국연구재단과 세계 최대의 학술 전문 출판기관 엘스비어가 공동으로 ‘올해의 신진 연구자(Young Researcher Award 2018)’를 발표했다. 만 39세 이하의 한국 국적 연구자를 미리 선정해 그들이 세계적 연구자가 되도록 돕는 상이다. 올해는 자연과학 및 공학, 생명과학, 인문사회에서 총 10명을 선정했다. 경희대학교에서는 공과대학 정재웅 교수와 생활과학대학 제유진 교수가 선정됐다. (‘세계가 주목한 연구자’ 11월 14일 포커스 기사 참조)
이에 정재웅, 제유진 교수의 소감과 성과를 올린 배경, 향후 연구 계획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제유진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커피 섭취가 대장암, 자궁내막암에 미치는 영향 밝혀
Q. ‘올해의 신진 연구자’ 선정을 축하드린다.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인정받았는데, 소감이 듣고 싶다.
생명과학분야 올해의 신진 연구자로 선정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2012년 9월 경희대학교에 임용된 후, 계속해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생활과학대학 학장님, 식품영양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영양역학연구실 대학원생들의 도움이 컸다. 이번 선정으로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영양역학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
Q. 영양역학 연구에 매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연구인가?
여러 인구집단에서 식품 및 영양소 섭취상태를 파악하고, 질병 위험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다. 특히 역학 연구의 메타분석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시험의 메타분석을 통해 항암제의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이 연구로 <The Lancet Oncology>, <JAMA>,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등 우수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고, 높은 피인용 수도 기록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코호트 연구의 메타분석을 통해 정기적인 커피 섭취가 대장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뿐 아니라 총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유방암 환자들에게 높은 비타민 D 상태가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메타분석을 통해 대사증후군 및 우울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식이요인 연구를 수행했다. 대사증후군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대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재미’있어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다”
Q. 영양역학 연구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만성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 많다.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음식이 큰 역할을 한다. 영양역학 연구는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생산해내며 보다 효과적인 영양 중재 활동을 위한 실증적 기초자료를 제시한다. 이를 근거로 영양을 관리해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의의가 있다.
우리는 보통 미디어를 통해 영양역학 연구를 쉽게 접한다.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 등의 기사가 그것이다. 반대로 “하루 2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기사도 있다. 연구 디자인에 따라 연구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미디어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확대해서 헤드라인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대중들이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식품영양학과에서는 ‘식품영양과 미디어’라는 강의를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적어도 식품영양 전공자라면 그런 기사를 접했을 때 연구 디자인이 믿을 만한지, 코호트 연구인지 단면 연구인지, 임상시험을 거친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올바르게 해석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보다 올바르게 영양역학 연구를 받아들이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Q.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학위를 받기 위해, 실적을 쌓기 위해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미’를 놓치면 연구를 꾸준히 해나가기 어렵다. 연구는 당연히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 길에서 즐거움을 1%라도 찾을 때 연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연구를 하며 보람을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도하고 있는 학생이 어느 순간 진짜 연구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스스로를 믿고 끈질기게 매달려라”
Q.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김영교 박사는 교수님 덕분에 걱정 없이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도 학생과의 얘기를 더 듣고 싶다. 연구자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2012년 9월에 교수로 임용되고, 2013년에 대학원 첫 제자가 생겼다. 김영교 박사다.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들어와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연구교수로 있다. 제자라기보다 동료로 함께 연구했다. 교비로 인건비를 줄 수 있어서 지원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연구를 과제처럼 수행하다가 먼저 다른 주제를 갖고 오며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
평소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해 매일 논문을 읽고 연구 경향을 파악하는데, 제자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포기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고 응원하며 끈질기게 매달리다 보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중요하다.
Q. 향후 계획은?과거에는 암을 진단 받으면 사망을 염두에 둘 만큼 위급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 암은 고혈압, 당뇨와 같이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질병이 됐다. 암의 항진 효과나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일만한 다양한 식이요인에 관한 역학연구의 종합적 분석을 통해 식이요인 노출 수준에 따른 생존율 향상 정도를 연구할 계획이다. 암 경험자들을 위한 식생활 관리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생산해 내고 싶다.
서울캠퍼스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2002년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 후,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영양학과에서 석사학위(2007)를, 하버드대학교 영양학과에서 박사학위(2012)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영양학과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내고, 2012년 경희대학교에 임용됐다. 역학연구의 메타분석을 통한 암 예방 및 관리 방안 연구 관련 50편의 국제학술논문을 발표했다. 그 중 인용기준 상위 1% 논문은 7편이다. 현재까지 총 피인용수는 1,916회에 달한다. 주요 논문으로 <Association between physical activity and mortality in colorectal cancer: A meta- 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Vitamin D intake, blood 25(OH)D levels, and breast cancer risk or mortality: a meta-analysis>, <Coffee consumption and risk of endometrial cancer: Findings from a large up-to-date meta-analysis> 등이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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