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교수가 먼저 ‘스스로 배우는 법’ 보여줘야”
2018-05-31 교육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1) 박현 경제학과 교수
“우리 교실은 살아있는가”를 주제로 특강 개최
“연구는 ‘배움의 본보기’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경희 Fellow(교육)’의 첫 수상자가 선정됐다. 박현 경제학과 교수, 문돈 국제학과 교수, 오창식 원예생명공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교육 우수사례를 시상하고 구성원과 공유하며 경희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17년 경희 Fellow(교육) 제도를 신설했다. 2008년부터 시행해온 ‘경희 Fellow(연구)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선정대상은 최근 5년간 학부강좌를 매년 1강좌 이상 담당하고, 3년간 학기별 강의평가점수 평균이 85점 이상인 교원이다. 학장 및 학과장, 본인, 선정위원회, 학생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강의 수월성’, ‘교수방법 개발 및 교육 개선 노력’, ‘학생과의 소통’, ‘학생 지원’ 등의 요소를 살펴 선정했다.
‘경희 Fellow(교육) 제도’에 선정된 교수에게는 상금과 교육점수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박현 교수를 시작으로 총 3회에 걸쳐 수상자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학생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시는 교수님, 토론을 통해 지식의 활용 방법을 가르쳐주시는 교수님, 매번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강의, 통찰력을 기르는 수업 방식, 수업내용의 본질을 묻는 시험, ‘너만 배우냐 나도 배운다’, 연구하는 교수님….
학생들이 말하는 박현 교수 강의의 특징이다. 경희 Fellow(교육) 선정위원회가 최근 2년간 박현 교수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강의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기대보다 많은 답변이 쏟아졌다. “앎에 대한 욕구가 차올랐다” “주어진 대로 생각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자세를 배웠다” “생활 속에서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할 것을 독려하신다”
박현 교수 강의에 어떤 특별함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응답한 것일까? 박현 교수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더 나은 경희교육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월 24일 서울캠퍼스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우리 교실은 살아있는가?”를 주제로 ‘경희 Fellow(교육) 수상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네오누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동료 교수, 교직원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건 ‘스스로 배우는 법’
오랜만에 넥타이를 맸다는 박현 교수는 선정과정에서 수고해주신 많은 분들과 강연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될까’ 함께 상상해보자”라며 특강을 시작했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호기심을 끄집어 내지 못한다는 것. 박 교수는 “학생들이 현재의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충분히 대비할 수가 없다”라며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
교수는 본인이 전달해야 할 지식과 학생이 요구하는 지식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고, 교수가 먼저 ‘스스로 배우는 법’을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교수가 비판적 사고와 그 과정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지 못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주어진 교재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를 분석·비판하며 기존 지식의 한계를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지식의 발전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 ‘첫 번째 직장’을 잡는 데 함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박현 교수가 말하는 ‘배움의 본보기’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연구 활동이다. 박 교수는 “교수가 연구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없고, 보다 심각한 것은 ‘배우는 태도’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구는 교수의 기본자세이자 직업과 삶에 대한 성실성의 지표이며,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보여줄 수 있는 실천적 표상이라는 것이다.
취업 교육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박 교수는 취업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취업 교육에 함몰되거나 순간적 기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로버트 허친스(Robert Maynard Hutchins) 전 시카고 대학 총장의 말을 빌려 취업 교육의 방향을 언급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노동자들은 평생 동안 평균 4번, 많으면 7번까지 직장을 바꾼다. 7년 반 만에 새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첫 직장과 대학은 가깝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으로 갈수록 대학과 점점 멀어진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고 졸업한다면 궁극적으로 좋은 삶을 살 것”이라며 “교육이 첫 번째 직장을 잡는 데 함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 생활화하면 우리 교실은 살아난다
그래서 우리 교실은 살아있는가? 이에 대해 박현 교수는 “공부를 생활화했느냐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으면 우리 교육은 살아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교수님이 계시다. 이런 ‘예외적인 교수님’이 평균적인 교수님이 되는, 배움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스마트폰을 하는 등 강의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학생들도 강의실에 존재한다. 강의실이 액티브하게 살아나려면 학생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송재룡 사회학과 교수의 질문에 박 교수는 “학생의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학생만의 문제인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제도의 문제인지는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특강을 들은 장현영(정치외교학과 13학번) 학생은 “취업 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바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학생들도 교수님들께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현 교수 프로필>
연구 분야
· 동태적 일반균형이론, 경제성장론, 공공경제학
학력
·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92)
·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 및 수학 학사 (1985)
경력
·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2000-현재)
· 영국 에섹스 대학 경제학과 조교수 (1994-2000)
· 미국 뉴욕주립(버팔로) 대학 경제학과 조교수 (1992-1994)
주요 논문
· “A Simple Dynastic Economy with Parental Time Investment in Children’s Patience”(with T. Haruyama), Economic Modelling, 61(2017), pp.235-247.
· “Ramsey Fiscal Policies in an Endogenous Growth Model”, Economic Theory, 39 (2009), pp.377-398.
· “Indeterminacy and Fiscal Policies in a Growing Economy”(with A. Philippopoulos), Journal of Economic Dynamics and Control, 28 (2004), pp.645-660.
· “On the Dynamics of Growth and Fiscal Policy with Redistributive Transfers”(with A. Philippopoulos), Journal of Public Economics, 87 (2003), pp.515-538.
※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2) 오창식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기사는 곧 업데이트 됩니다.<편집자 주>
▶ 관련 기사 보기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2) 오창식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박은지(커뮤니케이션센터, sloweunz@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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