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총장과의 대화 ‘나의 강의, 나의 연구: 무엇이 더 필요한가’ ① 서울

2015-12-24 교류/실천

조인원 총장과 교수, 심도 있는 대화로 대학발전 방안 도출
“불합리한 관행·제도 개선 위한 대학혁신위원회 발족할 것”

총장과의 대화가 ‘나의 강의, 나의 연구: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주제로 12월 3일(목) 서울캠퍼스, 12월 8일(화) 국제캠퍼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총장과의 대화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여름에 이뤄진 두 차례 대화 참석자는 양 캠퍼스 학생들이었고, 이번 12월 대화는 양 캠퍼스 교수진과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6~7월 조인원 총장은 국제와 서울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 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정치 문제를 공유한 뒤,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대학은 총장과의 대화 이후 취업, 창업,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준비에 착수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교수진과 총장과의 대화는 교수진과 대학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나눈 의견은 학술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와 정책 수립에 반영될 예정이다. 두 차례 행사에는 조인원 총장과 150여 명의 교수진, 부총장단, 교무위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서울캠퍼스 총장과의 대화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학술, 대학혁신, 미래상 등 수렴된 구성원 의견을 대학 정책에 반영하겠다”
조인원 총장은 대화에 앞서 인사말을 전했다. 조 총장은 인사말 첫머리에 <미래대학리포트>를 소개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미래대학리포트>가 올해 발간됐다”고 말한 조 총장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가치, 미래대학의 모습, 우리가 함께 맞이해야 할 미래사회에 대한 화두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미래대학리포트>에 1만 5,000여 명의 재학생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총장과의 대화, 북토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직접 들었다”며, 조인원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미래관과 학생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절박함도 느꼈다”고 밝혔다.

조 총장은 “학생들은 가치지향적인 삶을 원하는 이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이야기했다”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교수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미래대학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고 전한 조 총장은 “학술과 대학혁신에 관한 의견을 수렴해 대학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임교원 책임시수 15시수 원칙, 후속 조치 마련할 것”
이날 내년부터 시행될 전임교원의 책임시수 조정 계획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경희는 학술문화 진흥을 위해 국내외 석학, 우수 교원을 영입해 교원 수를 2007년 1,180명에서 2013년 1,481명으로 확대해왔다. 전임교원 책임시수는 2008년 18시간에서 15시간, 2011년 15시간에서 12시간으로 줄여왔다. 그러나 국내 주요대학에 비해 전임교원 책임시수가 낮고,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미흡하고,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면서 교육 여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조정하는 한편, 이 같은 조치가 연구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관련 내용은 지난 11월 20일 부총장단 명의로 전체 교수에게 서신으로 발송됐다.

많은 교수들은 부족한 소통 끝에 책임시수가 늘어난 것에 안타까움을 전한 뒤, 시수 확대가 불가능한 전공과 교수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는 “2010년 3월 이후 임용된 교수는 연구 실적이 두 배로 강화되면서 12시수라는 책임시수를 보장받았는데, 연구비도 삭감되고 책임시수까지 늘어나면서 연구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구성원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균태 서울부총장은 “12월부터 시작되는 다음 학기 강의 배정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먼저 공지가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15시수를 원칙으로 하되, 탁월한 연구 성취를 거둔 교수진과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신임 교수에 대해서 책임시수 감면을 포함하는 유연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조인원 총장은 전임교원 책임시수는 학생들의 학습 만족도 향상과 관련해 고려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전한 뒤, <미래대학리포트>에 반영된 학생들의 전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전임교원을 충원했지만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주요 대학에 비해 낮고, 증대된 교수진 규모는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래대학리포트> 통해 준비해온 성숙한 대학평가 지표 만들 것”

교수들은 대학평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밝힌 뒤, 대학의 핵심가치 강화를 주문했다. 물리학과 권영균 교수는 “대학은 근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획일적인 평가 지표에, 현재 유행하는 분야, 취업만을 위한 부분을 평가하는 대학평가를 거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장진 교수는 “연구력 중심의 대학평가로 대학의 논문 수가 늘어났지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와 관련된 논문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 같은 원인을 정부의 과도한 경쟁 부추기기에서 찾기도 했다. 장진 교수는 대학이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에 충실할 것을 요청했다.

조인원 총장은 학계가 존중할만한 평가 지표가 있다면, 대학이 평가를 받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현 대학평가의 문제는 획일적인 평가지표의 일괄 적용, 경쟁과 서열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학의 특성과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평가가 대학 고유의 가치와 자율, 학문적 권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평가 결과는 학생들의 사회 진출과 동문의 사기에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어, 이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총장은 이어 “<미래대학리포트>를 통해 준비해온 성숙한 대학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교육, 연구, 실천 분야의 핵심가치를 강화하고, 학계와 사회가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지표를 자체적으로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술위원회 구성해 학문간 연계협력 방안 모색”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프라임 사업)에 대한 의견도 발표됐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대학과 학과간 정원 교환을 허용해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제도다. 기존 학과 통폐합 등으로 학사구조 개편과 정원조정을 선도적으로 진행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 원이 지원된다. 송상호 교수의회 서울지회장은 “대학의 프라임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 정원 감축이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프라임 사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련 논의는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상협 미래정책원장은 “프라임 사업에 대한 정량평가 항목 비중 등이 확정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교육부로부터 프라임 사업에 대한 제안서도 받지 못해서 구성원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부분이 조심스러웠다”고 전한 뒤, “문제는 2월 말이면 심사를 받기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하는 촉박한 시일”이라며 프라임 사업과 관련해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조인원 총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대학이 신중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말하면서 “프라임 사업 확정안이 발표되면 공개적인 토론과 소통을 통해 의견을 조율해가자”고 말했다. 이어 조 총장은 “학문적 권위와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이상적인 학문단위와 학제간 협력은 글로벌 추세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그리고 정부 사업과 무관하게 심사숙고해봐야 할 주제”라는 생각을 밝혔다.

경희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년 내 곧 다가올 학령인구 급감, 대학원 활성화, ‘100세 시대’의 평생 고등교육 문제 등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미래를 향한 학문단위 조정과 학문간 연계협력을 논의해왔다. 타 대학에 비해 평균규모를 벗어난 학과 수가 많고, <미래대학리포트>를 통해서 드러난 학생들의 융합교육, 다전공 교육, 자유로운 과목 선택에 대한 필요와 희망, 학문단위 역량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조정할 계획이다.

조 총장은 “해외 명문대학은 한 학과에 적게는 30~40명, 많게는 100여 명이 넘는 교수진이 있는데, 우리 대학은 소수 학과, 학부를 제외하면 한 학과 평균 교수진이 10.6명 정도”라며, “학생들이 대학생활 4년 동안 10여 명의 교수진에게 전공교육을 받게 되면서 과목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 동일 교수진이 가르치는 본교 대학원 진학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학문단위는 “학생들의 학습권, 강좌 선택권을 강화하고, 미래사회가 요청하는 교육·학습을 연계·협력을 통해 만들어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는 “정부의 프라임 사업과 무관하게 고심해야 할 부분이며, 학생들도 다양한 학습권에 목말라 한다는 사실을 여러 소통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전했다. 조 총장은 이를 위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학술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문명과 산업구조의 큰 변동과 함께 사회적, 지구적 문제를 풀어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고, 이런 21세기적 현상이 시사하는 것은 학문 분야 간 적극적인 연계협력과 이를 통한 대안 모색이다”라면서 “학술위원회를 통해 미래사회, 미래문명이 요청하는 학문체제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교원인사제도, 교육, 실천 부분 지표 확대해 개편 중
교원인사제도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의학과 정민형 교수는 “교원평가제도가 강화되면서 신임 교수의 승진이 어려워졌다”면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인용지수, 주저자 반영 비율 상향 등 규정 개정을 요청했다.

교원인사제도와 관련해 조인원 총장은 “기존의 연구중심 평가 기준에서 교육, 실천 부분으로 지표를 다양하게 확대하는 등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연구와 관련해서는 “이·공 계열에선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존중하고, 전체적으로는 논문과 저서, 창작의 깊이와 수준, 학계 기여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제도는 2014년 9월 교원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한 후 수차례 논의를 거쳐, 지난 11월 24일에 열린 8차 합동교무위원회에서 발표됐다. 이후 단과대학(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인원 총장은 대학행정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학혁신위원회 발족을 위한 준비 소식도 전했다. “도래할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창조적 혁신에 관한 구성원 의견을 상시적으로 수렴하면서 학술, 교육, 실천 분야의 탁월성과 권위를 고양하고, 구성원 스스로가 긍지와 포부를 느끼며, 학계와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대학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혁신위원회 설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조 총장은 “지금부터 성공적인 위원회 발족과 활동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자”고 말했다.

“구성원 스스로 존경하는 대학 함께 만들어가자”
공간·시설 등 연구 인프라 개선 요청도 있었다. 대학원 기초한의과학과 조익현 교수는 “그동안 연구 역량이 향상되다가 최근 정체, 하향되는 추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임 교수들이 연구 환경 구축의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 사업을 수주해오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연구비를 집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간’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라고 전한 그는 “캠퍼스 종합개발사업 ‘Space21’이 완공되는 2017년이 되면 공간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관련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이에 김영동 연구산학협력처장은 “외부 연구공간 확보와 중앙기기센터에 공동기기를 추가하는 등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중앙기기센터는 ‘Space21’ 사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악과 강형규 교수는 음악대학의 열악한 공간 환경 문제를 언급했다. 강 교수는 “음악대학은 세미나, 실기수업, 입시 실기, 재학생과 졸업생 공연 등 모든 행사를 단과대학 건물 내 리사이트홀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학생들이 합창,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면서 호흡하는 곳의 환경 문제가 심각함을 지적했다.

조인원 총장은 “공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면 좋겠지만, 재정 여건 상 서울캠퍼스는 한의과대학, 이과대학, 간호과학대학, 행복기숙사, 국제캠퍼스는 공과대학, 외국어대학, 종합체육관을 먼저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노후된 건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대학 공간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인원 총장은 대학혁신을 위한 교수진의 동참을 당부했다. 사회와 문명의 전환이 빠르게 일면서 대학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 조 총장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는 관행적 사유의 틀을 넘어서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함께 미래를 준비해가자고 요청했다. “앞으로 학술과 교육, 실천의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해 열린 의사소통과 정책기획의 장을 마련하겠다”면서 “구성원 스스로 존중하고 그 권위를 인정하는 미래대학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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