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전공 자율 선택제 논의 시작
2024-03-13 교육
2023학년도 9차 교무위원회···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과 대응 방안 등 안건 발표
“학생 쏠림 피할 수 없을 것, 단계적으로 전공 자율 선택제 비율 확대해야”
2023학년도 9차 교무위원회가 지난 2월 27일(화) 서울캠퍼스 법학관 401호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전공 자율 선택제(무전공)였다. 정부는 학생의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해 대학에 학과·전공 간 벽을 허무는 등 강도 높은 교육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교무위원회에 앞서 김진상 총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김 총장은 “대학에 주어진 시대적, 역사적 사명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교무위원들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거라고 믿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 대학 경영 전 분야에 걸쳐 도전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큰 줄기를 만들어 한 달 정도 후에는 교무위원 여러분과 공유하도록 하겠다. 함께 멋진 대학을 만들어 나가자”라고 말했다.
“학생의 미래 위해 무전공·광역화 확대 추진”
교무위원회는 규정 심의에 이어 두 건의 안건 발표와 질의응답, 총장 총평으로 진행됐다. 정종필 기획조정처장이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안건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20~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학들은 인기 학과의 학생 쏠림 문제를 우려했고, 교육부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무전공 모집 비율에 가산점을 부여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1월 말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혁신 성과로 인정해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 1은 무전공, 유형 2는 계열, 단과대학과 같이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한 선발이다.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보건의료, 사범계열 등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광역화로 입학한 학생들은 광역 단위 내 모든 전공이나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다. 유형 1 10% 이상, 유형 1과 유형 2를 합해 25% 이상 모집하면 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교육부는 제도 도입 이유를 “학생들이 학과 교육과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재학 중 폭넓은 경험을 통해 다원화, 융합화된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대학에 학과, 학부를 두는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대학혁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스탠퍼드, MIT, 하버드, 유펜, 브라운 등 해외 명문대는 100%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코넬은 광역화 모집을 택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해 학생들이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탐색할 기회를 열어준다.
정 처장은 “무전공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해외 대학 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우리도 무전공·광역화 모집단위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후 “우리 대학이 무전공·광역화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전공 탐색과 심화 기회를 확대해 학생이 원하는 전공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25학년도 무전공 모집 포함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계획안 4월 말 교육부 제출
경희는 이미 2009년부터 무전공인 자율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과학광역, ICT광역, 생명과학광역 등 광역화 모집단위를 신설해 신입생을 받았다.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의 최근 3년간 전공 선택과 광역화 모집단위에 최초 합격한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경영학과, 빅데이터응용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전자정보공학부 등 일부 학과의 선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 처장은 “무전공·광역화로 학생을 모집하면 일부 학과의 학생 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행·재정, 교원 충원, 교육과정 개편, 전임교원 책임시수 등 얽혀 있는 현안이 많다. 단계적으로 무전공 모집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2025학년도 무전공 모집단위 계획 등을 포함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계획안을 4월 말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부 계획안 제출 기한은 7월 말~8월이다. 정 처장은 “우리 대학은 2025학년도에 무전공 모집 10%를 계획하고 있다. 3월부터 학무회의와 단과대학별 구성원 소통을 통해 계획안을 완성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하면서 “무전공 모집 10%는 확정된 안이 아니라 기조처에서 제시하는 초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후, 교무위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환영 vs 저항’ 온도 차, 학생 쏠림 등 우려 제기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교무위원들은 무전공·광역화 확대 취지에 공감하는 한편, 학과 경계를 허무는 것에 대한 ‘환영 vs 저항’과 같이 큰 온도 차가 발생하는 상황과 학생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황윤섭 정경대학장은 “현 상황에서 교육부 정책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무전공·광역화는 당장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인데, 반발하는 교수님도 계실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정 경영대학장은 “빅데이터응용학과는 신설된 지 이제 3년 차에 들어서는데, 학생 쏠림이 심한 학과 중 하나다. 학과가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전공·광역화 학생들이 들어와 학생 수가 크게 늘면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 처장은 “그래서 처음부터 무전공 25%가 아니라 10%로 시작하는 안을 제안했다. 소통과 설득, 조율 등에 시간이 필요하고, 시행착오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시간도 필요하다. 순차적으로 무전공 모집 비율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을 거쳐 전공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무위원들은 교육과정 개편, 교원 선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황 학장은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해 보이는데, 작년에도 교육과정을 개편한 상황에서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학과 단위로 배정되고 있는 교원 선발도 학과와 상관없이 선발하라는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조정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단과대학 내에서 소통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큰 틀의 지침을 주면 좋겠다. 단과대학별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우리 대학은 미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혁신을 단행했다. 무전공·광역화 추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편까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수학점 등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세부 사항은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성 국제부처장은 “학생 쏠림이 예상되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한다. 극단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과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수강신청 폐강 인원 기준도 선제적으로 15명에서 10명으로 낮췄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창 이과대학장은 “무전공은 교육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정부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 대학의 발전계획을 토대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 분야가 참여해 단기적, 중장기적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후 “당장 필요한 2025학년도 무전공 모집에 따른 학과 정원 조정은 일괄적으로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진상 총장 “학생 위해 학자적 양심을 갖고 교육 혁신에 최선 다해야“
두 번째 안건은 ‘대학 위상 제고 방안 - 석학 초빙 및 연구의 질 강화’였다. 경희는 2025년 종합대 4위, 세계 100~200위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는 이미 과거에 경희가 달성한 목표다. 경희는 2011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종합대 4위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상위 대학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하위 대학과의 격차는 줄어들었다. 2023 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준으로 살펴보면, 상위 대학과의 점수 차는 24점인데 하위 대학과의 점수 차는 단 3점에 불과하다.
정종필 처장은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종합대 4위라는 목표는 우리가 과거에 성취한 적이 있다. 경희는 QS 세계대학평가에서 2008년부터 3년간 239계단 뛰어올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도약하는 대학’으로 평가받은 저력도 있다. 구성원이 협업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연구 장려책,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함께 우수 교원 초빙이 중요하다. 에미넌트스칼라(Eminent Scholar; ES)와 인터내셔널스칼라(International Scholar; IS) 제도를 활용해 석학급 교원을 적극 초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상 총장은 총평을 통해 “오늘 발표된 무전공과 석학 초빙 제도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핵심 가치인 교육과 연구를 위한 길이라는 부분에 주목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무전공 제도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얼마 전 석학 한 분께 들었는데, 프린스턴 학부 과정 3~4년 동안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면서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전공으로 택했고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전공의 깊이를 더해 갔다고 하셨다. 우리 대학도 학생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양질의 교육과 연구는 결국 위상으로 결부된다. 위상은 구성원은 물론, 동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우선 과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저도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겠다. 학생들을 위해 학자적 양심을 갖고 교육 혁신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로 교무위원회를 마무리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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