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위기에 빠진 지구,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2022-08-25 교류/실천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워크숍, 병설학교 콜로키움 개최
전환 기류 시급한 역사의 분기점에서 경희학원의 역할 모색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집단행동’ 아니면 ‘집단자살’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열린 독일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 영상 메시지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지구적 차원의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대재앙이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다’ ‘인류사회에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한다’와 같은 발언으로 시대의 위기 상황을 알려온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경고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계원자과학자협회(The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자정 100초 전’으로 설정했다. 1947년 설정 이래 3년 전 처음으로 분침에서 초침으로 시간대를 조정하면서 인류가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시간대에 서 있음을 알렸다. 그 위태로운 시간대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쟁, 빈곤, 기아, 양극화, 인권 문제 등 오랜 인류의 난제에 더해 환경·생태 위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재앙, 이런 문제를 풀어갈 사회 담론의 부재가 그 배경이다. 시대의 지성은 전례 없는 문명사의 위기 앞에 ‘천재일우의 기회(Golden Opportunity)’를 말한다. 역사의 분기(分岐)를 대면하고 있는 지금, 인류의 의지와 선택으로 ‘파국의 미래’가 아닌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를 역설적으로 담고 있다. 경희학원은 큰 전환의 시대를 맞아 안으로는 교육·학술·의료기관의 탁월성을 더욱 강화하고, 밖으로는 글로벌·공공 협력을 확대해 지구적 차원의 국면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개최한 제1회 미원평화학술원 워크숍과 병설학교 콜로키움은 그런 활동의 일환이다.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초청
경희학원은 지난 7월 6일(수)과 8일(금) 제1회 미원평화학술원 워크숍, 병설학교 콜로키움을 잇달아 개최했다.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인류가 새로운 전환 기류를 만들어내야 하는 중요한 시대적,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경희학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1977년 불가리아 외무부 서기관을 시작으로 불가리아 외무부 장관, 유럽정책포럼 의장,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불가리아 대표, 유네스코 사무총장(2009~2017년)을 역임했으며, 급격한 세계화가 파생시킨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 국무성 정책기획국, 브루킹스 연구소 주임연구원,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펠로우,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과 국제관계론 석좌교수이다. 국제정치학자인 그는 미국 민주당의 외교안보 문제를 자문하면서 자신의 이론이 외교정책에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전일적 사유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미래사회 지향하는 경희 가치
이 자리의 의의는 시대가 마주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경희학원의 가치와 철학, 역사와 전통에 닿아있다. 경희학원은 1949년 설립 후 2~3년을 기점으로 역사의 초석을 마련했다. 당시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다. 민족사와 세계사의 비극이 안팎으로 겹친 상황에서 경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과 창조의 역사를 정초했다. 미래의 전망이 암담한 전쟁 와중에 ‘문화세계의 창조’를 염원했다.
그 세계에 깃든 철학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1951년 5월 18일 발행) 서문 첫 문장 “새로운 세기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필요로 한다”에 잘 나타난다. 이 언명엔 평화롭고 안정된 세상을 열기 위해선 이념적 대립과 갈등, 틀의 제약과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담겨있다.
그 후 경희는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를 구현하기 위해 ‘학문과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 진리 탐구에 진력하면서 학문의 실천적 함의를 모색했다. 인류와 문명에 기여하는 학문의 공적 실천을 강화하고, 인간의 인간적인 세상을 향한 노력을 기울였다.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에서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의 관계성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세상 모든 것의 초연결성을 인식하면서 전일적(Holistic) 사유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미래사회를 지향해왔다.
경희 특유의 사유 세계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구축됐다. 시간·공간·환류(還流)·실체라는 4기체(基體)가 맞물려 작동하는 초연결성과 교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지적, 의식적 노력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가능성을 포괄한 종합적, 전일적 세계관이 경희 가치와 철학의 근간이다.
이는 동서고금의 철학에 잇대어 있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과학적 발견은 전일적 상호연결의 통찰을 전한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말한 고대 철학에 깃든 ‘축의 시대’와 최근 들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양자 세계’ 또한 유사한 세계관을 말한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인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학술·교육 탁월성 제고, 글로벌·공공 협력 확대로 국면 전환 초석 모색
‘진화 아니면 멸절’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계 지성은 이 물음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현실에선 우리가 처한 문제를 전일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성찰하는 노력과 함께 앞으로 어떤 미래를 써나갈지 고민하고, 실천적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경희학원은 학술과 교육의 지평을 넓히고, 이 시대와 문명사의 난제 해결을 향한 힘을 모아 국면 전환의 초석을 놓으려 한다. 다른 교육·학술·의료기관, 사회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와 함께 재난의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성찰적 전환 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학술 활동, 콜로키움, 석학 대담, 대중강연 등을 통해 문명사적 위기의 시대에 맞서는 시민의식을 키워내고자 한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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