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미래의 현실’, 우리에게 달렸다”

2018-10-10 교육

최근 조인원 총장과 이리나 보코바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의 대담을 수록한 <지구의 운명 평화로 가는 길>(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출간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적 위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 한반도 평화와 유라시아 문명벨트, 새롭게 다가서는 미래를 위한 교육과 정치, 세계시민의식에 대한 논의가 담겨 있다. 사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는 모습.

이리나 보코바 명예대학장·조인원 총장, <지구의 운명 평화로 가는 길> 펴내
국제기구 활동가와 대학의 실천지성이 함께 인류평화의 길 모색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환설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과학기술혁명이 주도하는 또 다른 현실과 뒤섞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 상승에 따라 극지방 빙권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문명 활동이 자초한 인위적인 변화이다.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한반도에는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촉매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반도의 봄’은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휴전선으로 끊긴 육상 교통로가 다시 열리면 부산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문명벨트’가 새롭게 형성된다.

하지만 유라시아 문명벨트가 개발과 성장을 우선하는 산업화 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문명벨트가 지구 온난화와 자원고갈,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엔진’이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풍요와 번영의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한 ‘문명 전환’은 불가능한 것일까.

기후변화의 위기, 한반도 평화와 유라시아 문명벨트 등 조명
최근 조인원 총장과 이리나 보코바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의 대담을 수록한 <지구의 운명 평화로 가는 길>(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출간됐다. 김민웅 미래문명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적 위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 한반도 평화와 유라시아 문명벨트, 새롭게 다가서는 미래를 위한 교육과 정치, 세계시민의식을 주제로 삼았다.

조인원 총장은 대담에서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미래, ‘큰 전환의 시대’는 양면성을 지녔는데, 이 둘 모두 인류가 그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가능성”임을 언급하며 상상력과 지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미래의 현실’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역설하며 “인간과 사회, 문명과 자연을 향한 ‘전일적(holistic)’ 사유가 늘 함께해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강조했다.

이리나 보코바 명예대학장은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지구적 차원의 감수성과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담과 토론의 핵심은 ‘전환 설계’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지구적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해법을 찾는다.

책의 1부에서는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과 그 본질에 대해 다룬다. 다양한 연구결과와 사례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며, 위기의 본질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 진단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근시안적 현실정치를 경계하고, 지구적 감수성을 가진 시민의식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과 자연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열어나가야
2부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유라시아 문명벨트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최근 남북 관계 개선 흐름을 언급하며 남북 간 차이가 창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미래와 연관되는데, 유라시아 문명벨트라는 꿈의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지구적 위기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 미래를 위한 교육과 정치에 초점을 맞춰 생존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 삶의 공적 의미와 파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지구시민의식 또한 교육으로 가능할 것이다. 풍요로운 한반도의 미래, 공정하고 평등하며 안전한 지구의 미래는 우리의 상상력과 지혜에 달렸다.

2012년부터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인연을 맺어온 경희대는 2018년 3월 보코바 전 사무총장을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으로 초빙했다. 유네스코 재임기간 동안 인류사회와 유럽 정치, 세계 교육·문화·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보코바의 업적을 기리고, 지구적 난제 해결에 동참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경희대와 이리나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지구적 차원에서 학술과 실천의 결합을 이뤄내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이리나 보코바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 불가리아 출신 외교관, 정치인, 행정가, 정책가로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을 역임했다(2009~2017). 1977년 불가리아 외무부 서기관을 시작으로 불가리아 외무부 장관, 유럽정책포럼 의장,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불가리아 대표를 맡았다. 여성 최초의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마음에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한다”는 유네스코 헌장을 실현하기 위해, 급격한 세계화가 파생시킨 ‘획일화와 배제’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적 다양성’과 ‘문명 간 대화’를 우선순위에 놓는 한편 ‘현장에서의 변화’를 강조, 지구적 난제 해결에 헌신해왔다. 2018년부터 경희대학교와 함께 지구적 차원의 학술과 실천의 결합을 이뤄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인원 총장 프로필>
경희대학교 제15대 총장. ‘삶과 정치의 미학적 공간’을 탐구해온 정치학자다. 이성과 감성, 인간과 제도, 이상과 현실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만연한 ‘현실정치(Real Politik)’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학자 겸 실천가로서 정부, 시민사회, 국제기구에 의견을 제시해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지표심의위원회 전문위원(1997), 서울 NGO 세계대회 삼자공동추진위원회 한국대표(1999), 세계시민포럼(WCF) 의장(2009)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국가와 선택> <포월의 초대: 탈권위, 탈현대의 새로운 정치담론을 찾아서> <문명충돌 현장을 가다> <정치의 미래, 그 이상향을 탐색하다> <정치와 정치 그리고 정치> <내 안의 미래> 등이 있다. 19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산업 재편의 정치학”(Politics of Industrial Restructuring)이란 학위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글 박은지sloweunz@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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