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세계 주요 언론 및 국제기구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 분석
2023-03-22 연구/산학
사학과 민유기 교수, 2022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 선정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 주제로 연구…‘여성 인권 차원서 인식함’ 밝혀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 가해자의 적극적·진취적 태도 필요”
사학과 민유기 교수가 2022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됐다. 경희대학교에서는 민 교수와 함께 비교문화연구소 김만권 교수가 참여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관련기사 보기)이 선정됐다. 민 교수는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을 주제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 말까지 연구를 수행했다. 민 교수를 만나 우수성과 선정의 의미와 연구 성과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주>
민유기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인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동안 세계 주요국의 언론 보도를 분석해 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세계 주요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로 여성 인권 차원에서 인식함을 밝혔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일본군 성노예제를 비판했고,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민 교수의 분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인식하게 돕는다. 이 문제는 학교 교육과 시민교육 차원에서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전쟁 시기 여성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하는 구체적 역사교육 주제이다.
우연한 기회로 세계 언론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 접한 후 분석 결심
Q. 연구 주제가 ‘세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이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는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가 있었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정부는 불가역적 협정을 맺었다. 이 합의 일주일 후에 제가 연구학기로 미국에 방문했다. 해당 협정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유럽 언론이 모두 비판적으로 평가하더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의 문제로 생각해왔는데, 이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임을 다시 깨달았다. 연구년 이후 관련 선행 연구를 살펴보며 세계 주요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국내외 학계에서 연구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문제의식을 정리한 후 연구팀을 꾸려 연구재단 공동연구에 지원해 선정돼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주요 언론이 30년간 보도한 내용을 분석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시선도 살폈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살피기 위해 미국사, 영국사, 프랑스사, 독일사, 동유럽사 전공자를 포함한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의 주관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가 맡았다. 전 지구적(transnational)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연구였다. 분석 결과 국제사회가 입을 모아 이 문제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자행된 전쟁 범죄이자, 여성 인권에 대한 유린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학계와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는가?
연구 결과를 한국학 분야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A&HCI 학술지인 <Korea Journal>의 2021년 3월 특집호에 영어 논문으로 게재했다. 이 논문을 한국어로 옮기며 수정·보완해 2021년 8월 14일에 『전쟁과 여성 인권: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심산출판사)라는 제목의 학술서로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다. 인권운동가인 故 김학순 위안부 피해자께서 1991년에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21년 봄은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가 불충분한 논증 자료로 위안부에 관한 비 객관적 논문을 발표해 국내에서 공분을 사던 때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관련 분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연구 결과가 영어 논문과 한국어책으로 발표된 이후 국내외 많은 연구자의 연락도 받았고, 몇 차례 초청 강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세계시민의 입장에서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 척도라는 점을 제시한 것이 연구의 의의다.
“세계적 보편 인식 이해하고, 사회갈등 야기 망언 줄어들길”
Q.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연구 결과가 문제 해결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와 이후 조처를 통해 확인됐다. 이 문제는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여성 인권 문제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숙도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 담화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일본 정치의 우경화와 역사 부정으로 문제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프랑스 주요 언론은 이를 ‘일본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평가한다. 진정한 문제 해결은 여전히 일본 정부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에 달렸다.
연구 결과에는 2015년 한일 간 정치적 합의를 비판하는 세계시민적 인식이 담겼다. 향후 바람직한 해결책 모색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일본 극우파의 편향적 역사 인식에 기대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연구 결과가 이 문제에 대한 유엔이나 미국 의회 등 세계적 보편 인식을 이해하게 하고,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일부 인사의 망언이 줄어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고 자신의 개인사를 정부에 밝힌 피해자가 238분이었다. 현재 10분만 생존해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피해자의 경제적 보상, 배상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역사 문제로 다뤄야 한다. 이런 역사는 또 반복될 수 있다. 전쟁이라는 위기 순간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이 과거의 역사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방향성이 있다면, 개별 국가 간의 식민 시기 외교적 갈등이나 민족 감정을 넘어 보편적 세계시민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세계 평화에 대한 공통의 전망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선결 과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진정 어린 접근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부끄러운 역사를 인정하고, 역사교육을 통해 알려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나 베타적 감정을 벗어나 어느 시대와 지역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는 인권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흐름이 국제적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Q. 이 연구는 세계인의 보편적 인식을 접하며 시작됐다. 사소한 일로도 볼 수 있는데, 평소 연구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연구 영감은 전공 분야에서 기인하는 특성에서 비롯한 방식으로 얻는다. 서양 근현대 도시문명사 전공자로 도시문화사, 정치문화사, 국제관계사, 젠더사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30여 권의 저역서를 출간했고,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에 9권은 학술원과 같은 각종 기관의 우수도서에도 선정됐다. 『전쟁과 여성 인권: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2022년 세종도서에 선정됐다. 역사학자는 늘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과거를 파헤친다. 사학과 전공 강의에서 하는 말인데, ‘역사는 미래학’이다. 과거는 더 먼 과거의 역사 행위자들이 희구하던 미래였다. 따라서 연구의 영감은 언제나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현실적 위기와 도전에서 찾아진다. 학문의 수월성 못지않게 사회적 효용성을 중시하는 역사학자로서, 매년 각종 연구비 지원을 받는 여러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다.
역사교육, 과거 인류의 미래였던 현재 파악할 수 있는 틀
Q. 역사적 문제의 해결과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위해 역사교육이 중요하다. 역사교육의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는 개인의 경험으로 치환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생각해도 그렇다. 지금의 개인들은 일본 여행을 통해 ‘일본인이 친절하다. 예의 바르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친절을 역사적 사실과 동일선상에서 해석할 수 없다. 개인적 감정과 경험을 넘어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행한 일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태어난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이 있다. 애향심이나 애국심도 마찬가지다. 민족주의의 근간인데, 민족주의를 신성시하면 안 된다. 베타적 민족주의는 타인과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세계시민이자 인류사회의 구성원으로 판단할 때, 민족주의적 역사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경희가 추구하는 세계시민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교양에 역사 관련 강의를 포함한다. 전공이 아니더라도 친숙하게 접근해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모색해야 한다. 역사교육은 과거 인류의 미래였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틀이 된다.
Q.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시문명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에게 경희대의 교시인 ‘문화세계의 창조’는 진리, 빛, 자유 등을 제시하는 세계적 대학들의 추상적 교시보다 가슴에 와닿는 실천적 지침이다. 사학과의 많은 교수는 의료사, 과학사, 도시사 등 국내외 연구자들과 융복합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실천적 학문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문명, 인권, 민주주의, 대학의 가치 등에 대해 학내 구성원과 공동연구를 해볼 생각이다. 그간 학부나 대학원 총학생회 및 대학주보의 요청에 따라 수행한 봉사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민주적·실천적 학문공동체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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