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비교문화연구소 김만권 교수,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 선정
2023-02-06 연구/산학
‘대안공동체 인문학: 공유와 연결, 지속가능한 유토피아 연구’ 진행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한 걸음 더 내디딜 것”
비교문화연구소 김만권 교수가 참여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이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됐다. 비교문화연구소는 지난해 김재인 교수가 선정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하는 사업으로 대학 부설 연구소를 선정해 특성화 및 전문화 연구를 장려한다. 비교문화연구소는 인문학 교육과 연구의 연계를 고민했고, 그 결과 2018년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돼 6년간 대안공동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 공동체가 가진 공간과 경계를 재구성하는 대안공동체
김만권 교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의 지원으로 ‘대안공동체 인문학: 공유와 연결, 지속가능한 유토피아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새로운 가난이 온다>라는 학술 대중서를 집필했고, 저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김재인 교수님에 이어 우수성과로 선정돼 행복한 마음”이라며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과제가 일만 이천 개에 달하는데, 우수 과제로 선정돼 행복하면서도 선정 대상 중 유일한 학술 대중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대안공동체 인문학 연구는 2단계로 기획됐는데, 현재 1단계 연구가 종료됐다. 김만권 교수는 “시시각각 분열하는 한국의 공동체가 연구 배경”이라며 “분열과 갈등을 넘어 공유와 연결이 가능한 공동체가 없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의 핵심인 대안공동체는 불평등과 갈등, 혐오와 차별의 악순환에 빠진 기존 공동체에서 탈피하기 위해 비교문화연구소가 제안한 개념이다. 김 교수는 “대안공동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기존 공동체를 바라보는 개인 관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 대안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기존 공동체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동체는 ‘영토’, ‘민족’, ‘국가’, ‘폐쇄성’, ‘자본’ 등으로 구성된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어떠한 개인이 민족을 중심으로 기존 공동체를 바라본다면, 민족 중심 공동체에서 벗어난 공동체를 대안공동체로 부를 수 있다”며 “요컨대 기존 공동체가 가진 공간과 경계를 재구성하는 공동체가 바로 대안공동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공동체 실패 사유 파악해 반면교사 삼아
비교문화연구소는 현 시대의 공동체를 ‘공동체 없는 공동체’라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현존하는 많은 공동체가 공동체의 테두리를 둘렀지만, 그 내부를 살피면 분열과 갈등만 있고, 화해와 공존의 기능은 상실했다”며 ‘공동체 없는 공동체’가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교문화연구소는 도래할 유토피아를 위해 세계의 대안공동체 사례를 수집했다. 네팔의 다목적 협동조합인 ‘에쿼타 협동조합’, 캄보디아의 장애인을 위한 ‘케이코 공동체 학교’, 폐산업시설을 위해 모인 유럽의 예술가 노동 공동체가 그것.
네팔의 다목적 협동조합은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했던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만든 공동체다. 이들은 한국에서 ‘우리’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이 개념을 네팔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 결과가 ‘에쿼타 협동조합’이다. 이 단체는 ‘우리’라는 개념 아래 이익의 공동 소유, 통제 등을 도입했다. 캄보디아의 공동체 학교는 인류 화합을 위한 실험이다. 김 교수는 “여러 사례를 지켜본 결과, 새로운 공동체가 꼭 국가 차원의 공동체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공한 대안공동체 사례를 찾는 동시에 실패한 공동체를 찾는 노력도 병행됐다. 분열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속 공동체의 실패 원인을 탐색했다. 김 교수는 “공동체의 실패 원인을 파악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하는 공동체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결이 분열과 갈등 조장, 극복 위해 ‘경청’의 가치에 주목해야”
비교문화연구소와 김 교수는 기존 공동체를 개방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초연결사회가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연결된 개인 간 공유가 이뤄지지 못하고 분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열의 원인은 디지털 정보 사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정보의 가치가 조회수로 결정되자,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분열과 갈등을 높이는 자극적인 정보가 유통됐다. 김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청’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되는 정보를 경청해 재구성하고, 핵심적 가치를 파악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그는 “비판적 태도와 디지털 문해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역량을 키워줄 교육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만권 교수는 연구 결과를 쉬운 말로 풀어 대중에 알리기 위해 학술 대중서 발간을 결정했다. 그는 “전공인 정치철학은 정치학 중에서도 가장 접근이 어려운 분야로 1970~80년대 백인 남성의 학문이었고, 사회 권력자를 위한 학문이었다. 엘리트를 위한 학문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 현재 사회가 처한 문제를 알려야 했다”며 “대안공동체는 대중의 문제 인식이 뒷받침돼야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서 <새로운 가난이 온다>는 디지털 정보 기술이 일으킨 양극화 문제를 다뤘다. 디지털 기술은 사회 전반에 혁신을 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양극화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가난의 본질은 풍요시대의 가난을 뜻한다”며 “중산층 대다수가 중산층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불안으로 가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야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정보 기술이 초래한 양극화와 기존 공동체의 실패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젊은 세대에 호응받고 있는 능력주의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세대는 능력주의로 무장해 문제 해결을 국가와 사회에 의존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자기책임의 윤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책임의 윤리는 1980년대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며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됐는데 한국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이후 새로운 세대에 이식돼 많은 이가 공유하는 정서가 됐다”고 말했다.
"타인과의 공존, 책임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 재편해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자기책임의 윤리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일종의 개인적 대응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며 “구조적 변화가 일으킨 문제에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 사회가 제도적으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역량을 높이는 토양을 제공하는 한편 타인과의 공존을 추구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는 “대학 내에서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하지만 기회가 공정하더라도 모든 것이 공정하진 않다. 타인과의 공존, 책임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동체의 실패,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유토피아를 구축하는 일은 험난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유토피아 실현을 꿈꾸고 있다. 그는 “구축된 모든 유토피아는 언젠가는 다시 극복해야 할 현실이 된다. 모든 체제에는 부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기보다,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실천의 자세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변할 수 있다고 믿고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다”고 밝혔다. 그와 비교문화 연구소는 2단계 대안공동체 인문학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김 교수는 “2단계 연구에서도 학술 대중서를 발간해 학계의 연구 결과가 대중적 언어로 풀어지며 일반인의 삶 속에 확장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남겼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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