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피부처럼 늘어나는 금속 개발
2022-12-26 연구/산학
화학공학과 오진영 교수, 전자 피부 반도체 금속화 기술 개발
고분자 반도체와 금속 원자간 상호작용 이용해 이상적인 금속/반도체 계면 구현
외부 충격에도 늘어나고, 스스로 회복하는 전자 피부는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의 주요 소재로 빈번히 등장한다. 많은 이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 기술이 현실 속에서 구현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화학공학과 오진영 교수가 전자 피부 반도체 금속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피부처럼 늘어나는 반도체 소재에 적합한 연신 금속 기술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다.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 Advances (IF 14.136)>의 표지논문으로 12월 21일(수)에 공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진공 증착 통해 금속과 고분자 반도체 결합
오진영 교수는 전자 피부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전자 피부에 적합한 점탄성 있는 전자재료를 개발했고, 2019년에는 늘어나고 스스로 회복하는 고분자 반도체를, 지난해에는 사람의 체온으로 전기를 만드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오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금속화 기술은 전자 피부와 같은 폼팩터(Form factor) 전자기기에 활용되는 필수 소재 기술로 학계와 기업에서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전자 피부를 구현하는데 반도체 성능뿐만 아니라 전도체 특성도 매우 중요하다. 전자 피부 반도체 소자의 전도체 전극이 최종적으로 전류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전류를 전송할 때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와 전도체 간 전류 장벽을 낮추고, 전기 전도도는 높아야 한다. 기존의 연신 전도체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분자 전도체 혹은 탄소 소재를 주로 활용했다. 이 전도체들은 전기적 특성이 금속에 비해 떨어진다. 특히 탄소 소재는 몸에 유해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전자 피부에 활용되기엔 제한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전도체 소재가 필요했다. 오진영 교수는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금속, 그중에서도 은(Ag)을 전도체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곧바로 난관에 직면했다. 금속을 늘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진영 교수는 진공 상태에서 은을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오 교수는 “진공 증착 공정 과정에서 은 원자가 고분자 반도체층 안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현상이 늘어날 수 있는 은-고분자 반도체 혼합층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은 원자와 반도체 고분자 체인 간 물리적 결합으로 늘어날 수 있는 금속-반도체층을 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속은 늘어날 수 없다’는 상식을 깨트렸다.
높은 전기 전도도와 인체에 무해한 특성으로 전자 피부에 적합해
물리적 결합 이후 전도체 표면에 얇은 나노 금속 박막이 형성됐다. 오진영 교수는 “나노 금속 박막이 전기적 특성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나노 금속 박막은 적당한 두께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금속 박막 표면을 나노 스케일 단위로 관측해 나노 금속 박막에 수십 나노 크기의 균열이 있어야 오히려 잘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연신에 의해 금속 박막에 나노 스케일의 균열이 존재했지만, 물리적 결합으로 전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오히려 외부 자극을 더 잘 해소해줬다”고 설명했다.
오진영 교수가 개발한 금속 전도체는 많은 장점을 지닌다. 오 교수는 “고분자 반도체와 은이 원자 단위로 결합해 뛰어난 접착력을 가진다. 실제로 테이프로 여러 번 붙였다 떼어도 전기 전도도가 계속 유지됐다”고 말했다. 독성이 있던 비금속 소자와 달리 몸에 해로운 성분도 없어 전자 피부에도 적합했다. 또한 은은 모든 금속 중에서 전기 전도도가 제일 높아 성능적으로도 유리했다. 전류 주입이 어렵다는 은의 단점도 극복했다. 은과 고분자 반도체가 결합한 계면에서 은 나노 입자가 자연 산화막을 지니게 된 것이다. 자연 산화막을 통해 계면에 전류 주입과 수송이 유리해졌다.
전자 피부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지만, 특히 생체 의료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체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생체 신호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전자 피부가 단순한 기기에서 신체 일부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진영 교수는 “인체가 보내는 생체 신호를 손실 없이 전송하는 반도체 소자의 이상적 금속-반도체 계면을 개발해 상용화의 초석을 놨다”고 설명했다.
“전자 피부 플랫폼 구축해, 공동연구 진행해 원천 소재 기술 확보에 매진할 것”
고정관념을 깬 연구이기에 심사 단계에서도 많은 검증을 요구받았다. 오진영 교수는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는 평이 많았지만, 실제로 구현되는지에 대한 많은 의구심도 뒤따랐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가천대학교 이태일 교수연구팀과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UCLA) Lihua Jin 교수 연구팀의 도움으로 많은 추가 실험 끝에 의구심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늘어나는 전도체와 관련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는데 기존 상식과 다르게 금속을 늘리는 데 성공해 의미 있는 결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이 얻은 자신감도 큰 수확이다. 오진영 교수는 “학생들에게 항상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대부분 반신반의한 반응이었다. 특히, 이번 논문의 공동 1저자인 김민혁, 정민우 학생은 논문화 과정을 거치며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학생이 보유한 역량을 믿고 마음껏 연구하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진영 교수는 전자 피부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전자 피부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플랫폼을 활용해 피부에 부착하고 이식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서는 사람의 감지 능력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슈퍼 스킨(Super skin)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공동연구도 희망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의학 계열과 생명과학 계열 연구진과 힘을 합쳐 전자 피부 상용화를 위한 원천소재 기술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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