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호기심’은 연구의 원동력, 소통은 아이디어의 원천”
2023-04-24 연구/산학
2022 경희 Fellow(연구) 수상자 대학원 스마트관광원 조미희 교수
외식 산업에서의 친환경 경영 연구, 대기업 아닌 소규모 업체의 문제 다뤄
“작은 식당의 작은 실천이 지구 환경에 큰 변화 가져올 수 있어”
경희 Fellow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 제고와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대학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로 매년 교육과 연구 부문의 교원을 선정한다. 올해 초 발표된 2022 경희 Fellow(연구)에는 대학원 스마트관광원 조미희 교수가 선정됐다. 조미희 교수를 만나 연구 여정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조미희 교수는 1996년 국내 제과 기업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경희대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와 박사를 보냈다. 이후 플로리다주립대(Florida State University)를 거쳐 2017학년도 2학기에 경희대 교수로 부임했다. 경희대에 온 이후 지난 2021학년도까지 국제 1급(SSCI) 24개, 국내 1급(KCI) 18개의 논문을 쓰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였다. JCR의 ‘Hospitality’ 분야 1위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고, 국내외 학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Q. 경희 Fellow(연구)에 선정된 소감이 궁금하다.
2017학년도에 경희대로 오며 경희 Fellow 제도를 알게 됐다. 그때 경희 Fellow(연구) 수상을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단순하게 ‘경희 Fellow에 선정되면 영광스럽겠다’는 생각이었다. 목표를 이뤄 기쁘고 영광이다. 호텔관광대학에도 훌륭한 연구자가 많은데, 이번 선정에는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외식 산업의 친환경 경영, 경영자 측면에서 연구
Q. 경희대 부임 후에 활발히 연구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외식 산업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이 분야의 친환경 경영에 관심이 있다. 친환경 경영은 소비자 측면의 연구가 많았는데, 친환경 경영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경영자 측면에서 연구한다. 이런 친환경 경영은 경영학 분야에서 다루는 ESG와 조금 다르다. ESG는 거버넌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소규모 업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 연구 대상은 소규모 업체이다. 경희대 앞만 봐도 수많은 외식업체가 있다. 이들이 조금씩만 실천하면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ESG가 경영의 환경, 사회, 내부 경영인의 투명한 경영을 아우르는 개념이라면, 제가 연구하는 주제는 소규모지만 직접 환경에 영향을 주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외식업을 생각해보면 하루에 영업이 가능한 시점은 크게 두 번이다. 점심과 저녁인데, 이때를 놓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업체는 이 시기에 최대한 빨리 많이 팔아야 하기에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플로리다에 계신 교수님과 공동 연구하며 나눈 대화 내용이 있다. 유행이기도 했던 공개 주방 식당의 경우이다. 조리과정이 보여 고객의 신뢰성이 높고 흥미도 끌 수 있는 형태이다. 이런 형태의 식당 한 곳의 미세먼지를 측정했는데, 놀랄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주방이 열려 있기에 이 미세먼지는 고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시설에 관한 연구는 제 연구 분야는 아니지만, 외식업 경영자에 이를 알리는 작업은 할 수 있다. 제가 말하는 친환경 경영의 한 예이다.
Q. 외식 산업 분야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이다. 연구자가 그 흐름을 예민하게 파악해 연구하면 그 성과도 탁월하게 평가받는다. 2021년 한국외식경영학회의 학술우수상과 2021년 JHTM Highly Commended Paper Award를 수상했다. 어떤 연구들이었나?
2020년에 코로나19가 발발하며, 외식업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감염병 발발 초기에는 ‘외식하면 감염된다’라는 인식도 있었다. 소상공인들에게는 한두 달의 매출 급감이 치명적이라, 폐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 위험 메시지에 노출된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하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식당을 선택하는 요인이 코로나 이전·후에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기존에는 ‘가격’, ‘메뉴’, ‘맛’ 등이 주요 요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위생’과 ‘테이블 간격’ 등이 추가됐다. 변화된 환경에 외식업계가 새롭게 주목할 부분을 빠르게 제안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JHTM은 SSCI급 저널로 한해의 우수 논문을 선정한다. 해당 논문에서는 ‘메시지 프레이밍’이란 기법을 활용해 연구했다. 공동 연구자의 가족이 외식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업체를 통해 실험을 진행했다. 고객에게 ‘안심 외식’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 효과적인 메시지 프레이밍을 고민했다. 잘 보이는 곳에 ‘우리 업장은 오전과 오후에 2번 소독한다’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부착했다. 주로 언론정보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이를 직접 적용했다.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에 더 흥미롭고 뿌듯한 연구였다.
외부 요인에 큰 영향받는 외식업계, 이슈의 파급효과와 부정적 효과 최소화 방법 연구
Q. 2017학년도에 경희대 부임 후, 연구성과가 꾸준히 쌓였다. 활발한 연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먼저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다시 고민했다(웃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이 저를 연구로 이끌었는지 분석했다. 일단 스스로 연구를 즐기고 있는 점은 확실했다. 연구자가 된 이유도 그렇겠지만 ‘호기심’이 중요했다. 제가 연구하는 외식 분야는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이슈에 빠르게 영향받는다. 경제적 이슈를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적으로 경제적 이슈가 생기면,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외식을 줄인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면 집 앞 치킨집, 오리고기 집이 없어진다. 끊이지 않는 이슈의 파급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방법이 궁금하다.
이슈가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호기심을 해결하려니 연구가 활발해졌다. 한 국가 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 연구자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 학회에 갔는데, 한 연구자가 식당에서 주는 물을 먹지 않고, 양치질도 생수로 하는 모습을 봤다. 이유를 물으니 식당에서 주는 식수의 수질이 좋지 않아 생수를 따로 사용한다고 하더라. 그 연구자와 외식업체에서 주는 식수의 수질에 따른 고객의 반응과 수질에 관심 많은 소비자의 외식 패턴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식이다.
학생들도 연구의 원동력이 된다. 호텔관광대학은 대학원생이 많은 편이다. 이들 중에는 현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의 이슈를 접하는 정보의 원천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논문 심사 과정에서도 연구의 단서를 얻었다. 배달앱에 관한 발표가 많았는데, 미국에는 배달앱 활용이 적어 접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배달앱은 주로 한국과 중국에서만 활용되고 있었다. 이런 부분을 유럽과 미국 쪽 연구자들이 알 수 있도록 연구하기도 했다. 논문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FWCI가 10이 넘었다. 전적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얻은 아이디어다. 사회 경험이 많은 대학원생이 연구의 원동력이다.
Q. ‘외식 산업’이란 분야에 관심 가진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대학에서 식품 과학을 공부했다. 식품의 제조와 가공을 배웠다. 대학원에서는 식품 위생을 공부하다가 해태제과에 입사해 냉동제품 분야를 맡았다. 냉동 만두나 국수 같은 음식의 원재료, 공급자 선정 등을 담당했다. 그 가운데 회사에서 ‘외식사업 추진팀’에 뽑혀 외식 산업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회사에서 최고 경영자 과정을 보내줬는데, 학업 과정에서 외식 산업에 매료됐다. 회사에는 미안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석·박사를 다시 거쳐 연구자가 됐다. 현장에서의 소비자 조사, 마케팅 과정에서의 소통과 협업 과정이 연구자로서의 훈련이 됐다. 경희대에 와서 가르치는 과목에도 소중한 자양분이다.
“대학원생의 연구자 성장 여정 함께할 교수 존재 잊지 말길”
Q. 현장에서의 경험과 학문의 특성 때문인지, 교수님의 연구는 현장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팬데믹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 미세먼지 관련 논문, 외식 산업의 이슈 등이 그것인데,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학원생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 외식업체의 친환경 경영을 주된 주제로 삼는데,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업체에 관심을 더 둔다. 많은 분의 관심이 적은 분야이다. 산업군별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분석하면 식품업계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식품업계의 친환경 경영이 중요한 상황이다. 농업과 제조, 가공, 소비, 유통 과정에서의 온실가스도 많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많다. 모양이 예쁘지 않아 상품 가치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기후환경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업계 관계자의 인식도가 매우 낮다.
소상공인이 조금씩만 실천해 큰 파급효과를 내고 싶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는, 대학원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외식업체의 친환경 경영이라는 큰 주제로 다양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외식 업체들이 조금씩 변해 기후변화의 극복에 기여하는 실천적 연구가 최종 목표이다.
Q.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분들에게 말하기보다, 제가 잘해야 한다. 일단 호텔관광대학에는 훌륭한 교수님이 많다. 제가 연구의 영감을 얻는 대학원생들에게는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제 경험을 먼저 밝히면, 현장에서 다시 경희대 대학원생으로 돌아온 후 유학했을 때의 일이다. 미국에 가고 초반에는 굉장히 위축됐다. 자신감을 잃어서 막막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언어가 익숙해지고 나서는 새로운 점이 보였다. 경희대에서 배웠던 지식과 연구 능력이 세계적 대학의 그것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았다. 연구 경력이 쌓이며 세계적 연구자들과도 협업하는 기회가 늘었다. 지금 호텔관광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활발한 연구를 지속하는 교수님들이 대학원생 여러분이 학자로 성장하는 여정에 함께함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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