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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의 예술: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

2016-05-16조회수 1903
작성자
바츨라프 하벨 지음

불가능의 예술: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



바츨라프 하벨 지음|이택광 옮김|2016년 5월 16일 출간
152mmX220mm|324쪽|무선|20,000원
ISBN 978-89-8222-548-2






지난 4·13 총선 결과를 제대로 예측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도, 대부분의 학자와 전문가도 빗나간 예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동서고금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만 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얘기 말이다. 그런데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었다면 선거 결과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당연한 일이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올려다봤을 것이다. 양심과 책임으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공적 가치를 강조하며 ‘불가능’을 끊임없이 좇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츨라프 하벨은 공산 체제 밑에서 산 극작가였고 반체제운동의 최전선에 선 저항자였다. 그는 공산 체제가 인간성을 파괴하는 과정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폭로했다. 당시 공산 체제는 ‘후기 전체주의’의 무미건조함이 삶을 다스리고 있었다. 국가는 단순 생존의 문제에 집중하도록 인민을 몰아갔다. 최소한의 생활과 안락을 보장받는 대가로 인민은 진실한 삶에 대한 책임감과 진리에 대한 분별력을 내동댕이치고 체제에 복종하는 삶을 이어갔다. 후기 전체주의의 모습은 공산 체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정치가 전문가에 의해 경영되고 권력이 관료에 의해 조정되면서 사람들은 물질 획득의 일상에 휩쓸려 정신의 부유함을 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 문명에 하벨은 저항한다. 그는 인간의 판단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유한하고 한정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인간들이 벌이는 끝없는 싸움은 이 땅 위에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 답답한 삶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책임감, 현존하는 것 위의 어떤 것에 대한 더욱 높은 책임감을 되살려야 한다. 하벨은 초월의 영역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계기와 활로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런 초월이란 것은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 외국인들, 인간 공동체, 모든 생명체, 자연, 우주를 향해 뻗는 손길입니다. 이런 초월이란 것은 깊게 그리고 즐겁게 경험하는 욕구입니다. 이런 초월이란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 것,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시공간상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런 초월이야말로 파멸에 대한 유일한 대안인 것입니다.”

이 초월 차원에 잇대어 있는 것이 하벨이 말하는 도덕이고 이 도덕의 실천 행위가 정치이다. 인류 문명을 관통하고 있는 초월 차원에 대한 믿음과 헌신에 근거해 그는 삶과 정치를 계산과 타산의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그것을 도덕의 수준으로 격상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정치는 책략가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양심과 책임을 동원하여 적극 참여하는 공공의 일이 되어야 한다.

“정치가 정신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을 가진 제 입장에서 무엇인가를 달성하고 특수한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권력 기술의 정치는 요령부득입니다. 저에게 정치란 주어진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아닙니다. 정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행위도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세계를 책임지고자 하는 개인의 도덕에 근거합니다.”

정치판 사람들은 농락하고 회유하고 협박하며 굴복시킬 궁리를 만들어내며, 조작과 기만과 협잡에 능하고 친숙하다. 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배불리 먹고살기 위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진리’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도덕’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정치는 기득권을 주고받으며 현상을 유지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 그것이 ‘가능’의 수준을 넘어 ‘불가능’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도덕 쟁투의 마당일 수도 있어야 한다.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거나 약탈하기 위해 필요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봅시다. 정치란 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능’에 투기, 계산, 모의, 뒷거래, 조작이 포함된다면 그러합니다.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과 세계를 향상시키는 예술일 수 있습니다.”

『불가능의 예술: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는 하벨의 정치철학을 담은 연설문을 묶어놓았다. 하벨은 지성인의 기상과 작가의 기질을 살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있는 그대로 피력하고 있다. 허위와 거짓에 맞춰가기를 거부하면서 ‘진리 안에서의 삶’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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