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지진 참사 현장에서 겸손을 배웠다”

2010-08-05 교류/실천

 

인터뷰/ 아이티 의료봉사단으로 현지에 다녀온
경희의료원 유재순 수간호사


“반세기 전만 해도 원조를 받던 우리가 아이티 난민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지난 2월 17일부터 11박 12일간 아이티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 지진 참사 현장에서 인술을 펼치고 돌아온 경희의료원 유재순 수간호사는 환하게 웃었다.

2010년 1월 12일,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는 200여년 만에 닥친 강진으로 하루아침에 ‘죽음의 섬’으로 바뀌고 말았다. 전 세계의 도움이 절실한 비극의 땅에 사랑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 경희의료원과 동서신의학병원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적십자사, 경찰병원과 함께 아이티 의료봉사단을 긴급 구성했다.

유 간호사는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자원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꾸준히 의료봉사를 해왔기 때문에 아이티에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희대학교 의료기관에서는 유 간호사를 비롯해 조형준 정형외과 교수, 김영식 방사선사 등 8명이 참가했다.

아이티로 가는 길은 멀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의 애틀랜타, 도미니크 공화국을 경유해 비행기만 36시간을 타야 했다. 아이티에 도착해 버스로 8시간을 더 달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했다. 아이티에 첫발을 디딘 첫날 86명을 진료했고, 일주일 동안 총 1611명을 치료했다.

지진 발생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부상 후유증과 여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 간호사는 “건물이 붕괴될까 두려워 도로에서 천을 덮고 자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라며 “오래 굶주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었고,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봉사단은 캐나다가 지어준 ‘평화병원’에서 진료 활동을 펼쳤다. 유 간호사는 외곽 지역을 방문해 여진 피해 환자와 산부인과 진료를 하기도 했으며, 우기에 창궐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또한 아이티 의대생들을 교육시켜 봉사단이 돌아간 후에도 주민들에게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작은 도움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아이티 사람들의 소박한 심성을 접하면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라는 유 간호사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우리의 활동이 너무 크게 비쳐져 오히려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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