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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유일한 자산은 열정”

2018-05-25 교류/실천

장익경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Endowed Chair) 겸 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Eminent Scholar). 그는 “미국 대학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연구 논문을 써야 한다. 하지만 승진과 성공만을 위해 연구를 한다면 탁월한 성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익경 하버드대 의대 석좌교수가 들려주는 ‘교수의 삶’
하버드대, 1년 6개월~2년 동안 7단계에 걸쳐 정교수 자질 평가
“자신의 연구 분야 널리 알려 ‘공동 연구’ 확대해 나가야”

지난 4월, 전국의 모든 대학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를 받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감축 등 대학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복합적이고도 급격한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모든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혁신의 실마리를 찾고자 장익경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부속 매사추세츠 제너럴병원(MGH) 심장내과 석좌교수(Endowed Chair) 겸 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Eminent Scholar)를 만났다. 경희대 의대 73학번인 장 교수는 1987년부터 MGH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5년 하버드대 의대 석좌교수 자리에 올랐다.<편집자 주>

정교수 승진 심사의 핵심요건은 ‘논문’
하버드대의 교수 평가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정교수 자질 평가에는 보통 1년 6개월~2년이 소요된다.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MGH 심장내과의 경우 담당과장, 내과부장, 전체 교수 심사위원회, 외부 전문가 검증 등 7단계 평가를 거쳐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승진 심사 요건은 ‘논문’이다. 논문의 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정 편수가 돼야 담당과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 까다로운 평가 기준과 절차로 인해 부교수로 정년을 마치는 교수들도 많다.

MGH 심장내과 교수 100명 중 정교수는 13명에 불과하다. 타 진료 과의 정교수 비율이 30%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교수가 전체 전임 교수의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대학과 큰 차이가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7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정교수 비율은 전임 교수의 51.6%로 나타났다. 경희대의 정교수 비율은 64.5%에 달한다.

장익경 교수는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은 인사 평가를 할 때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업적만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매우 공정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은 공간·인력·재정 지원이 없다”
한국의 모든 대학은 교수의 연구와 교육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 대학은 교수에게 공간, 인력, 재정 등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수가 연구를 하고 싶다면 교수가 나서서 연구비를 수주해야 한다. 그 연구비로 연구원을 채용하고, 공간 임대료를 내야 한다. 한국 대학처럼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책임시수 조정도 없다.

미국 의대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 강의 이외의 시간에 연구를 한다. 그렇다고 진료와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장 교수는 “치료와 교육, 연구를 융합해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평일 저녁과 주말, 휴일에 연구를 하고 있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익경 교수는 2017년 한 해에만 20편의 논문을 썼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은 350여 편에 달한다. 이는 장 교수가 석좌교수로서의 특혜에 안주하지 않고 이뤄낸 성취여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버드대 의대의 정규 직급은 정교수까지다. 석좌교수는 일종의 권위(Prestige)이다. 석좌교수가 되면 정교수와 달리 진료와 수술 시간을 줄여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경희대 의과대학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장익경 교수. 의대 73학번인 장 교수는 2014년 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로 임용되면서 모교와의 인연을 다시 맺고,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자문, 특강 등을 통해 모교 발전과 후학 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여전히 일주일에 4일 환자를 본다. 그는 “임상보다 연구가 더 재미있지만,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때 발전할 수 있다”라며 “수술을 하지 않으면 감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임상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상과 연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장익경 교수는 오전 6시 30분에 회진을 도는 등 남들보다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점심시간도 10분 남짓. 31년째 이어온 MGH에서의 일과다.

근무 시간 외에 잠을 줄여가며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연구 논문을 써야 한다. 하지만 승진과 성공만을 위해 연구를 한다면 탁월한 성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익경 교수의 열정은 동료 교수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MGH의 명예학장 로만 디샌티스(Roman DeSanctis)는 석좌교수로 임명된 장 교수에게 “당신은 의학교수들이 지속적으로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장익경 교수는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구는 혼자 할 수 없다. 기초 연구자와 임상 연구자는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협업하면서 공통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것은 ‘협업’의 결과물이다.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을 조기 진단하면 갑작스러운 사망, 심장마비를 예측 및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 등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는지 널리 알려라”
장 교수는 “이런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연구자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돼 있어 공동 연구자를 찾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연구자들이 자기 분야 외의 논문은 거의 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연구자 정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기 연구 활동을 적극 알려야 공동 연구 제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환경도 큰 영향을 끼쳤다. MGH와 MIT는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장 교수는 “MGH가 있는 보스턴 내에만 MIT를 비롯한 90여 개의 대학이 있다. 공동 연구자를 보스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희의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물리적 환경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홍릉 주변의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과 교류하면서 서로 무엇을 연구하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공동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익경 교수는 1980년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희대와 자매결연을 통해 퓨쳐 패컬티(Future Faculty)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벨기에 루벤대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7년간 루벤대 부속병원에서 내과와 심장내과를 전공했다. 당시 지도교수인 디자이어 콜린(Desire Collen) 교수의 권유로 1987년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겨 현재 MGH 심장내과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4년 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로 임용되면서 모교와의 인연을 다시 맺었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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