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메시지, 미원의 삶을 담다”
2022-09-28 교류/실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 서거 10주기 추모 전시회 10월 14일까지 진행
양 캠퍼스 중앙도서관 로비 및 서울캠퍼스 중앙박물관 중앙홀, VR 체험도 준비
경희의 9월은 평화의 메시지가 울리는 달이다. 매년 9월 21일 경희학원은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올해는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처음 제안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 서거 10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교시탑을 지나 중앙도서관 앞을 가는 길에는 사진전이 열렸다. 세계평화를 위한 다양한 경희의 노력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양 캠퍼스 중앙도서관 전시 스튜디오, 경희 역사 담은 기록물 120여 점 전시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1층 로비를 방문하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 조영식 박사 서거 10주기 추모 전시회·메시지, 미원의 삶을 담다’의 스튜디오를 볼 수 있다. 설립자가 남긴 수많은 기록물에서 발췌한 대표적 메시지가 방문객을 반긴다.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서도 같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현장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VR 체험도 가능하다. VR 체험은 경희대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튜디오는 설립자의 대표적 메시지를 짧은 시간 동안 살펴볼 기회이다. ‘그 속에 / 나도 있고 너도 있고 / 나와 남이 아닌 만물도 함께 있네’ ‘자연과 문명은 결코 어느 한 세대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내일의 세대와 공유해야 할 공동의 문명, 공동의 자연이다’ ‘인류의 살아갈 길은 무엇보다 자유·평화 속에서 최대한의 문화·복리를 향수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 인류가 가능한 고차원적인 문화세계를 건설해 문화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목적도 없다’ 등의 메시지가 방문객을 반긴다.
본격적인 전시는 중앙박물관(중앙도서관 4층)에 준비된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캠퍼스는 중앙도서관 1층에서 모든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는 설립자의 생애를 기반으로 경희의 교육이념, 경희학원의 성장과 발전, 국제평화운동의 방향과 의미, 설립자의 사상 및 후학들에 대한 당부 등을 느낄 수 있는 약 120점의 기록물로 구성됐다.
‘실향민’ ‘기록인’ ‘문예인’ 등 다양한 설립자의 면모 엿볼 기회
전시의 의미는 자못 진중하다. 설립자가 살아온 궤적을 살펴보고 그의 철학을 엿보는 것인데, 그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1921년에 태어나 2012년에 타계한 설립자는 전쟁의 위협을 관통하는 시기를 살았다. 냉전과 전쟁의 포화를 겪는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목도하면서도 희망을 추구했다. 자신의 철학을 실천에 옮겼는데, 경희학원을 설립해 학술과 교육의 지평을 넓히고, 지구적 평화운동에 헌신했다. 이는 그가 꿈꾼 ‘문화세계의 창조’를 이 땅 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 활동이었다.
설립자가 겪은 삶과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불평등, 전쟁 등의 다양한 위협에 놓여있다.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인류가 연대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현실 정치에서 어떤 정치인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현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설립자가 추구한 ‘문화세계’는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세계이다. 그가 남긴 메시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고, 이 전시가 개최된 사유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설립자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이자, 경희학원 설립 초기부터 사진·영화·음성 등 시청각 매체를 활용한 ‘기록인’, 음악을 사랑하고 시를 즐겨 지었던 ‘문예인’으로서의 면모가 그것이다. 그의 정체성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실향민으로의 그는 같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동포를 위해 ‘이산가족재회추진운동’을 전개했고, 그가 남긴 기록은 경희의 초창기 역사를 증빙하는 다양한 증거가 됐다. 1971년 작사한 ‘목련화’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곡 중 하나다.
62년에 작업한 제13회 경희학원 창설기념 영화 필름이나 69년도에 촬영한 베타 테이프 등은 지금의 눈으로는 낯선 광경이다. 전후의 척박한 환경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과 경희의 먼 미래를 예측한 그의 예견에 놀라운 마음도 들었다.
최초로 실물 공개되는 경희의 유산
설립자는 시대를 읽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사상가였다. 그는 전쟁과 평화, 성장과 소외, 희망과 절망이 뒤엉킨 극단의 시대를 살며 희망을 꿈꿨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절망을 목도하면서도 인류의 밝은 미래를 꿈꿨고, 그 꿈을 저서인 『문화세계의 창조』(1951)로 구체화했다. 그는 50여 권의 책, 수백 편의 논문과 연설문을 집필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문화세계의 창조』 초판본과 복간본, 『오토피아』 등의 저서의 초판본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회의 백미는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다양한 실물 문서들이다. 1981년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세계평화의 날’ 제정 문건과 1993년 유네스코평화교육상, 경희학원 각급 기관들의 설립 인가증 등이 전시됐다. 경희의 귀중한 유산들이다. 1990년 모스크바 초청 연설문이라고 쓰인 문건에는 ‘긴 스피치로 함께 변경’이라는 메모와 연설문을 수정한 흔적들이 보인다. 당시 설립자는 옛 소련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해 정부 관리 대상 연설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설문 옆에는 1993년 유네스코가 수여한 ‘평화교육상’이 보인다. 유네스코 본부가 대학 교육을 통해 평화증진을 위한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국내 최초이자 교육기관으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전시 관람에는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긴 시간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과 주제로 나눠 관람하면 부담도 적다. 영상과 음향을 활용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점은 친절하게 다가왔다. 관람객들은 경희기록관이 준비한 흐름에 따라 전시장을 돌며 경희의 교육이념과 성장 및 발전 과정, 평화를 위한 경희의 노력 등을 목도하게 된다. 또한 설립자의 사상과 그가 남긴 후학들에 대한 당부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하던 노현영 미디어학과 학생(21학번)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설립자의 철학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 청운관에서 개최된 세계평화의 날 기념 평화 주간 선포식을 보다가 전시회까지 보게 됐다”라면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평화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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