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평화 없이는 인류의 미래도 없다”
2018-10-08 교류/실천
Peace BAR Festival(PBF) 2018(10) 2018 서울평화포럼
‘한반도 및 국제평화협력과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주제
인권선언 70주년, UN 세계평화의 날 37주년 및 SDGs 채택 3주년 기념
지난 9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뜻깊은 행사가 진행됐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과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37주년 그리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채택 3주년을 기념하는 ‘2018 서울평화포럼’이 개최된 것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한반도 및 국제 평화협력과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공적개발원조(ODA)와 평화권의 역할’.
‘평화권’은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단순하게 풀이된다. 개인과 집단이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그 실현 과정이나 목표는 단순하지 않다. 지난 2016년 UN ‘평화권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 to Peace)’은 평화를 단순히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대화가 촉진되고, 상호이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분쟁이 해결되며 사회경제적 발전이 보장되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참여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깨어난 시민의식’ 필요
경희대와 서울시, 국가인권위원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한반도 분단 및 지구촌 폭력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의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 영상이 소개됐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메시지를 통해 평화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계 인권선언을 안내자로 삼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인원 경희대 총장,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조인원 총장은 ‘기후변화’의 위중함을 강조하며, 빠르게 변하는 기후변화에 인류의 대응이 느린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조 총장은 “지금의 방식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인류는 큰 재앙에 봉착할 것”이라며 “현실 정치의 셈법에 묻혀 자연현상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깨어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석연료 사용 제로를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의 활동 기반에 ‘깨어난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조 총장은 “정치변화를 위한 ‘의식 혁명’, ‘실천 혁명’이 전제될 때, 인간적 삶의 터전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경제와 성장과 소비’를 넘어 ‘인간과 지구와 지속가능한 미래’의 삶의 철학을 정립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 가치 확산을 위한 지자체와 기관 노력 필요해
박원순 시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해 진성준 정무부시장이 대독한 기조연설에서 박 시장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시간에 ‘서울’은 한국의 수도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의 중심지로, 유라시아 경제협력의 출발지로서 그 역할이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서울시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해 도시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계 63개 도시와 자매우호도시 협약을 맺고 인적, 문화적, 정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서울도 팔을 걷어붙였다. 독일 통일에 도시 간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과 같이 서울-평양의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실천을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평화권의 의미와 평화권 확산 시대에 국가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평화, 인권 그리고 발전이라는 인류의 기본적 가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인권 없는 평화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인권 없는 발전은 분쟁을 야기해 평화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한 한국국제협력단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에는 단순히 물리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뿐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존중을 표현하는 ‘적극적 평화’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의 교훈이 개발도상국에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돼 ‘지속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평화권 관련 최초의 공론장, 우리가 원하는 평화 의미 고민해야
기조 연설 이후에는 패널 발언이 이어졌다. 정진성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문아영 피스모모(PeaceMomo) 대표, 이대훈 성공회대학교 평화학 연구교수, 손혁상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장, 이경아 외교부 개발협력심의관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평화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정부와 민간이 평화 확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진성 교수는 “평화권은 국제사회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를 향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협력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UN 평화권선언을 통해 “인권의 조건이었던 평화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이 됐다”고 평가했다. 평화권을 권리로 인정하면 정치규범과 재판규범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문아영 대표는 분단 이후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군사화의 속성을 지적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적을 상정하고 본인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을 적대적인 주적으로 상정하고 안보의식을 함양한 애국시민 양성을 강요했던 교육적 흐름도 경계했다.
이대훈 교수는 이번 포럼을 ‘평화권을 논의하는 최초의 공론 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9.11 이후 안보를 위한 시민 통제가 생겼고, 이에 대응해 인권 분야에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민의 평화역량과 권리가 생략된 평화정책과 평화담론은 공허해지기 쉽다”며 “정부, 의회, 시민사회에서 평화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군축 비용을 공적 개발에 투여해 개도국 도와야
손혁상 교수는 공적 개발과 평화의 관계에 주목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1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세계인도주의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를 예로 들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약 60개국의 정상들은 전쟁예방과 인도주의 법 유지, 인도주의 투자 등의 이슈를 토론한 바 있다.
손 교수는 “군축을 통해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해결을 위한 군사적 활동에 드는 비용을 개발 비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보다 어려운 국가들의 개발도 돕는 방법이다.
이경아 심의관은 평화권의 정책 반영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평화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평화와 권리의 구체성이 부족한 점을 어려운 점으로 들었다. 하지만 평화권을 위해서 국제적인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화권과 관련해 UN 평화구축위원회(PBC, Peacebuilding Commission)의 업무가 강화되고 있다. 이 국제기구는 평화, 인권, 개발 세 가지를 앞장서서 논의하는 장이다. 여기에 참여한 세계은행(World Bank)은 인도적 지원 분야의 역할을 늘리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평화구축위원회의 노력과 함께 한국 정부의 활동도 주목할 만 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지속가능발전목표 16’에 대해 선진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속가능개발목표 16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증진하고, 모두에게 정의를 보장하며,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으며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분쟁과 여성 분야의 큰 틀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인권과 평화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패널들의 발언 이후에는 ‘2018 서울평화포럼 선언’이 진행됐다. 선언문은 인권과 지속가능발전이 지구의 평화와 만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짐을 담았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사회, 대학 등 다양한 국제개발 협력의 행위자들이 평화, 인권, 민주주의와 성 평등 증진에 기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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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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