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온생명’으로 살아야 한다”

2018-11-28 교육

제44회 중앙도서관 독서토론회가 지난 11월 21일(수)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장회익 에미넌트 스칼라(ES)가 ‘온전한 앎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장회익 에미넌트 스칼라(ES) 교수, 제44회 중앙도서관 독서토론회 강연
‘온전한 앎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생명 이론 설명
“인간이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가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

지난 11월 21일(수)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제44회 중앙도서관 독서토론회가 개최됐다. ‘온전한 앎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장회익 에미넌트 스칼라(ES)의 강연이 진행된 이번 독서토론회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저자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풍요로운 자리였다.

중앙도서관 독서토론회는 1998년 소설가 조정래를 시작으로 조병화, 조세희, 정호승, 신경림, 신영복, 박완서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를 초청해 그들의 작품세계와 사상을 직접 듣고, 소통해왔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며 생명과 자연의 본질에 대해 성찰해온 장회익 교수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온생명(Global Life) 이론’을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경희대학교 ES로 초빙된 장회익 교수는 여러 학문 분야의 교수들과 함께 ‘양자역학과 사회과학의 연결’을 주제로 융합학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2019학년도 1학기엔 ‘철학자를 위한 물리학’ 강좌를 후마니타스칼리지에 개설할 예정이며, 독립연구, 특강 등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온전한 앎’, ‘뫼비우스의 띠’ 모형과 같아
장회익 교수는 “누구에게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요청되는데, 인간의 자기이해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인간은 자신을 기준으로 사물을 이해하는데, 이해의 기준인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작업이고, 그만큼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전한 앎’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전한 앎이란 ‘우주와 자신이 다함께 들어있는 앎’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기에 거울을 활용한다. ‘나’에 대해 알려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앎의 거울이 필요하다고 장 교수는 말한다. 온전한 앎은 전체적으로 무리 없이 엮인 앎, 논리적 단절과 부분적 편향이 배제된 앎이며, 절대 진리와 같은 완벽한 앎과는 다르다.

장회익 교수는 인간을 매개로 한 새 개체들, 즉 유전자조작식품, 로봇 등 기계, 예술 작품 등이 어떤 ‘나’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온생명의 병적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온전한 앎을 ‘뫼비우스의 띠’ 모형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자연의 기본원리’를 앎으로써 ‘우주’에 대해 알 수 있고, 우주의 특성으로부터 ‘생명’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생명의 일부이기에 생명의 특성에 따라 이해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은 몸으로서의 인간도 있고, 주체로서의 인간도 있다. 이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인데, 우리는 전혀 다르게 느낀다.

장회익 교수는 “이것이 뫼비우스의 띠의 바깥쪽과 안쪽을 의미한다”며 “인간의 모든 활동은 주체로서의 활동이다. 주체로서의 인간이 ‘문명’을 만들고 사물을 ‘인식’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연에 대한 사고’이다. 그 결과로 ‘자연의 기본 원리’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든 앎이 순조롭게 자리를 잡으면 온전한 앎이 된다.

다양한 생명체들의 결합체, ‘온생명’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장 교수는 태양에서 오는 자유에너지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자유에너지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을 설명하며, 자유에너지가 활동의 원천임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온생명’과 ‘낱생명’에 대해 설명하며, “모든 것들이 전부 특별한 형태의 자유에너지를 받고, 이는 굉장히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연결된다. 이 시스템을 분리할 수 없다. 이 전체를 하나의 존재론적인 단위로 봐야 한다. 이것이 ‘온생명’이다. 이는 실제로 존재론적으로 의미가 있는 단위이며, 자유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태양과 다양한 물질, 그 안에 형성된 다양한 생명체들의 결합체”라고 강조했다.

낱생명에 대해 장회익 교수는 “복잡질서 안에 있는 한 참여자”라며 “우리는 낱생명이므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온생명으로 살아야 한다. 여타 참여자들과의 성공적인 관계 맺음이 생존 유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낱생명에서 보면, 낱생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존재인 보생명에 대한 외적상황(정보)을 계속 알아야 하고, 이를 스스로에게 반영해야 한다. 온생명 안의 낱생명의 입장에서는 앎이라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인간에 의해 파악된 ‘뫼비우스의 띠’ 속에는 우주가 인간을 창출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창출된 그 인간이 다시 자신을 창출하는, 우주와 인간을 자신의 지성 안에 담아내는 신비한 순환 관계가 담겨 있다”고 언급했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분이므로 인간이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가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장회익 교수는 ‘진정한 내 몸’에 대해 “내 낱생명은 40억 년의 온생명적 진화과정이 축적된 최종 결정체이며, 내 온생명은 현재 태양, 지구를 포함한 전역적(全域的) 유기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온도의 함수, 온생명 생리 지켜야”
인간이 뫼비우스의 띠를 완성한다면, 이는 인간과 우주 전체 사이에 새로운 내적 연관 곧 새로운 정체성으로 연결되는 셈이며, 이로 인해 인간은 온생명을 넘어 명실상부한 우주적 존재로 부상하는 결과가 된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특강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인류문명 발전방향에 대한 질문에 장회익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예로 들어 답했다. 장 교수는 “온생명의 생리를 어긋나 기후변화가 찾아왔다”며 “모든 것이 온도의 함수다.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진화과정을 거치며 우리 몸에 새겨놨다. 몸의 온도가 1도, 2도 변하면 몸의 화학변화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온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온생명도 마찬가지다. 온도가 달라지면 교란이 일어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교란에 맞는 존재가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인류문명은 파괴될 수 있다”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회익 교수 프로필>

현 경희대학교 에미넌트 스칼라(ES)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캠퍼스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루이지애나대학교 대학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과 루이지애나대학교 방문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로서 오랫동안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두며 과학철학 연구에 주력, 과학자의 시선으로 폭넓은 인문학적 주제들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탄생한 ‘온생명’ 이론은 생명과 자연의 본질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사회와 문명 문제에 혜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과학과 메타과학>(지식산업사, 1990), <삶과 온생명>(솔출판사, 1998), <이분법을 넘어서>(한길사, 2007),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생각의 나무, 2009), <물질, 생명, 인간: 그 통합적 이해의 가능성>(돌베개, 2009), <공부의 즐거움>(생각의 나무, 2011) 등이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개강 맞은 캠퍼스

      개강 맞은 캠퍼스

      2024-03-19

      More
    • 2024학년도 입학식

      2024학년도 입학식

      2024-03-05

      More
  • 신간

    •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2024-03-27

      More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2024-02-28

      More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