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대안공동체가 우리의 미래”
2018-10-08 연구/산학
비교문화연구소, ‘2018 인문사회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 선정
유토피아 담론으로 한국사회의 문제 해결방안 고찰
“대안공동체 가능성 대중화하고, 가치와 필요성 공유할 것”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소장 이명호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최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2018 인문사회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사업명은 ‘대안공동체 인문학: 공유와 연결, 지속가능한 유토피아 연구’. 향후 6년간 총 12억 원을 지원받는다.
지난 9월 27일(목), 국제캠퍼스 외국어대학에서 연구책임자 박정원 외국어대학 교수를 만나 설립 25주년을 맞이한 비교문화연구소와 이번 사업의 선정과정, 주요 연구내용, 향후 목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박 교수는 사업에 선정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비교문화연구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동아시아 비교문화의 허브(Hub)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비교문화연구소, 세계 각 지역, 국가의 언어 및 문화 비교·연구
Q) 비교문화연구소란 어떤 곳인가?
비교문화연구소는 지난 1993년 설립된 부설연구소로서 외국어대학 내 학과들이 모여 세계 각 지역, 국가의 언어 및 문화를 포괄적으로 비교·연구하는 기관이다. 동서양의 어학과 문학,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도모하고, 이것이 우리 한국사회에 어떤 식으로 영감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돼 비교문화 학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학술지인 <비교문화연구>를 연 4회 발행하고 있으며, 연구소에 소속된 교수들의 연구·저술 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묶은 <비교문화총서>도 발간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및 국제 학술대회 개최, 연구 의제 개발 지원, 인문 대중강좌 기획·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대안공동체연구센터’를 개소해 세계의 다양한 삶의 가치를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행복 공동체를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대안공동체·유토피아 관련 학술대회 및 세미나 개최, 일반대학원 내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 강좌 개설, 교양대중서 <유토피아의 귀환>(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출간이 대표적이다.
대안공동체 인문학의 체계 정립,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정책적 대안 모색
Q) 유토피아, 대안공동체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흙수저’, ‘헬조선’, ‘N포 세대’ 등 신조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요즘 시대가 비관이나 절망, 냉소적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시대를 거스르는 상상력으로 ‘이상향’이나 ‘유토피아’에 대해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외국어대학의 교수들이 모여 각국의 문학작품 등을 연구하며 ‘전 세계에서 유토피아적 상상력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희망의 원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해답이 ‘대안공동체’라고 봤다. 유토피아를 추동하는 사회적 꿈이 터무니없는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공동체를 통해 그 가능성과 희망이 드러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안공동체를 화두로 ‘지속가능한 유토피아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전 지구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연구 주제로 잡았다.
Q) 이번 연구 주제인 ‘대안공동체 인문학: 공유와 연결, 지속가능한 유토피아 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사업선정 과정 중 우리 연구 주제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이 다뤄야 할 부분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을 정확히 얘기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평을 받았다. 대안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이를 실천하는 공동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인문학에서는 대안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부분적이고 산발적으로만 진행돼 왔다는 말이다.
비교문화연구소는 국내 대학연구소로는 최초로 이 주제에 대해 천착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불평등과 갈등, 혐오와 차별, 불안과 절망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젠더’, ‘계급’, ‘생태’, ‘세대’, ‘기술’ 등 다섯 가지의 하위 주제를 통해 분석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려고 했던가를 짚어본다.
단순히 살펴보는 것을 넘어 대안공동체 운동과 그 담론을 지구적 맥락에서 살펴 학문적·실천적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어떻게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과 아이디어 모색해 사회 전면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인문학의 방향 제시… 대안공동체의 중요성 환기 기대
Q) 이번에 선정되기까지 몇 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 작년에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준비했으나 교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작년과 올해에는 경희대 인문사회 분야를 대표해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 사업에 지원했지만, 연구재단의 심사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비교문화연구소는 수차례 대형연구과제 수주를 위한 경험과 대안공동체의 특성화·전문화 실적을 토대로 연구계획서 및 사업 발전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그리고 체계적인 준비 끝에 1차 서류평가와 2차 면접평가를 거쳐 올해 인문사회분야 대학중점연구소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사업 선정을 계기로 그동안 비교문화연구소가 진행해오던 연구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학내에서만 연구를 진행해왔다면 이제는 전 사회적으로 대안공동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것이다.
“미디어 활용해 대안공동체의 가치 전파하고, 전 세계와 네트워킹 할 것”
Q)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는 비교문화연구소가 기반을 다져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동안 갈고 닦아온 역량과 지식을 사회와 나누고, 학문을 통합하고, 네트워킹을 해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연구의 1단계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사회를 다섯 개의 범주로 나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2단계에서는 비교문화연구소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대안공동체 운동의 흐름, 대안적 가치들을 살펴볼 것이다. 3단계에서는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 발굴, 지역사회와 연계한 세미나들을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사회 모델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부재하다는 점을 인식해 2~3단계에서 팟캐스트와 같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안공동체의 인문학적 사유를 널리 전파하고, 청년 세대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절망의 시대를 통과하는 희망의 원리를 모색할 것이다.
대안공동체 연구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전 세계의 연구단체들과도 활발히 교류할 생각도 갖고 있다. 유토피아나 대안공동체에 대한 연구가 서양에 비해 아시아권에서 다소 부족한 게 현실인데, 학회를 만들어 대안공동체 운동의 국제적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바람이자 과제이다.
글 한승훈 aidenhan213@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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