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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보코바 교수, 경희대 강단에 서다

2018-03-30 교육

지난 3월 27일(화) ‘제1회 보코바 특강’이 개최됐다.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를 시작으로 경희대에서 특강, 콜로키엄, 학술회의, 공동연구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제1회 보코바 특강, ‘국제협력과 지구적 리더십’ 강조
“교육과 문화가 가진 소프트파워(Soft-power) 활용해야”
학생들 “세계시민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뜻깊은 강의였다”

지난 3월 27일(화)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 강의실. 250여 좌석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경희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전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보코바 교수는 지난 2월 경희대에서 명예평화학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경희의 미래’에 동참했다. 그 첫 행보로 3월 26일(월)부터 4월 6일(금)까지 특강, 콜로키엄,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희 구성원 및 시민들과 만난다. 27일에는 ‘국제협력과 새로운 리더십(Global Engagement & New Leadership)’을 주제로 ‘제1회 보코바 특강’이 개최됐다.

“인류는 기후변화 등 공통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보코바 교수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빈곤,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는 공통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협력과 지구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하고, ‘유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의제를 채택하는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았다. ‘파리기후협정’은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제한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며,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인류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 포퓰리즘, 보수화 등으로 국제사회가 분열되면서 합의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보코바 교수는 문화적 다양성과 과학적 연구,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과 정보 교류를 통한 전환적 힘을 함양하는 소프트파워(Soft-power)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교육과 문화의 힘을 활용해 굳건한 국제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적 의제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보코바 교수는 강연에서 “인권존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으로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간 존엄성, 다양성 존중하는 보편적 가치 ‘새로운 휴머니즘’ 추구해야”
보코바 교수는 국제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이를 교육을 통해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시리아, 이라크, 말리 등에서 문화유산의 파괴를 목도한 경험을 들려준 그는 “극단주의자들이 문화를 파괴하는 것은 정체성을 공격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려는 것인데, 타인의 문화를 수용하지 않는 자세에서는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문화적, 종교적,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코바 교수는 “인류는 문화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역사를 알게 되면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것이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이자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화와 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휴머니즘(New Humanism)’이 바로 그것이다. 보코바 교수는 유네스코 사무총장 재임 시절부터 인간 존엄성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존중,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에 바탕을 둔 새로운 휴머니즘을 강조해왔다.

보코바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인권존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으로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 후 학생들은 “세계시민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보편적 가치,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질문을 쏟아냈다.

“평화를 위해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필요하다. 대학도 노력해야”
강연 후 학생들은 “세계시민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보편적 가치 도출, 소수 민족의 문화 포용,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간 중재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질문을 쏟아냈다.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해결해야 할 역사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이에 보코바 교수는 “서로 대화하면서 역사를 함께 읽어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례를 언급했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섬이다.

보코바 교수는 “유네스코는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군함도 등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유네스코는 일본에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표기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보코바 교수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평화를 위해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필요하다”며 “대학도 학생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보코바 교수는 강연 서두에 경희대의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직 제의를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경희대는 1981년 유엔에 ‘평화의 해/날’ 제정을 제안하는 등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평화를 위한 교육에도 앞장서왔다. 이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코바 교수의 특강은 향후 경희대를 대표하는 대형 강좌로 확대될 계획이다. 콜로키엄은 정례 학술회의 혹은 공동연구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코바 교수가 초빙되면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재도약은 물론 경희대의 국제화 역량도 새로운 차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250여 명이 이리나 보코바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을 찾았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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