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미원렉처 (1)
2012-12-12 교육
피터 카젠스타인 코넬대 석좌교수 초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방법이 필요하다"
'2012 미원렉처(Miwon(美源) Lecture)’ 두 번째 특강이 지난 12월 3일 오비스홀 111호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이어, 미국 코넬대학교 피터 카젠스타인(Peter J. Katzenstein) 석좌교수가 연사로 초청됐다. 강연 주제는 '세계 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Civilizations in World Politics: Beyond East and West)’.
카젠스타인 교수는 국제관계와 비교정치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들에 주목하면서 국제정치경제, 대중문화ㆍ종교ㆍ법 관련 쟁점들과 세계 정치 속에서의 안보 및 문화를 주제로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으로, 2008년과 2009년 미국 정치학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저명한 정치학자 새무얼 헌팅턴(1972~2008)의 이론은 "유물론적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기존에 통용되던 이론의 문제와 정치적으로 위험한 세계 정치에 대한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조인원 총장,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통시적인 역사 해석 강조
조인원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그동안 미원렉처는 21세기에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인류사회의 당면 과제를 다루면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며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 관한 통시적 역사 해석을 전제로 불완전한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 나은 문명의 길을 찾아나서는 미원렉처의 지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젠스타인 교수는 강연을 통해 동서 문명의 양분적 시각을 넘어 문명의 새로운 정체성과 소통 가능성을 말씀해주실 것"이라고 소개한 뒤, "이러한 주장은 서로 다른 문명을 만들어온 인류가 차이로부터 비롯된 갈등과 폭력을 넘어서야 하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깊이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카젠스타인 교수, 서구적 시각에 따른 종래의 문명 이론 비판
냉전 이후, 세계의 지성과 정치지도자들은 문명 충돌을 예견했다.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소련의 몰락과 더불어 문명 간의 충돌, 즉 서구 문명이 중국-이슬람 문명과 서로 대립하는 '문명 충돌’이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의 문화와 이념에 대한 서구의 공격으로부터 중국이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팅턴 등의 주장에 대해 카젠스타인 교수는 "복잡하고 글로벌한 세계에서 관습적 사고와 공공 논쟁은 역설적이게도 동양과 서양이라는 단순 범주로 구분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이분법적 구분의 기원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한 제국주의 팽창의 문화적 근거가 문명인과 비문명인으로 이분화한 정치적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서양을 구분하고 문명 간의 차이를 부각시키며 충돌을 예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프로젝트"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문명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동서양에 걸친 문명화 과정들의 한 가지 예로 카젠스타인 교수는 중화화(中華化)를 제시했다. 그는 "중화화는 세계를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맞춘다는 뜻이지만, 이는 단순히 중국적인 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경험한 다양한 갈등과 그 속에서 형성된 전통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지역의 관습ㆍ동아시아 국제 규범들 간의 열린 대화를 통해, 다양하고 복합적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중국 문명이 형성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럽화, 미국화, 일본화, 인도화, 이슬람화 같은 다른 문명의 과정도 중화화와 유사하다"고 밝힌 카젠스타인 교수는 "문명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며, 상이하고 다양한 근대성들이 서로 대면하고 교류ㆍ진화하면서 타협하고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명은 단일화 되거나 배타적이고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적이고 다원주의적 경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카젠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문명 간의 차이가 ’충돌’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집단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문명의 본질을 왜곡하고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문명이 서로 충돌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는 현대의 정치인과 지성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동서양을 나누는 다리를 건너 지금껏 걸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여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미원렉처는 국내외 석학과 거장, 실천인을 연사로 초빙해 더 나은 인간과 세계,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특별 강연이다. 2010년 시작해 5회째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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