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17-05-01 교육

조인원 총장과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목련대화에서 전환의 시대를 맞은 인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더 나은 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서울과 국제캠퍼스에서 ‘총장님과 함께하는 목련대화’ 개최
“함께하는 시대 전환, 상상과 정치의 끝과 시작” 주제
조인원 총장, 학생 500여 명과 함께 사회·정치 문제 토론

‘더 나은 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명사적 전환과 대학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조인원 총장과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이 같은 주제를 놓고 함께 고민했다.

지난 3월 30일(목)과 4월 6일(목) 서울과 국제캠퍼스에서 ‘총장님과 함께하는 목련대화’ 자리가 마련됐다. 목련대화에 앞서 조인원 총장은 신입생 20여 명과 벚꽃산책(캠퍼스 투어), 다과회 등을 통해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캠퍼스에서 “함께하는 시대 전환, 상상과 정치의 끝과 시작”을 주제로 열린 ‘목련대화’에는 총 500여 명의 학생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전 총장과의 대화에서 제안된 의견 반영해 독립연구 개설
그동안 조인원 총장은 총장과의 대화, 북토크 등을 통해 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정치 문제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2015년에는 학생, 교수, 직원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대화의 시간을 가졌으며, 그 내용은 지난해 2월 단행본 <내 안의 미래>(한길사)에 담아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제안된 학생들의 의견은 교육, 행정 등에 반영되기도 했다. 2016년 신설된 ‘독립연구’가 대표적이다.

‘목련대화’에 앞서 조인원 총장은 신입생 20여 명과 ‘벚꽃산책’(캠퍼스 투어), 다과회 등을 통해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 선택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어”
봄꽃들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양 캠퍼스에서 진행된 ‘벚꽃산책’과 ‘목련대화’. 이 자리에서 조인원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적응 여부, 고등학교 생활과 달라진 점 등을 물으며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조 총장은 때론 인생 선배, 때론 정치학자, 때론 교육행정가로서의 견해를 들려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목련대화’는 조인원 총장의 특강, 김민웅 미래문명원 교수와의 대담, 학생과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조인원 총장은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특강을 시작했다. 조 총장은 “시대 부조리에 항거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 촛불집회, 더 많은 편익을 원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의 재앙, 이는 세상의 문제이기도 하고,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사태도 마찬가지다. 조 총장은 “영국의 국방성 산하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는 돈이 있는 테러집단이나 개인도 생화학무기를 소유할 수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더 이상 테러, 양극화,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들이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상과 가능성을 오늘로 불러오는 ‘미래의 회상’ 필요”
우리는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조인원 총장은 “오늘날 인류는 기후변화, 대기오염, 자원 고갈, 생태교란, 양극화, 사회갈등 등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국제적인 유대감과 공동·보편의 가치를 함께 가꿔가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것이 교육이 풀어가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라고 말했다.

조인원 총장은 이를 위해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보다 더 정답을 잘 찾는 기계의 등장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정답을 찾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비판적 사유를 넘어 대안적 사유를 키워주는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생각의 방식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면서 현실 너머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 앎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그 대안 속에서 합의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학습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원동력으로는 ‘현실의 한계를 헤쳐 갈 수 있는 상상’을 꼽았다. 조 총장은 “누구도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그냥 맞이할 것인가? 준비된 상태에서 맞이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도래할 미래를 위해 우리의 상상과 가능성을 오늘로 불러오는 ‘미래의 회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질의응답에서 전환의 시대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 뒤, 학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신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면서 ‘확장 가능한 보편성’을 견지해야”
대담에서 김민웅 교수는 지구적 문제가 ‘나와 우리의 긴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조인원 총장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이를 풀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요청했다.

조인원 총장은 실존적인 해법 모색과 함께 의식 혁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그 한 예로 촛불집회를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념 논쟁과 패권 확장에 함몰된 현실정치의 근본 원인을 ‘닫힌 사유’라고 진단한 뒤, 시민들이 스스로 촛불을 들고 각성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집회에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편견과 배제, 분리의 정치로 인해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보편의제가 ‘허구’ 또는 ‘거짓’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했다. 조 총장은 “지난해 연말, 옥스퍼드 사전이 ‘탈진실(post-truth)’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 단어가 진실과 허구,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이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며 “자신이 가진 신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면서 ‘확장 가능한 보편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박효진 학생(국제학과 16학번)은 “흔히 ‘정치’하면 정치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총장님께서 정의하는 정치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면서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정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인원 총장은 “정치는 좁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권, 혹은 국가권력이라는 틀에 귀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나를 표현하고, 타자와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현실 정치인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모두 정치인이라는 것이 조 총장의 시각이다.

“목전에 둔 사회진출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전환의 시대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 뒤, 학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하인준 학생(Hospitality 경영학부 11학번)은 “오늘날은 환경, 정치, 국제정세, 경제 등 모든 면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개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종원 학생(체육학과 13학번)은 “총장님께서 현재는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하셨는데, 이 시기에 학생으로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인원 총장은 “학생들이 사회진출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00세, 그 너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목전에 둔 사회진출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학 생활 4년 동안은 ‘내 삶 속에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타자가 행복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총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대학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경희는 학생들의 종합적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미래창조스쿨(가칭)을 설립한다. 취업과 창업을 중심으로 NGO/NPO, 새로운 삶의 방식 등 모두 네 분야로 나누어 지원 체계를 수립,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마련된 양 캠퍼스 ‘벚꽃산책’과 ‘목련대화’는, 학생들이 경희의 자랑스런 역사와 비전을 재확인하고 캠퍼스 너머 더 넓은 세계,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강연과 대담, 질의응답은 소책자 형태로 정리돼 더 많은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3월 30일(목)과 4월 6일(목) 서울과 국제캠퍼스에서 개최된 ‘목련대화’에는 총 500여 명의 학생이 자리를 같이 했다. 사진은 국제캠퍼스에서 개최된 ‘목련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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