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의학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다”
2017-05-26 연구/산학
한의학과 정창현 교수, 원반의 <증치심전> 전편 역주
<증치심전>의 의학사적 가치 재조명… ‘온병학’ 초기 이론 담겨
“온병학 활용해 신속하고 적절하게 급성열성전염병 대처 가능”
메르스(MERS), 지카바이러스, 사스(SARS) 등 신종전염병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말라리아, 홍역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들 전염병을 포함해 열성 질환을 연구하는 한의학의 학문 분야가 바로 온병학(溫病學)이다.
<증치심전(證治心傳)>은 온병학 초기 이론이 담겨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 한의과대학 최초로 온병학을 정규강좌로 개설해 강의해온 한의학과 정창현 교수가 <증치심전(證治心傳)> 전편을 우리말로 번역한 <증치심전역주(證治心傳譯註)>(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를 출간해 그 의학사적 가치와 의미를 다시 밝혔다.
이 책은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교주 및 해설을 덧붙여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연구자들이 기초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온병 관련 이론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온병학 발달사에서 <증치심전>의 저자가 갖는 학문적 위상을 조명한 해제도 실었다.
섭천사에 100년 앞서 온병학의 기초 이론 제시
<증치심전>은 중국 명말청초 시기에 원반(袁班)이 지은 의학서로 서문과 14편의 논설로 구성돼 있다. 병인, 병증, 진단, 치료, 예방, 의료윤리 등 의학 전반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원반은 청대의 천재 의학자 섭천사보다 100여년이나 앞서 온병변증(溫病辨證) 방법의 하나인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의 원형을 제시하고 역전(逆傳), 순전(順傳)을 언급했으며, 사기(邪氣)가 코나 입을 통해 침입하며, 대부분 상초(上焦)를 먼저 손상한다고 봤다. 이것은 모두 그동안 섭천사의 독창적 견해로 여겨졌던 것들이다.
정 교수는 “명말청초 시기 몇 십 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전염병이 끊이지 않았고, 원반은 전염병 연구에 매진해 체계적이고, 선진적이며 발달된 이론을 세웠다”며 “섭천사에게 원반의 정신이 살아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반과 <증치심전>은 온병학 발달사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 존재를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증치심전역주>의 발간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증후에 맞는 처방으로 신속하게 전염병에 대처”
현재 우리가 <증치심전>, 크게는 온병학에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계속 새롭게 출현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현대 의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 교수는 온병학에 대해 “사기(邪氣)가 들어왔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열병의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증후를 100여 가지로 구분해, 그에 맞는 치료법을 만든 것”이라며 “양방에서는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온병학에서는 환자의 증후에 맞게 이미 분류돼 있는 처방을 사용해서 신속하게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황제내경>과 함께 온병학 관련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온병학에는 2천 년 동안 누적된 진단, 치료, 예방과 같은 노하우가 녹아 있다”며 “전염병뿐 아니라 현대인의 성인병까지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들어있어 앞으로 온병학이 널리 보급돼 국가의 질병관리 체계에도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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