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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는 왜 프로이드를 흉내 냈는가”

2017-11-10 연구/산학

문학은 과학이라고 주장한 나보코프는 ‘흉내 내기(mimicry)’를 창작 기법으로 차용했다. 나보코프는 자신의 주요작품에서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꿈의 분석 등 주요개념을 흉내 냈다.

권택영 명예교수, 미국 유명 출판사에서 연구서 펴내
과학과 문학의 융복합 연구로 나보코프와 프로이트의 ‘미묘한 관계’ 분석
“철학과 심리학 등 인접 학문을 연계해 해외로 나가라”

경희대 영어학부에서 35년간 재직한 권택영 명예교수가 최근 미국의 저명 출판 그룹 ‘로우맨 & 리틀필드(Rowman & Littlefield)’의 계열사인 ‘렉싱턴 북스(Lexington Books)’에서 <나보코프의 프로이트 흉내 내기: 과학으로서 예술(Nabokov’s Mimicry of Freud: Art as Science)>을 출간했다.

1986년 문학 평론가로 등단한 권택영 교수는 그간 <바이오 휴머니티: 인간과 환경의 경계를 넘어서>, <잉여 쾌락의 시대: 지젝이 본 후기산업사회> 등 학술 저서 14권, <정신분석비평: 이론과 실제> 등 비평이론에 관한 7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1990년에는 국내에 포스트모더니즘을 본격 소개했으며, 비평이론 및 한국 문화에 관한 글을 발표해왔다.

1994년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의 저서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고, 그 후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구했다.

모방과 비판을 활용한 나보코프의 예술
권 교수가 이번에 펴낸 <나보코프의 프로이트 흉내 내기>는 나보코프와 프로이트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프로이트의 심리학과 나보코프 문학의 관계를 치밀하게 탐구한 것이다.

러시아 태생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여러 소설을 집필했다. <롤리타>에서는 성인 남자와 소녀의 사랑을 그렸고, <아다>에서도 금기시되는 남녀 관계를 다뤘다. 나보코프는 유아기의 ‘기억’이 인간의 삶에 반영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공감하며 유사성과 모방, 비판, 혐오 등의 양상을 소설에 표현했다.

권 교수는 “심리학에서 보는 기억과 인지는 두 영역이 아니고 하나다. 나보코프는 ‘흉내 내기’ 전략을 활용해 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프로이트를 적대시하면서 모방하는 나보코프의 미묘한 관점을 파고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영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나보코프와 프로이트의 연관성을 탐구한 이 저서는 영문학, 심리학, 뇌과학, 예술 등 관련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권택영 교수는 2011년 ‘나보코프와 프로이트에 관한 기억’이란 주제로 쓴 논문을 계기로 2012년 렉싱턴 북스에서 주관하는 ‘프로이트와의 대화(Dialog-on-Freud)’ 시리즈에 책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지난 5년 동안 권 교수는 미국, 영국 등 국제 학회에서 이 주제에 관해 발표했다.

권 교수는 “연구와 강의, 출판은 뗄 수 없다. 강의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려면 연구를 많이 해야 하고, 연구하면 논문이나 책으로 저술하게 된다. 안 쓰면 기억은 날아 간다. 연구를 기록해야 그다음의 연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세계 석학이 주목하는 권택영 교수의 연구
<나보코프의 프로이트 흉내 내기>는 여러 석학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제프리 버만 뉴욕 주립대학교 영문과 교수는 “권택영 교수의 이 경이로운 책은 나보코프의 예술과 프로이트 이론의 연관성에 대해 놀라운 결론을 냈다”라고 평했다.

장 미셸 라바테 펜실베니아대학교 영문과 교수는 “권 교수는 여러 이론과 철학을 끌어들여 나보코프와 프로이트를 기민하게 분석했다. 나보코프와 프로이트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연구로서 문학과 정신분석학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피터 루딘스키 플로리다대학교 영문과 교수는 “이 심오한 연구서는 융합연구의 역작이다. 예술과 과학, 철학과 정신분석을 활용해 나보코프의 이해를 도왔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권 교수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문학을 사랑해야 한다. 철학과 심리학 등 인접 학문과 연계하면서 영어를 익혀 해외로 나가라.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권 교수의 저서는 국제 유명저널 ‘Studies in the Novel’을 포함한 여섯 곳에서 서평을 실을 계획이고, 국내에서는 영어영문학회지를 비롯한 주요 저널 세 곳에서 리뷰될 예정이다.

김상수(커뮤니케이션센터, s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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