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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교수 명예(학사)학위 수여식

2014-11-17 교육

1951년 경희대 입학 후 63년 만의 졸업
“공부에 대한 한을 풀어준 경희”

경희대학교가 이정식 경희대 석좌교수(Eminent Scholar) 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에게 지난 10월 30일(목), 명예(학사)학위를 수여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UC Berkeley)에서 학업을 마친 이정식 교수는 해방 전후기를 중심으로 한 한국과 동아시아 현대 정치사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세계적 석학이다. 학문적 업적의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정치학회 최우수 저작상과 제1회 위암(韋菴) 학술상, 제8회 경암(耕岩)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어려움 많았지만 공부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미 UCLA와 UC Berkeley에서 학사, 박사학위를 받은 이정식 교수에게 경희가 명예(학사)학위를 수여한 이유는 1951년 6·25 한국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맺은 인연에서 찾을 수 있다. 1939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대륙의 최전선 근처에서 전쟁을 경험한 이 교수는 북한과 만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국 국공내전도 목격했다. 15세에는 어머니와 세 명의 남동생, 한 명의 여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 돼 학업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했다. 6·25 한국전쟁 중 월남한 그는 부산에 정착하면서 경희대학교(당시 신흥대학교)를 찾았다. “소년가장이 됐기 때문에 공부할 기회가 박탈돼 한이 됐는데, 신흥대학교가 그 한을 풀어줬다”고 전한 이정식 교수는 “전쟁이 한창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희대학교에서 졸업하지 못했다. 미군 부대에서 중국어 통역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미국 유학의 기회를 얻어 유학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번 학위 수여로 이정식 교수는 1951년 경희대 입학 후 63년 만에 졸업하게 된 것이다.

조인원 총장은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경희의 교가에 ‘온오(蘊奧)한 학술연구 온갖 노력 바치고...,’ ‘인류 위해 일하고, 평화 위해 싸우세’라는 구절이 있다”면서, “경희의 유서 깊은 전통인 이 두 부문, ‘학문과 평화’ 부문에서 평생 탁월한 성취를 이룬 분이 바로 이정식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학술 부문은 앞서 소개 자료가 말해주듯,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적 역동과 리더십,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일생에 걸쳐 넓고 깊게 천착하셨고, 평화 부문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최근 우리 대학에 오셔서 하신 특강 내용을 보면 모두가 수긍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특강에서 이정식 교수는 ‘지전설,’ ‘지동설’을 수렴하며, ‘중심과 변방’의 경계를 넘어서는 세계관을 주창한 조선시대 실학자 홍대용의 사상을 깊이 있게 다루며, 중화사상의 오류와 조선의 탈중심적(탈중화적) 국가관을 제시했다. 바로 “이 점이 보편가치를 온 인류사회에 착근시키는 전형적인 평화사상의 근저”라고 조 총장은 전했다. “단순한 ‘학문을 위한 학문’보다는 ‘학문을 통한 지적 실천, 지구적 실천’이 전제된 이정식 선생님의 위업을 경희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경희의 전신인 신흥대학 1년 수학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석학의 길을 걸어오신 이정식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명예(학사)학위를 헌정한다”고 수여의 변을 마쳤다.  



“대학은 인생의 준비과정”

학위 수여식 후 이정식 교수는 ‘나의 삶, 나의 학문’을 주제로 강연했다. 전쟁을 목격한 경험과 가족을 부양하게 되면서 겪은 어려움, 신흥대학교에 입학해 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우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 그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서 재앙이 오지 않았다면 더욱 고마웠겠지만, 이왕 재앙을 당해야 하고 그것이 복이 돼 준다면 고마울 수밖에 없다”면서 “전쟁과 소년가장이라는 재앙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배우고 한국 현대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될 수 있었다”면서 고마운 인생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식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대학은 인생의 준비과정”이라며 “대학 4년을 성실히 보내 인생의 토대를 잘 쌓길 바란다”고 말한 뒤 “대학에서 전공 외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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