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재생에너지가 미래다”
2018-04-03 교육
피터 슈묵 교수,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와 인간 정신의 창조성’ 특강
“과거 TV 안테나 자리에 풍력발전기 설치해 에너지 문제 해결할 수도”
“어렸을 때, 석탄 광산 때문에 주변 마을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 1~2년 만에 석탄 개발은 끝나버렸고, 그렇게 훼손된 마을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지난 3월 28일(수)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독일 괴팅겐대학(University of G?ttingen) 피터 슈묵(Peter Schmuck) 교수가 특강에서 한 말이다.
미래문명원에서 주최한 이번 명사 특강 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와 인간 정신의 창조성(Sustainable Future City & Happiness Ⅰ)’으로 독일의 재생에너지 마을과 그것을 이루게 한 배경을 조명했다.
가축분뇨와 곡식을 에너지원으로 개발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92%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로 충당되고 있다. 화석연료와 핵연료는 재생 불가능하고 가격과 공급 면에서 불안정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환경오염의 원인물질이라는 단점도 있다.
슈묵 교수는 이 문제점에 착안해 2000년부터 8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독일 괴팅겐(G?ttingen) 지역 윤데(J?hnde) 마을에서 재생에너지 연구를 시작했다. 가축분뇨, 볏짚, 옥수수단, 우드 칩(건축용 목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무뿌리와 가지 등을 칩 형태로 잘게 만든 것)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윤데 마을은 재생에너지로 전기 공급량 100%를 확보하고 난방의 약 50%를 해결하게 됐다. 이미 2005년에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수치를 60%가량 줄였다. 독일 정부가 2050년까지 감축 목표로 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슷한 수치다.
매년 만 여 명의 방문객이 윤데 마을에 방문해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확인하고 배운다. 슈묵 교수는 “주민들이 마을 홍보를 할 때, 대학 연구소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은 뺀다. 섭섭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주민들의 주체적인 자세는 마을을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자기 효능감을 높여 성공 이끌었다”
피터 슈묵 교수는 마을의 성공 요인으로 주민들의 자기 효능감(자신이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꼽았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주민들이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슈묵 교수는 타 지역 재생에너지 마을의 성공 사례를 윤데 주민에게 보여주고 그 지역 사람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다. 환경 전문가, 과학자 등을 초빙해 재생에너지 마을의 장점과 성공 가능성을 듣게 해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주민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 이득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화석연료 값은 계속 올라갈 테지만 재생연료는 더 저렴해질 수 있다”라며 재정적 이유를 꼽았지만, 10년 전에 이사 온 한 가족은 “지역사회와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참여했다”라는 등의 이유를 밝혔다.
“지역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 도입해야”
1990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약 4%였고 2017년에는 약 2%로 오히려 떨어졌다. 독일은 1990년 약 1%에서 2017년 약 36%로 성장했다. 현재 독일에 140여 개의 재생에너지 마을이 있으며 40여 곳이 재생에너지 마을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윤데 마을과 같은 농촌은 1인당 약 1.2헥타르의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재생연료를 조달할 수 있다. 피터 슈묵 교수는 한국에 윤데 마을의 사례를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른 방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집마다 TV 안테나가 달려있었다. 현재 TV 안테나를 사용하는 집은 거의 없다. 그 자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된다. 인구분포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인간분뇨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것이다. 지역 특성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된다.”
특강을 주최한 미래문명원 이한구 원장은 “지난 3월 14일에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향후 200년 뒤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인공지능, 핵전쟁, 변종 바이러스 등을 잘 대처하지 못하면 인류는 치명적인 타격을 맞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인류 스스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명사 특강에 참석한 손나오미 학생(경영학과 18학번)은 “화석·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지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상수(커뮤니케이션센터, s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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