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북한 경제체제, 제2기로 진입”
2018-05-08 연구/산학
우승지 교수, 15년 연구 성과 결집한 <남북관계의 이해> 발간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제3의 길’ 제시
“북한을 지원할 나라는 한국.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한반도의 봄’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다. 남북 및 동아시아 질서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이때, 국제대학 우승지 교수가 해방 이후 70여 년 간의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남북관계의 이해>(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3년부터 남북 관계를 천착해온 우승지 교수는 이번 책이 갖는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의 연구방식에서 벗어난 객관적 접근’을 꼽는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통해 남북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낸다. 우승지 교수를 만나 전문가로서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회부터 들어봤다.<편집자 주>
“평창 80점, 판문점 100점”
Q) 남북관계 연구자로서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았나?
긍정적으로 봤다. 좋은 합의가 나왔으며, 앞으로 성과가 더 나올 거라 예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측을 많이 배려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화통한 지도자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잘 드러난 극장식 연출(Theatre Performance)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부터 이어진 것인데 평창올림픽이 80점이었다면 정상회담은 100점이다. 올림픽에서는 공정성이 결여된 부분, 자원 봉사자에 대해 대우가 부족한 부분 등 아쉬운 점이 보였지만, 정상회담에서는 그런 아쉬운 점을 찾을 수 없었다.
판문점을 정상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판문점은 휴전협정이 이뤄진 장소이자 분단의 상징이다. 같은 민족이 서로 총구를 겨누는 곳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다. 이번 회담을 통해 판문점의 상징성이 바뀌었다.
Q)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는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스케줄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남북 두 정상은 앞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를 구상하고 경제 교류, 민족 교류를 해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교류할 준비가 충분히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는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김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2011년부터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전까지 ‘핵을 내세운 경제 체제’다. 2기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선언한 시점에서 시작된다. 김 위원장은 인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경제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힘과 기반이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평화를 이뤄야 한다”
Q) 북한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나?
북한이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나라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넉넉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나라가 같은 민족인 한국이다. 한국은 자본은 물론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다.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 교류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학계가 더욱 진지하고 냉정하며 실현 가능한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많은 연구자가 남북관계를 분석해 왔지만, 정책 지향적 연구와 이념 지향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Q) 기존의 남북관계 연구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는가?
북한 체제의 정체성과 전략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당파나 이념을 기준으로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나는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2003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5년 경희대로 옮겨 국제정치와 남북관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이해>를 출간했다. 지난 70여 년간의 남북 대결과 경쟁의 역사를 엮은 내용으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복합적 관점을 통해 접근했다.
Q) <남북관계의 이해>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총 4부로 구성됐으며 1부에서는 1948년부터 2008년까지의 남북관계, 북한 인권문제 연구의 쟁점과 과제 등 남북관계 연구의 쟁점과 과제를 다뤘다. 2부에서는 데탕트 시기의 남북화해, 한미동맹 등을 통해 냉전 시기의 남북관계를 이해한다. 3부에서는 2·13합의 이후 북한의 핵전략과 대남전략, 김정일 시대 북한의 국제 관계론 등 탈냉전 시기 북한의 대전략을 살펴봤다. 4부에서는 북한 선진화 전략 등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해 고찰했다.
‘진보는 보수를, 보수는 진보를 배워야’
Q) 앞으로 대북 정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지난 70여 년간 남북관계의 역사는 분단사였고 숙적사였다. 1세대 통일 정책은 전쟁 직후 냉전 시대의 산물이었다. 2세대 통일 정책은 한국이 민주화되고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보수적 통일정책과 진보적 통일정책이 공존했다. 2세대 통일정책 담론은 특정 정권의 통일 정책은 맞고 반대되는 통일 정책은 틀렸다고 강요하는 것이었다.
제3세대 통일정책의 핵심은 진보는 보수를 배우고 보수는 진보를 배우며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융합해 성숙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보수가 안보를 강조하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데 비중을 둔다면, 진보는 상대적으로 북한에 양보하는 입장이 강하다. 또한 보수가 신중한 편이라면 진보는 과감하게 결정하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 정부가 보수의 통일정책까지 포용하는 제3세대 통일정책을 펼치려면, 자기성찰과 함께 더 많은 사유가 있어야 한다. 지금 나온 성과가 좋다고 해서 진보는 옳고 보수는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Q) 남과 북이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통일을 꺼려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은 한 민족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 분단된 현시점에서는 국토 면적, 인구, 경제 규모 등 여러 면이 부족하다. 한국은 강대국으로 둘러 싸여있기 때문에 이대로는 힘들다. 남과 북이 힘을 합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선도국가가 돼야 한다.
우승지 교수는 ‘남북관계 3부작’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남북관계의 이해>가 그 시작이다. 두 번째 저서는 박정희·김일성 시대의 남북관계를 다루고, 세 번째 저서는 1940년대부터 2018년 초까지의 남북관계사를 탐구할 계획이다. 박정희·김일성 시대의 남북 화해에 관한 연구는 2015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2020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김상수(커뮤니케이션센터, s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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