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인원 총장과의 대화 ‘미래로의 여정 - 정치와 대학’
2015-07-02 교육
미래 위한 개인·사회·대학 역할 재정의
조인원 총장 “시민적 성찰과 시민의식 고양 통해 미래를 열어가자”
조인원 총장과의 대화 ‘미래로의 여정 - 정치와 대학’이 지난 6월 4일(목)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피스홀에서 개최됐다. 행사를 주최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더 나은 인간의 미래를 위한 개인과 사회, 대학의 역할을 재정의 하기 위해, 정치학자로서 그 가능성을 모색해온 조인원 총장을 초청해 생각을 나눴다.
그동안 조인원 총장은 총장과의 대화, 북토크 등을 통해 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정치 문제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때론 인생 선배, 때론 정치학자, 때론 교육행정가로서의 견해를 들려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조 총장은 이번 행사에서도 학창시절 이야기로 시작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끌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행사는 김민웅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의 대담,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시민의식, 기성 정치와 권력 틀 넘어 ‘우주적 사유’ 일깨우자
김민웅 교수는 많은 학생들에게 고민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는 취업 문제로 대담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취업과 같은 현실적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데, 정치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조인원 총장은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생존을 위해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이듯이, 그 과정에서 “꿈과 희망, 행복을 찾아내고,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는 것 또한 인간의 숙명”이라고 전했다.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말하고, 또 말해야 하는 것은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 조 총장은, “의식에 내재하는 생존을 위한 불안의 정조(情調)를 더욱 적극적으로 집단의식, 공동체 의식으로 승화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안과 심려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식과 행동을 시민적 공감과 현실로 전환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정치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 사회진출과 같은 삶의 근본 동기를 체화해 마음 깊이 새기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시민의식은 그런 정치혁신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정치는, 조 총장에 따르면, “시민의식과 여론에 거의 모든 것을 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 총장은 권력 논리로 대변되는 정치의 고정 관념을 넘어서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정치는 좁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권, 혹은 국가권력이라는 틀에 귀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나를 표현하고, 타자와 관계를 설정하며, 자신의 삶을 조직하고 고양하는 과정인 동시에 인간적 활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정치인”이라고 조 총장은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정치’인 이 시대에는 시민 개개인과 사회가 새로운 시민의식의 열림과 고양을 통해 더 나은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총장은 의식의 또 다른 차원을 언급하며, “우리 자신의 사회적 삶을 이끌어갈 시민의식은 우리 주변 여건과 함께 ‘이 모든 것’의 원천인 세계와 우주로 확장돼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불과 몇 달 전에는 ‘내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내 생사의 문제, 긴박한 내 주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렇듯 질병과 기근, 인권, 폭력, 환경, 생태 등 인간이 생명체로서 체험하게 되는 모든 문제는 인간과 세계, 우주의 긴밀한 상호 연결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삶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세계, 우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인간은 인간의 생존과 이를 담보할 삶의 지혜와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우주 내 ‘초월과 연결’의 무한 가능성을 확인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의 ‘티끌(지구)’ 위에 생사의 숙명을 이어가는 인간은 그 무엇보다 우주의 자손이고, 기나긴 생명의 진화 여정에서 우주가 생성해낸 질서와 무질서를 체화해낸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 총장의 시각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꿈과 비전, 포부 갖고 준비하고 행동해야”
이어서 학생들은 과거 세월호 사건과 최근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정치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마저도 갖지 못하게 된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대학생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조인원 총장은 “우리 사회는 경제와 근대화, 먹고사는 문제가 다른 가치를 압도하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겪으며, 성찰이 경도되고 전망이 초라해진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인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민적 성찰과 집단 지성의 힘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과 현재가 지금 당장 요구하는 것에 함몰될 경우, 우리는 미래를 잃게 될 것”이라 밝힌 조 총장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오늘도 없을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미래의 나, 미래의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를 있게 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과 철학, 현실의 필요와 욕구가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뒤, “미래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는 단계적, 종합적 실천을 조직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으로 조 총장은 우선 “미래를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50년 전 세계대학총장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niversity Presidents, IAUP) 창립총회에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밝힌 기조연설을 소개한 조 총장은, “토인비가 당시 기조연설에서 밝힌 기아와 식량, 핵과 폭력 같은 인류의 문제는 전례 없는 현란한 문명의 성취를 이룬 지금에도 여전히 매우 중요한데, 그렇다면 지난 50년간 인류는 과연 무엇을 했나?”라는 반문을 제기했다. 세월호 사건에 얽히고설킨 부패와 비리, 행정 부실,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는 국가의 체계적 대응 부재, 시민의식 퇴조, 전망 부재 같은 구조적 문제를 놓고 볼 때, 이제는 “우리가 처한 역사와 현실을 되짚고, 미래를 전망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개인과 공동체의 꿈과 비전, 열정과 포부, 실천의지를 함께 일궈가야 한다. 미래를 위한 사회적, 지구적 실천에 함께 나설 때 우리는 변화의 가능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구체적 삶과 배움의 대안 만들어가길...”
학생들은 미래비전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조인원 총장의 의견을 청취한 뒤, 비전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대학생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조인원 총장은 “문제의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체화하고, 구체적인 배움의 대안을 만들어나갈 것”을 조언하고,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도 이 부분에 관한 지식과 지혜, 상상력”이라 말했다. 하나의 학문 분야 지식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인간의 문제, 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서로 소통해야 하고, 학생 스스로가 문제를 풀어갈 상상력과 창의력, 넓고 깊은 큰 배움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학문 분야의 전문화로 학문이 세분되면서 심지어 동일 학문, 동일 전공 분야 내에서도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와 타자, 공동체, 생태, 우주를 전일적(全一的)으로 사유하고, 인간 공동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전공 간 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태에 얽힌 우리의 문제는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의식과 사회병리, 역사, 시장, 정치, 윤리, 삶의 철학 등 포괄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메르스 사태 역시 감염과 의료, 보건의 관점뿐 아니라, 생명, 사회심리, 시민의식, 행정, 정치, 국제관계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가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조 총장은 설명했다.
학생들은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소통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뒤, 후마니타스칼리지를 통해 전공 간 벽을 넘어설 기회를 갖고,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인간의 가치탐색’과 같은 중핵교과가 인문학에 치우쳐져 있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간의 가치탐색’에서는 철학적 사유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인간을 이해하는 데는 철학적 사유도 중요하지만 빅뱅이론과 진화론 등 과학적 사유도 중요하다”면서 “과학적 사유를 더 깊게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적 가치’ 찾아나서는 한편, 사회 진출 돕는 대학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취업에 대한 불안을 토로한 학생은 오늘날 대학의 덕목, 경희가 가르쳐야 할 덕목은 무언가라고 질문했다.
조인원 총장은 “대학이 처해있는 현실과 대학이 추구해야 할 학문의 가치, 사회와 지구 차원의 공적 책무를 어떻게 조화해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인간의 ‘인간적 가치’를 찾아 나서고, 사회 진출을 돕는 대학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총장은 “시장경제의 삶과 정치, 세계화가 인류에게 물적 풍요를 주었지만, 인간과 시장의 위치가 전도되면서 풍요 속 빈곤, 소외와 갈등, 사회적 결속 부재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이를 보정하기 위해 인간의 근본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한 조 총장은, “인간의 인간적 가치, 사회적 가치, 지구적 가치를 고양하면서, 인류가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학문과 문명의 터전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재학생 모두가 사회 진출을 향한 큰 꿈과 열정을 키울 수 있는 배움과 실천의 여건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총장은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배로서의 조언도 건넸다. “지난 세월 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하는 후회는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학문과 삶, 미래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더라면, 지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학생들에게 “내 눈앞의 삶, 내 곁의 삶도 중요하지만, 더 큰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넓고 깊은 배움의 즐거움,’ ‘미래를 향한 꿈과 열정,’ ‘치열한 학문적, 실천적 도전 의식’을 한껏 키워갈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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