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벨벳과 촛불 이후, 시민 목소리가 ‘정치’ 돼야”
2017-10-10 교류/실천
Peace BAR Festival 2017(7)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
경희대·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CoNGO)·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등 참여
“벨벳·촛불혁명에서 나타난 시민의식, 새 미래 열 수 있는 가능성”
“촛불혁명은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말한 ‘힘없는 자의 힘(Power of the Powerless)’이 실현된 것이고,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Voice of the Voiceless)’가 들린 현장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중요하다. 그 목소리가 정치화, 사회화, 역사화 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지난 9월 21일(목) ‘제36회 UN제정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2017’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UN 세계평화의 날은 1981년 경희대가 주도적으로 제안, 그해 11월 제정됐다. 경희는 이후 매년 UN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PBF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9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전환의 시대: 촛불과 평화의 미래(Together for Peace: Respect, Safety and Dignity for All)”를 대주제로 PBF를 개최했다. PBF 첫날 기념식에 이어 원탁회의가 열렸다.
“벨벳·촛불혁명, 시민 스스로 일어난 비판적 시민운동”
원탁회의 주제는 ‘벨벳과 촛불 이후: 자유, 시민, 미래’. 토론자로 미카엘 잔토프스키(Michael ?antovsk?) 하벨도서관장, 리베르토 바우티스타(Liberato Bautista) 전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CoNGO) 의장, 게리 제이콥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사무총장,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송재룡 경희대 대학원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체코 벨벳혁명과 한국 촛불혁명의 동질성과 차이점에 대한 논의로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자들은 벨벳혁명과 촛불혁명에서 표출된 시민의식에 주목했다.
바우티스타 전 CoNGO 의장은 “벨벳혁명과 촛불혁명은 비정부기구(NGO)와 같은 특정 단체가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난 비판적 시민운동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두 혁명에서 나타난 시민의식을 보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의식 전환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잔토프스키 관장은 벨벳혁명의 과정을 설명한 뒤 “개인의 의식 전환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1977년 1월, 공산주의 정권 치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77헌장’과 함께 반정부 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참여자는 극작가이자 시민운동가 바츨라프 하벨을 포함해 24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 그 숫자가 2천 명으로 늘어났고 1989년 벨벳혁명 당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20만 명에 달했다.
벨벳혁명을 통해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 독재체제가 붕괴됐다. 시민의 힘으로 무혈 민주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하벨은 탈공산화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첫 대통령을 지냈으며,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이후 체코 대통령으로 재신임 됐다.
하벨은 사회에 내재된 ‘힘없는 자의 힘’에 주목하면서 억압체제에 맞서 싸웠다. 그는 전체주의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억압체제에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는 ‘힘없는 자’들의 침묵이라고 생각했다.
하벨은 “국가가 제시하는 거짓말 속에서 살지 말고, 나의 의식에 따라 살아야 한다”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잔토프스키 관장은 이 같은 하벨의 생각을 들려주며 ‘힘없는 자’들이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행동에 나선 사건이 벨벳혁명과 촛불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촛불혁명, 실질적인 권력이 시민사회에 있다는 것 보여줬다”
토론자들은 벨벳혁명과 촛불혁명에서 나타났듯이 개인의 의식 전환이 시민사회, 나아가 정치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시민사회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박영신 교수는 “정치는 단순히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밝힌 뒤, 변화를 일으키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이콥스 WAAS 사무총장은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전 세계적으로 혁명의 동력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였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권력과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촛불혁명 역시 실질적인 권력이 시민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혁명의 연속성 위해 역사적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시각 키워야”
토론자들은 벨벳혁명과 촛불혁명을 넘어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다양한 시민혁명의 사례를 언급한 후, 혁명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박영신 교수는 “촛불혁명을 통해 시민들은 이웃에 관심을 갖고 불공평에 함께 분노하면서 개인을 넘어섰다. 이제 또 다른 희생, 또 다른 각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범세계 수준으로 확장해 나갈 때 촛불혁명이 의미 있는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룡 교수는 “혁명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규모 시민운동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참여의식이 있는 주체적 시민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래야 시장 자본주의 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우티스타 전 CoNGO 의장은 “새로운 정부가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을 배반하면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켤 수 있어야 한다. 혁명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혁명을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줘야 한다”며 대학과 학계가 그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힘, 대학이 키워줘야”
토론자들은 문명전환 시대에 필요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뒤, 한 차원 높은 시민의 각성과 세계시민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우티스타 전 CoNGO 의장은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정치적 지혜와 함께 정치적 의지를 가져야 하고, 시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밝히는 용기를 갖는 한편 정치인들이 정치적 의지를 가지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이를 대학이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마련된 토론 자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의식을 심어주고, 사회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인데, 경희대가 글로벌 시민의식을 키워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잔토프스키 관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데도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보를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가치관을 형성하고, 인성을 개발하는 이 모든 과정이 대학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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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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