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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창업, 교육·연구·실천 세 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

2023-12-20 교류/실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교원이 늘고 있다. 의과대학 김도경 교수가 올해 8월 진단 및 치료 의료소재 기업 ‘엘레노바’를 창업해 ‘2023년 대학기술경영촉진(공동지원) Uni-Tec 데모데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2023 하남도시공사 창업경진대회’ 대상 등을 받았다.

의과대학 김도경 교수, 진단 및 치료 의료소재 기업 ‘엘레노바’ 창업
2023년 대학기술경영촉진 Uni-Tec 데모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기술창업’은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거나, 기존 시장을 혁신하는 제품,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형태의 창업이다. 최근에는 탁월한 연구력을 기반한 창업으로 연구 성과를 시장에서 증명하는 교원이 늘고 있다. 산학협력단도 가능성이 높은 교원의 창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도 약 40여 개의 교원 창업기업이 산학협력단에 등록돼 있는데, 의과대학 김도경 교수의 '엘레노바'도 그 중 하나다.

산학협력단은 매년 ‘예비 창업 교원 수요조사’를 실시하며 대상자를 발굴하고 있다. 산학협력단은 수요조사 이후 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산학협력단은 김 교수가 연구의 전문성에 기반한 점, 진입하려는 시장이 존재하는 점, 현재 경쟁제품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아이템이 기술성, 성장 가능성 등이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교원 창업 승인 이후에는 산학협력단의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시장 동향 분석을 진행하는 등 돕고 있다.

진단 및 치료 의료소재 기업인 엘레노바를 창업한 김 교수는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연이어 성과를 올리고 있다. 10월 말에는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가 주관한 ‘2023년 대학기술경영촉진(공동지원) Uni-Tec 데모데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12월 초에는 ‘2023 하남도시공사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도경 교수를 만나 창업 과정에 대해 들었다.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 기존 진단 방법 대체해 환자 불편 제거
Q. 창업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엘레노바의 기술적 목표는 ‘스마트 에이징’이다. 엘레노바가 생각하는 스마트 에이징 관련 사업 아이템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비뇨 생식 계통 질환을 포함한다. 여성은 난소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이고 남성은 전립선암, 방광암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의 치료나 진단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각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진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핵심 기술인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Q. 지난 9월 창업 후 여러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성과를 낸 아이템은 무엇인가.
키트를 개발할 질환을 먼저 설정했다. 첫 번째 대상은 자궁경부암이다. 여성들이 진단 과정에서 불편함을 가장 많이 느끼는 질환이기도 하다. 자궁경부암은 팝스미어(pap smear)라는 진단법을 활용한다. 산부인과에 있는 검진용 의자에서 진행하는데, 세포 채취 솔로 자궁경부와 질 세포를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에게 큰 심리적 거부감이 있으며, 진단 과정에서 여성들이 여성 의사가 운영하는 산부인과를 찾아 진단받길 원한다는 점도 진단의 접근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진단율 자체도 낮다. 팝스미어의 주요 표적은 HPV 바이러스다. HPV 바이러스는 두경부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는데, 자궁경부암의 경우, HPV 바이러스 음성 환자도 다수 존재한다.

여성들이 병원에 방문하지 않거나 병원에 방문해도 팝스미어 없이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고 싶었다. 편이성을 극대화할 방법으로 소변을 떠올렸고, 소변의 바이오마커를 진단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개발한 키트는 소변을 종이컵에 받고 시약이 담긴 병에 넣어 흔들기만 하면 된다. 1분도 안 걸린다. 이후에 눈으로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색이 변하면 자궁경부암 의심으로 볼 수 있고, 환자가 스스로 진단 후 병원에 가서 체계적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 조기 진단이 가능한 형태다.

Q. 개발과 창업 과정에 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2021년부터 물질을 디자인하고 임상 시료를 모아 2022년에 논문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특허는 경희대를 통해 출원됐다. 당시에 대형 의료기기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할 때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직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이템을 기반으로 엘레노바를 만들었고, 올 8월에 법인이 생겼다. 특허도 경희대로부터 이전했고,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를 첫 파이프라인으로 선정했다. 지금은 식약처 승인을 준비 중이다.

정부 사업 중에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동안 멘토로 참여했다. 이때의 관점으로 제 아이템을 평가하며 창업 가능성을 판단했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면서 법인 설립에 탄력이 붙었다. 선정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받았는데, 선정 이후에 평가 내용을 들어보니 아이템의 명확함이 주효했다고 했다.

김도경 교수는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소변을 시약이 담긴 병에 넣고 흔들면 1분 정도 후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들이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느끼던 팝스미어 없이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외 시장 관심도, 혁신 의료기기 가능성 존재
Q. 키트의 개발이 연구자의 영역이라면 이후는 사업가로서의 영역이다. 향후 판로는 어떻게 예상하나.

국내 시장의 관심도 높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요구가 더 크다고 판단한다. 수익 창출도 중요하겠지만 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의료 혜택을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의료 후진국이나 의료 비용이 너무 비싼 북미 모두 해당한다. 러시아는 산부인과의 수가 적어 환자가 진료를 위해서 긴 시간을 움직여야 한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은 의료 혜택 증진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가 시장에 없다. 환자들이 고통을 느끼기 전에는 검사도 잘 안 받는다. 문화가 변하면서 HPV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도와 자궁경부암 환자 수도 증가할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는 기존에 없던 신시장을 개척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Q. 창업은 선뜻 나서기 힘든 분야인데, 확신을 얻은 순간은 언제인가.
수천 명 규모의 임상에서 유의미한 값이 나왔을 때 연구자로서의 확신이 생겼다. 환자의 샘플도 많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였다. 연구 결과에 대한 확신은 컸고, 혁신 의료기기가 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최근 산학협력단의 지원으로 ‘2023년 대학기술경영촉진(공동지원) Uni-Tec 데모데이’에 나갔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분위기가 생각과 조금 달랐다. 매출이 있는 기업들도 있고, 회사 직원들과 함께 나온 대표들도 있었다. 강점만 진솔하게 설명하자는 마음으로 ‘수요자 중심’, ‘혁신 제품’이란 점에 무게를 뒀다.

발표는 10분 정도였고,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건방지게 보였을 수 있는데, 발표 자료는 보지 않았다.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며 진행했다. 생각지 않게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후에 심사위원이었던 분 중 세 군데에서 투자 관련 연락이 왔고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성과도 있었는데, ‘2023 하남도시공사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관련 분야 전문가분들이 평가자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김도경 교수는 창업 시작 단계부터 산학협력단과 긴밀히 소통했다. 산학협력단은 김 교수의 창업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해 김 교수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최근에는 산학협력단의 제안으로 ‘2023년 대학기술경영촉진(공동지원) Uni-Tec 데모데이’에 참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산학협력단 도움받아, 사업 성과 도출
Q. 창업 과정에는 어떤 도움들이 있었나.

창업의 시작 단계부터 산학협력단의 도움이 크다. 수시로 연락을 드리며 소통하고 있다. 학교 산학협력단이 좋은 점이 먼저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해 준 점이다. 산학협력단이 없었으면 ‘기술 실용화 사업’은 알 수 없었을 거다. 창업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교수님들도 산학협력단의 플랫폼 안에서 지속해서 소통하면 좋겠다. 산학협력단 시스템에 만족감이 크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는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에 몰입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립선이나 비뇨계 치료제까지 발전해 보려고 한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임상까지는 완료됐다. 계속해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다. 자궁경부암과 함께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아이템을 먼저 성공시켜야 한다. 자리가 잡히고 나면 다른 분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Q.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가족은 많은 응원을 보냈다. 가족의 지지가 힘이 된다. 지금은 창업도 삶의 원동력이다. 살면서 4가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로소득, 프리랜서, 책이나 강연, 심사 등 투자자 등이 그것인데, 창업이 그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열정을 갖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니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학과 교수님들도 응원해 주셨다. 연구와 교육까지 모두 열심히 하라는 격려들이 많다. 다른 대학의 사례들을 들어보면 낮은 연차의 교수가 창업할 때 눈치를 주기도 한다는데, 경희대는 장려하는 분위기다. 바람을 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Q. 창업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다면.
교원 창업은 쉬운 듯 어렵다. 원래의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하는 일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시작하는 분도 있는데, 교원 창업은 교육과 연구, 사회적 기여라는 세 가지 축에서 어우러져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대학과 본인, 사회가 발전하는 일이어야 한다.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없는 시장을 개척하고 관련 분야의 인력을 배출하면서 사회에도 기여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 사업가가 되고자 한다.

창업은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대학에서 교수의 본분은 교육과 연구, 봉사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대한 봉사도 있지만, 사회에 대한 봉사도 포함한다. 의료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필요한 기술이라 생각해 창업했다. 조급함을 가지면 하나씩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삶 속에서 균형을 잘 맞춰서 다른 분야에 영향이 가지 않고,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도록 노력하겠다.

김도경 교수는 교원 창업을 ‘쉬운 듯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원래의 직업이 있기 때문에 그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의 본분인 교육과 연구에 이어 사회적 실천의 측면에 기여할 수 있는 창업이 그가 생각하는 교원 창업의 의미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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