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美 국내정치 알아야 한반도 미래 알 수 있다”
2018-07-16 교육
서정건 교수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 ,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돼
“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 안보에 대해 새롭고 유연한 시각 가져야”
“최근 국내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맺기 위해서는 상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국내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오보(誤報)다.”
최근 서울캠퍼스 정경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서정건 교수의 지적이다. 서 교수가 지난해 펴낸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경희대 출판문화원, ▶ 신간안내 바로 보기)이 최근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돼, 급변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찾아간 길이었다.
미국 국내정치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정책 해석해야
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이 다른 나라와 수교를 맺을 때 의회의 비준을 받는 것은 헌법적 의무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1979년 미중 수교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은 행정부의 합의만으로 30년 간 단절돼 있던 중국과 외교 관계를 회복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국교 정상화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의회의 비준도 없이 진행할 수 있냐고 항의했지만, 당시 대통령 지미 카터는 이를 묵살했다.
서정건 교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제도와 역사 등 내부 사정을 들여다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가 지난해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발간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국내정치에 대한 이해 없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동아시아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은 최근 교육부와 대한민국학술원으로부터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지난해 한국대학출판협회의 ‘2017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양서로 인정받은 것이다.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책은 각 대학 도서관에 보급돼 기초학문분야 우수 연구사례로서 공유될 예정이다.
서정건 교수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데 의회, 정당, 여론, 이익단체 등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 책은 국내정치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정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최근에서야 이러한 접근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제시
최근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걸고 경제, 외교, 안보 등의 분야에서 동맹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는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효율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유네스코(UNESCO)와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도 탈퇴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서정건 교수는 “냉전시대의 미국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다른 자유진영 국가들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이라크 전쟁에서 실패한 이후 미국 내부에서는 기존 외교 및 통상 정책에 대한 의문과 반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미국은 현재 고립주의가 득세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다”면서 “미국의 국내정치를 이해해야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미국 국내정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도 변화해야”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에 맞는 보수·진보 개념에 대한 논의를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다는 것이다. 서정건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꺼내면 무조건 ‘종북좌파’로 몰리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면 ‘수구보수’라고 비판받는 것이 안보를 둘러싼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 대립의 현 주소”라며 “이제는 국익을 중심으로 새롭고 유연한 생각을 갖춘 보수와 진보가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화두인 ‘한반도 운전자론’을 인용해 한반도의 남북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 정상국가화’라는 두 개의 바퀴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앞서거나 뒤쳐진다면 균형을 잃어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전진시키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위기는 미국의 국내 정치와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 일본의 소외 우려 등 지정학적(geopolitical) 변수들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 간의 북한 문제 인식 차이가 얽힌 고차방정식이다.
먼저 북한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혹은 핵실험 등의 도발을 멈춘다면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핵위협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와 보수 대법관의 상원 인준, 러시아 특검 등 미국 국내 현안들로 인해 북한 이슈가 미국 정치의 중심부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관심이 멀어진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끝까지 철저한 감시와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행위자는 결국 우리 정부와 국민이다. 서정건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UN) 등 국제기구와 공조를 강화하고 미국 정부와 북한 정권을 상대로 비핵화 이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라는 희망적인 슬로건으론 안보 미래 보장 안돼
최근 미국 사회의 동맹국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실패와 대규모 금용 위기를 겪었다.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미군사훈련 중지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현실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이 서정건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파트너와의 관계가 동맹의 기본 구조라면 단순히 한미동맹 강화라는 우리의 일방적이고 희망 섞인 슬로건만으로는 안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안보 정책을 전격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을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북한문제와 한미동맹을 둘러싼 이념적 편향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우선주의’ 안보 정책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정건 교수는 올 2학기부터 연구년을 맞는다. 이 기간 서 교수는 미국 의회 산하 우드로 윌슨 센터(Woodra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에서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 교수는 “북한 정책을 둘러싼 미국 정치의 변화, 그리고 한미 양국의 대통령과 의회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면서 “미국 내 정치적 역학관계와 맞물려 나날이 복잡해져가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우리 외교가 나아갈 길을 찾는 데 기여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정건 교수 프로필>
정경대학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미국 의회와 정당, 미국 외교정책과 외교사에 대해 연구중이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美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Wilmington에서 5년간 조교수를 지내다 2012년부터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Legislative Response to Constituents' Interests in New Democacies(2018, SSCI)" "Trump By Nixon: Maverick Presidents in the Years of US Relative Decline(2018, SSCI)" 등이 있다.
한승훈(커뮤니케이션센터, aidenhan213@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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