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간’을 우선해야 암 치료 가능

2018-06-25 의과학경희

정상설 후마니타스 암병원 개원준비단장은 “환자들에게서 존중과 배려를 받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후마니타스 암병원 개원준비(2) 정상설 개원준비단장 인터뷰
‘의료 민주화’·‘환자를 배려하는 문화’ 정착 위해 노력
“의료정보를 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블록체인 활용 제안

‘암을 넘어선 삶.’ 오는 10월 5일,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바탕으로 암 환자의 무너진 인간다움(Humanitas)을 회복시키는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문을 연다. 유방암 분야의 명의 정상설 교수를 개원준비단장으로 임명하고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구성되는 등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암병원 개원 관련 소식 두 번째로 정상설 개원준비단장을 만나 ‘환자 중심 병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 주>.

유방암 분야의 명의, 국내 최초 유방보존술 도입, 국내 최초 유방암 환우회 설립 주도, 핑크리본 캠페인 주도. 정상설 단장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유의 희망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며 의술과 함께 인술을 펼쳐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그런 그가 후마니타스 암병원과 인연을 맺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인간 존중’에 기반한 그의 인생철학이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추구하는 가치 ‘암을 넘어선 삶, 암으로 무너진 개인의 인간다움 회복’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인간사회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 환자들 역시 의사들에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료 민주화’와 ‘환자를 배려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그 뜻을 이어나갈 수 있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로움·우울증 겪는 암 환자, 의료기관이 품어야”
경희 후마니타스 암병원은 ‘인간’에 주목한다. 정밀의학 중심의 의학, 치의학, 한의학 전문 다학제 팀을 통해 특화된 암병원 핵심 진료모델을 만들고, 암 면역 치료 및 연구에 주력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아울러 진료와 치유가 결합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치유 프로그램은 경희가 보유한 학술 역량을 치료와 결합시켜 환자의 몸과 마음의 조화와 균형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의학과 인문학, 예술, 체육 분야가 융합된 치유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경희의료원에서 운영되면서 의학적 검증을 거쳤다.

정상설 단장은 “암 환자들은 수술 후 외로움, 우울증 등을 겪는다. 그건 완치된 것이 아니다. 병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를 의료기관이 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올해 초 외로움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이 임명됐다.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한 것. 정 단장은 영국 사례를 들며 “외로움은 정상인에게도 문제가 되는데, 환자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암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NCI는 암 환자 사망원인의 55%가 암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그 원인에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외로움 등 부정적 감정이 포함돼 있다. 암 환자를 위한 다각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이유다.

후마니타스 암병원 외관 조감도. 암병원은 지상 7층, 지하 2층, 연 면적 약 6,000㎡ 규모로 경희의료원 전면 좌측에 들어선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해 환자 중심 의료·공공성 확대
정상설 단장이 후마니타스 암병원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의료 민주화’와 ‘환자를 배려하는 문화’의 근저에도 ‘인간’이 있다. 병원과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의료 민주화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정 단장은 “의료 정보를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제안했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에 정보를 보관하는 시스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모든 기록 및 관리 권한을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시켜 정보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 단장은 “의료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되면 환자 개인의 의료정보 권리가 각 개인에게 돌아가 환자 중심의 의료 실현과 공공성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구글, IBM, 인텔 등은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환자들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거나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약자가 소외되지 않는, 외로운 환자를 안아주는, 환자가 주권을 갖는 의료 환경. 정상설 단장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이 꿈이 후마니타스 암병원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다.

후마니타스 암병원 1층 로비 조감도.

“환자 중심 병원, 구성원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야”
정 단장은 “암 환자를 위해 수술 이외 다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것은 병원과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오픈해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데, 후마니타스 암병원은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 과정에 암병원의 가치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다. 치유 프로그램도 의료기관은 물론, 대학, 대학원, 사이버대, 외부 전문가의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4월 개최된 치유 프로그램 중 하나인 ‘힐링투어길’을 들려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진과 암 환자들은 서울캠퍼스 곳곳을 걸으며 감성적 교감을 나누고 회복 의지를 다졌다.

프로그램은 경희사이버대학교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윤병국 교수의 기획과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를 비롯한 암 전문의들의 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지식 경험이 더해져 완성됐다.

재능기부로 무용학부 학생들의 장고춤, 김보성 대북 연주가와 서예가 소엽 신정균 작가의 합동공연이 열렸다. 김한수 CF 감독은 암 환자들을 위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정상설 단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환자들에게서 존중과 배려를 받는 병원이라고 평가되는 환자 중심의 후마니타스 암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 중심 문화를 환자 중심으로 바꿔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구성원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문화다”라며 구성원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 관련 기사 보기
후마니타스 암병원 개원준비(1)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출범
 

 
<정상설 후마니타스 암병원 개원준비단장 프로필>

정상설 후마니타스 암병원 개원준비단장은 1980년대 후반 국내 최초로 유방보존술을 도입하고, 1999년 유방암 조기 진단 시약 브레첵(Breacheck)을 개발한 유방암 분야의 권위자다. 가톨릭의대와 서울성모병원을 거쳐 경희의료원 유방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유방암학회 초대 이사장, 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 대회장, 국제의료기술평가 학술대회(HATI)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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