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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시대, 인문학이 말하다

2021-06-25조회수 2048
작성자
이화형 외



“변화하는 일상과 미래를 철학과 역사
교육학적으로 고찰하다”


포스트코로나, 언택트, 인공지능, 빅데이터, 재택근무, 뉴노멀
철학, 언어학, 교육학, 윤리학, 미래 교육, 외국어, 세계와 역사



이화형 외 | 152*225 | 232쪽 | 무선
18,000원 | 2021년 6월 30일
ISBN 978-89-8222-698-4 (03800)





위기의 시대는 미래를 예견하며 대비하게 하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의 과오를 절실히 느끼게 함과 동시에 그 과오를 반성하고 인류애를 발휘하여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여전히 희망적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인간의 지혜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시대, 인문학이 말하다》는 위기의 시대 너머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인문학은 과연 어떠한 방향과 지침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철학, 언어학, 교육학, 윤리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들이 우리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래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하는 혜안까지 제시한다.

1부 ‘미래 교육을 말하다’에서는 코로나19의 언택트 시대에 제4차산업혁명이 변화시키고 있는 교육 현장,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외국어교육의 지형도 변화와 한계,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등을 살펴보며 기술의 변화로 바뀌고 있는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살핀다.

2부 ‘세계와 역사에 묻다’에서는 통신사, 신조어 등을 통해 한·중·일의 역사 속 정치, 경제와 코로나 시기 각 국가의 대처를 돌아본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사 속 통신사의 기록 속에서 이를 타개할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발 신조어와 국민발 신조어가 각축전을 펼치면서 현실을 반영한다.

3부 ‘철학, 현대사회를 말하다’에서는 인간의 기술중심과 성장지상주의는 코로나19나 기후위기로만 그치지는 않는다면서, 새로운 연대의 방식을 모색하고 내일의 새로운 우리를 창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현대철학에서 구하고 있다. 《미래의 시대, 인문학이 말하다》는 독자들에게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인문학을 통해 미래 교육, 팬데믹 시대의 맥을 짚는 10편의 글

1부 미래 교육을 말하다

〈코로나 시대, 교육의 현장에서〉(박찬욱) 미래 교육이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코로나 상황을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현재에도 교육에서 정보통신 기술이 전면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기술을 중시하는 현 상황이 이후 인문학이 가진 문제의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회의한다.

〈인공지능 시대와 외국어교육〉(이창수) 인공지능의 발달은 외국어교육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자동번역 시스템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기계음성 출력이 가능한 시대에 교육비와 노력을 들여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인공지능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살펴본다.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이선웅) 인공지능이 자연어를 처리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자연어 처리의 활용 분야를 알아본다. 인공지능은 자연어 처리와 관련하여 음성 및 문자 텍스트 인식, 기계번역, 언어 규칙 도출, 대화 패턴 분석, 문서 요약, 챗봇 등에 활용되고 있다.


2부 세계와 역사에 묻다

〈이제 다시 염치(廉恥)를 생각할 때〉(이화형) 오늘날 우리의 정치 현실을 개탄하며 역사 속 바른 정치와 경제 정책을 살펴본다. 나라를 위해 율곡, 조식, 최익현 등 우리 역사 속 목숨을 걸고 직언한 기개의 인물들과 도덕이 바로 서려면 먼저 민생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지함, 유형원, 이중환 등을 돌아본다.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통신사와 재난〉(이재훈)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사 속 통신사의 기록 속에서 이를 타개할 기록을 소환한다. 홍수, 화재 등 자연재해 속에서 쓰시마번과 통신사는 국경과 민족 같은 장벽을 넘어 순수하고 인간적인 감동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였다.

〈코로나 시대의 신조어와 일본 사회〉(이해미)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 사회를 아베노마스크, 3밀, 불요불급한 외출 등의 신조어로 분석해본다. 정부발 신조어는 아베 정부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자세를, 국민발 신조어는 일본 국민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며 코로나 속 일본을 비춘다.

〈‘인민’도 ‘공민’도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중국’〉(이수연) 새로운 패권 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감춰진 문제를 살펴보고 공론화한다. 언론 및 인터넷의 모든 플랫폼을 감시, 검열하는 시스템을 통해 소통의 자유를 탄압하는 중국에서 일상을 사는 개인과 그 개인들을 통치하고 통제하는 힘의 현재이다.


3부 철학, 현대사회를 말하다

〈팬데믹에 대한 두 관점〉(이택광) 아감벤은 2020년 2월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가 ‘공포국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지젝은 이에 대해 아감벤이 상상하는 절대적인 국가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연대의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흑의 응시와 몰락의 윤리〉(김동현) 팬데믹 이전의 삶은 더는 계속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섣부른 희망일 뿐 우리는 몰락의 윤리를 통해 오늘의 나를 잊고, 내일의 우리를 창조해야 한다. 협력과 연대의 새로운 로컬 정치 공동체를 모색한다.

〈위기의 시대, 인문학이 나아갈 길〉(신명아) 인간의 기술중심과 성장지상주의는 기후위기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무분별한 포획과 약탈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과 타자의 생태적 위계질서 관계의 결과이다.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을 중심으로 위기의 시대에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찰해본다.


차례

발간사

1부 미래 교육을 말하다
코로나 시대, 교육의 현장에서/ 박찬욱
인공지능 시대와 외국어교육/ 이창수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 이선웅

2부 세계와 역사에 묻다
이제 다시 염치(廉恥)를 생각할 때/ 이화형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통신사와 재난/ 이재훈
코로나 시대의 신조어와 일본 사회/ 이해미
‘인민’과 ‘공민’도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중국’/ 이수연

3부 철학, 현대사회를 말하다
팬데믹에 대한 두 관점/ 이택광
-아감벤과 지젝의 경우
암흑의 응시와 몰락의 윤리/ 김동현
-코로나 이후의 오늘, 글로벌과 로컬
위기의 시대, 인문학의 나아갈 길/ 신명아
-펠릭스 가타리를 중심으로


저자

이화형_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고황명예교수. 《한국문화의 힘, 휴머니즘》을 비롯하여 50여 권의 저서가 있다. 특히 전통 여성부터 현대 여성에 이르기까지의 여성사를 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김동현_경희대학교 글로벌 류큐 오키나와 연구소 연구원. 문학평론가. 저서로는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 《재일의 중력과 지평의 사상》(공저) 《김석범×김시종 -4· 3항쟁과 평화적 통일독립》(공저) 등이 있다.

박찬욱_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저서로는 《코퍼스를 활용한 중국어 연구》(공저) 《중국어교육과 상호작용》 《리얼 중국어 1, 2》가 있고, 역서로 《최신 언어이론과 중국어연구》(공역) 《중국어 화용론의 이해》 《당대사회언어학》이 있다.

신명아_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정신분석 및 문화비평가. 저서로는 《페미니즘, 어제와 오늘》(공저) 《라깡의 재탄생》(공저) 《젠더를 말한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윌리엄 포크너: 현실과 피안을 넘나드는 예술가》 《독자로 돌아가기: 신비평에서 포스트모던 비평까지》 등이 있다.

이선웅_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및 동 대학원 국제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저서로는 《국어 명사의 논항구조 연구》 《한국어 문법론의 개념어 연구》 《한국어 문법 총론 Ⅰ, Ⅱ》(공저) 《한국어 정서법》 《한국어 어휘 교육론》(공저) 《한국어학 개론》 등이 있다.

이수연_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강사. 경희대학교 글로벌 류큐 오키나와 연구소 연구원. 주요 논문으로 〈‘경미(京味)’ 서사 영화의 ‘아(雅)’와 ‘속(俗)’〉 〈허상 공간에서의 ‘베이피아오(北漂)’의 실재 로맨스 -영화 〈먼 훗날 우리(后?的我?)〉〉 등이 있다.

이재훈_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객원교수. 주요 논문으로는 〈기해사행의 당상역관 - 대마도 종가문서에서 등장양상을 중심으로-〉 〈통신사와 화재-화재의 양상과 일본 측의 대비〉 〈호소이 하지메 초역본《해유록》 -그 번역 양상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이창수_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 국제지역연구원 일본학연구소장 겸 HK연구사업 공동연구원. 저서로 《세계 속의 일본문학》(공저) 《동해의 재인식과 환동해학의 모색》(공저) 《일본학 연구의 지평과 재조명》(공저) 등이 있다.

이택광_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문화비평가. 저서로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 《무례한 복음: 이택광의 쾌도난마 한국문화 2008~2009》 《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등이 있다.

이해미_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강사. 주요 논문으로는 〈한일 지도자의 연설문 분석-코로나 위기 속 신뢰 구축과 협력 촉구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의 신정보 제시 비교- 수신자의 시점 컨트롤을 중심으로-〉 〈언어학적 관점에서 본 시점의 주체자에 관한 고찰-커뮤니케이션 관점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foreign.khu.ac.kr)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은 1979년에 설립인가를 받아, 1980년 중어중문학과, 불어불문학과, 영어영문학과가 개설되었으며, 1981년 수원캠퍼스 어문학부 설치를 승인받고, 1983년 외국어대학으로 승격되었다. 2008년 수원캠퍼스가 국제캠퍼스로 개명되면서, 현재 프랑스어학과, 스페인어학과, 러시아어학과, 중국어학과, 일본어학과, 한국어학과,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영미어문전공, 영미문화전공)가 개설되었다. 외국문화를 연구하는 글로벌인문학술원을 부설연구소로 갖추고, 1,300여 명의 학생들과 60여 명의 전임교수 및 교환교수, 외국인 전임교수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강의와 학생생활지도에 임하고 있다. 또한, 3,500여 평에 달하는 전용건물을 확보하여 여유 있는 강의실 공간은 물론 어학실기 과목들의 실습과 학생 개개인들의 자율적인 어학연습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갖춘 어학실습실, VTR실, 위성방송실, AV자료실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폭넓은 기능의 습득을 위한 컴퓨터실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휴게공간의 복지시설 등을 완비하고 있다.

외국어대학 설립 40주년 기념 도서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설립 40주년’을 맞이해서 뜻깊은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가운데 기획된 책이다.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인문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고, 위기의 시대 과거의 현인이나 문인은 어떠한 지혜로운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지에 대한 관련 전공자들의 글을 모았다. 그리고 현 사회에서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제목에 명시된 것처럼, 도서에 실린 글들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목도하며 외국어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저자들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책 내용

발간사_위기의 시대는 미래를 예견하며 대비하게 하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의 과오를 절실히 느끼게 함과 동시에 그 과오를 반성하고 인류애를 발휘하여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주고 있다. 《미래의 시대, 인문학이 말하다》는 위기의 시대 너머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인문학은 과연 어떠한 방향과 지침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문학, 철학, 언어학, 교육학, 윤리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들이 우리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래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하는 혜안까지 제시한다._이경래(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장)

코로나 시대, 교육의 현장에서_비대면 상황이 해체되더라도 정보통신 기술의 가속화가 예견되니 조작 기술을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는 데도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대세에 밀려 콘텐츠의 화려함에 신경을 쏟다가 정작 대면이 허용되는 시기가 왔을 때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에 학습 내용‘만’ 남을 것이 우려된다. 정작 내용에 앞선 상위 문제들인 ‘무엇을 위해 이 공부를 하는가’ ‘(문리를 트기 위한)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하고 그 시기를 흘려보낼 수도 있다._[23쪽]

인공지능 시대와 외국어교육_외국어교육의 관점에서 적용해본다면 특히 대학에서 어학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습이나 기능적인 외국어 구사 능력만 우선시하는 풍조는 사라질 것이다. 반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통번역 기술이 진화하면 할수록 꾸준히 외국어 소통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문화감각을 보유한 인재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주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_[52쪽]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_비자유민주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대부분 나라에서 분배가 악화됨에 다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는 중국과 같이 소득이 낮은 나라가 높은 나라 따라잡기에 성공, 국가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나 오히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 안에서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그것은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시장경제의 속성 때문일 수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력인 기술 진보의 탓일 수도,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탓일 수도 있다._[135쪽]

이제 다시 염치(廉恥)를 생각할 때_죽음을 각오하고 연산군에게 바른말을 했던 내시 김처선의 직언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이 늙은 몸이 여러 왕을 모셨지만, 임금처럼 막가는 행동을 하는 왕은 없었습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산군의 화살이 김처선의 가슴을 뚫었다. 솟구치는 피를 두 손으로 막으며 김처선은 계속 직언했다. “조정 대신도 마구 죽이는 전하께서 저 같은 늙은이를 아끼시겠습니까. 단지 전하께서 오래 왕 노릇을 하지 못하실 것이 한이 되옵니다.”_[85쪽]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통신사와 재난_“우리나라 사람들은 허둥지둥 분주하되 감히 한 힘도 다하지 못하고서 왔다갔다 하는데, 한 줌의 물로 수레에 가득한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는 자는 그래도 오직 호행하는 왜인들이었다.”와 같은 기술이 있다. … 배에 탄 조선인들은 불에 옷이 타고 화상을 입어 탈출하기에도 빠듯해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 뛰어다니며 적은 물이라도 들고 날라 불을 끄려는 쓰시마번의 인원들이 과연 얼마나 고마웠을까?_[115-116쪽]

코로나 시대의 신조어와 일본 사회_아베 정부는 7월부터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일본 내 여행 수요를 높여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1박에 최대 2만 엔을 보조하는 ‘Go To 트래블’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또 하나의 정부발 신조어인 ‘Go To 트래블’은 ‘불요불급한 외출’과 정면충돌한다. 재택근무와 외출 자제를 촉구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여행을 권하는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_[135-136쪽]

‘인민’도 ‘공민’도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중국’_중국 정부는 2015년 반테러법을 제정하여 대가정 안에서의 삶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테러라는 프레임을 더해 종교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인권까지도 합법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건립한 신장 재교육 캠프가 위구르족 강제수용소라는 실체가 드러났을 때도 중국 정부는 “우리는 테러와 싸우고 있고, 정부 정부는 인권을 누구보다 존중한다.”라고 밝히면서 수용소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_[157쪽]

팬데믹에 대한 두 관점_보카치오가 일찍이 목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21세기의 문명에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은 갑자기 오염물로 취급받고 어떤 ‘인간적인 절차’도 없이 매장되거나 화장되어버린다. 이 냉정한 위생학에 전율하면서 아감벤은 비인간적인 물질문명의 실체를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이러한 비정한 현실을 ‘인간성 상실’로 읽어내는 것은 또 다른 편향일 수밖에 없다._[181쪽]

암흑의 응시와 몰락의 윤리_오늘 우리의 손에 들려진 돌은 지금 우리의 삶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다. 서울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가면 된다. 서울이 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대지에서 돌담을 쌓아가면 될 일이다. … 사랑의 윤리가 함께 무너지는 시간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감수하는 일이라면, 이제 잊혔던 우리를 찾아 나설 시간이다. 로컬과 공동(共同), 코로나 이후 동네에서 소소한 동행을 감행하는 작은 실험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 작은 시작이다._[201쪽]

위기의 시대, 인문학의 나아갈 길_아직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방법도 모색하지 못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닥쳤다. 바이러스의 침공은 인류세가 초래한 온갖 폐해와 재앙을 탈피할 행동과 사고를 성찰하는 계기를 주어야 하지만, 오히려 국가 간의 경계, 사람 간의 경계를 공고히 구축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변모시킬 조짐조차 보인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 인문학, 특히 세분하여, 철학의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_[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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