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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수소 연료전지용 촉매?!

2023-05-22 연구/산학

화학과 이제승, 임성열 교수 공동연구팀이 커피 찌꺼기를 수소 연료전지용 비금속, 탄소 기반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화학과 이제승, 임성열 교수 공동연구팀 연구 성과 발표
연간 149,038톤 달하는 커피 찌꺼기 활용 방안

‘커피공화국’은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 사랑을 비유한 말이다.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67잔으로 세계 2위이다. 세계 평균 161잔의 두 배가 넘는다.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다. 우리가 흔하게 ‘커피 찌꺼기’라고 부른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추출할 때 약 15g의 커피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97g 정도는 커피박이 돼 버려진다. 실제로 201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커피 찌꺼기의 양은 14만 9,038톤에 달한다. 이렇게 배출된 커피 찌꺼기는 거의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커피 찌꺼기를 땅에 매립하면 온실가스인 메테인(CH4)이 배출된다. 이때 배출되는 메테인의 지구 온난화 지수(GWP)가 34에 달한다. 결국 커피 소비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커피 찌꺼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퇴비, 사료, 바이오플라스틱 등 여러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학계와 산업계에서 일부 이뤄지고 있다.

화학과 이제승, 임성열 교수 공동연구팀이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수소 연료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비금속, 탄소 기반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연구는 ‘Durable N-doped carbon electrocatalysts derived from NH3-activated coffee waste for the oxygen reduction reaction’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 학술지 <Journal of Electroanalytical Chemistry>(IF=4.598)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일반대학원 화학과 이현주 학생은 개발한 촉매의 비금속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개발한 촉매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버려지던 커피 찌꺼기 활용 연구로 이어져
임성열 교수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다.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를 다른 쓰레기와 섞어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다른 쓰레기와 섞인 커피 찌꺼기는 재활용할 수 없어 모두 매립 또는 소각된다. 그나마 수거된 커피 찌꺼기는 퇴비, 버섯배지 등 매우 제한적인 용도로만 활용되고, 수거 시스템도 매우 빈약하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커피 찌꺼기의 고부가가치 활용처가 늘어나면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도 활성화돼 폐자원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연구 수행 이유를 설명했다.

백금(Pt)이 들어가지 않는 비금속, 탄소 기반 촉매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수소 연료전지 촉매의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전기화학적 촉매 활성과 안정성이 낮다. 보통 인위적으로 합성된 탄소체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이제승, 임성열 교수 연구팀은 커피 찌꺼기를 단순 열처리하는 과정만을 통해 4만 번의 가속 안정성 테스트에도 수소 연료전지를 위한 산소 환원 활성을 유지하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제승 교수는 “촉매 제조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넓은 비표면적과 질소 원소의 도입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커피 찌꺼기를 동결건조해 기본적 기공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숯을 만들 듯 850~1,000℃의 온도에서 열처리하는 탄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얻어진 탄소는 비표면적이 약 100~200㎡/g 가량이다. 이를 다시 1,000℃의 온도에서 NH3(암모니아) 가스로 처리하면 비표면적을 농구장 6개 면적에 해당하는 2,400㎡/g까지 넓힐 수 있다. 이 교수는 “최종적으로 얻어진 탄소는 넓은 비표면적과 질소 원소의 존재로 인해 효율적으로 산소를 환원시킬 수 있는 전기화학적 촉매로 활용된다”라고 촉매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고가인 백금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커피 찌꺼기 수소 연료전지 촉매, 활용 방안 기대
논문의 제1저자인 일반대학원 화학과 이현주 학생은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이 촉매 합성법은 백금을 비롯한 어떤 금속도 포함하지 않고, 탄소 지지체 또한 찌꺼기에서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 따라서 기존의 수소 연료전지 촉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연료전지용 촉매로 사용한 백금은 고가이고, 연료전지 운영 중 산화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의 상용화를 위해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합성 공정 과정의 추가 최적화와 산소 환원 반응에 대한 성능 향상 등이 해결할 문제이다. 임성열 교수는 “촉매를 이용해 전극을 제작하고 실제 수소 연료전지 단일 셀에서 실험해야 한다. 이로부터 실질적인 수소 연료전지 장치 개발이 목표다”라며 “커피 기반 촉매에서의 반응 메커니즘을 다양한 분광분석 기법을 활용해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탄소 기반 비백금 촉매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 한다”라며 후속 연구를 소개했다.

이제승 교수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제조된 탄소는 흡착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포집에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안정하고 가벼운 수소 자동차용 수소 실린더의 충진재로의 활용도 기대된다. 커피 찌꺼기 외에도 다른 재활용 가능 폐기물을 선정해 연구 결과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대상 폐기물 1종을 선정해 커피 찌꺼기로부터 얻은 탄소에 버금가는 비표면적을 보이는 초기 실험 결과들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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