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평판을 경영하는 법
2022-07-22 교육
해외 석학 초청 특강 ‘대학 평판도 제고 및 유럽 지역 석학 영입 방안’ 주제로 개최
더블린대학 로사 전(Rosa Chun) 석좌교수, “내부 평판이 외부 평판보다 높을수록 조직에 긍정적”
지난 7월 4일(월) 서울캠퍼스 본관 대회의실에서 해외 석학 초청 특강이 진행됐다. 더블린대학의 로사 전(Rosa Chun) 석좌교수가 ‘대학 평판도 제고 및 유럽 지역 석학 영입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로사 전 교수는 기업 평판과 브랜딩, 윤리경영 분야 전문가로 특히 새로운 학문 분야인 ‘기업 평판학’을 최초로 고안해 유명하다.
조직 의인화해 평판 측정
기업 평판, 브랜딩과 관련된 연구를 기반으로 로사 전 교수는 다수의 기업과 해외 대학에서 평판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대학 평판도 제고를 위한 실천적 제언을 쏟아냈다. 그는 “처음 연구를 시행하던 시기에 평판은 많은 사람이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던 분야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평판은 하나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초기 평판의 패러다임은 순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순위는 재정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고, 순위에 집착하다보면 조직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는 “순위도 중요하지만, 고객, 직원 등 조직 내·외부의 이해관계자가 조직에 대해 갖는 평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사 전 교수는 평판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조직이 갖는 ‘이상적인 평판’, 직원이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인 ‘내부 평판’, 소비자의 관점인 ‘외부 평판’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40여 개의 회사의 평판도 조사 결과 내부 평판이 외부 평판보다 현저히 높을수록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평판도 측정 방법으로 ‘의인화(Personification Metaphors)’를 들었다. 로사 전 교수는 “조직을 의인화하면 조직이 갖는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과 삼성이 사람이라면 어떤 차를 타야 어울릴 것인가’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천 개 이상의 성격 형용사를 연구해 기업 평판 측정에 유의미한 5개의 성격 키워드를 간추렸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평판 척도(Corporate Character Scale)’를 개발했다.
기업 평판 척도로 조직 전망 분석
기업 평판 척도는 ‘선(善)’, ‘흥(興)’, ‘능(能)’, ‘격(格)’, ‘권(權)’ 등 5개의 키워드로 구분되고, 각각의 키워드는 하위 성격 키워드로 구성돼 조직의 평판을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할 수 있다. 로사 전 교수는 “기업 평판 척도의 장점은 조직의 전망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는 “과거 소니와 그 경쟁자로 삼성을 분석했다. 당시 소니 직원들의 내부 평판은 외부 평판보다 낮았고, 삼성은 그 반대였다. 소니가 삼성보다 규모가 큰 회사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양 사의 관계가 역전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 평판도의 중요성은 기업뿐만 다른 조직에서도 통용된다. 로사 전 교수는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사례를 들었다.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영국에서 2위 자리를 고수하던 명문대학원이었다. 하지만 ‘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과 같은 경쟁자가 출연하며 그 자리를 위협받았다. 순위는 하락했고, 신입생 지원율도 낮아졌다.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평판도를 측정했고, 그 결과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의 내부 평판이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은 이상적인 평판과 괴리가 가장 큰 속성에 집중했다. 낮은 신뢰도, 진취성, 혁신 등이었다. 로사 전 교수는 “내부 구성원의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의 문제는 내부 구성원, 특히나 조직에 오래 머문 사람들의 관점이 너무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이 관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떠올렸다.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고를 새로이 디자인했다. 새로 도입한 로고의 효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로고 도입 이후 지원율은 40% 가까이 증가했고, 구성원 소속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로사 전 교수는 평판 순위 관리는 전략이지 전술이 아님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평판에 있어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높은 순위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순위에 집중하면 조직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성원 스스로 우리는 어떤 대학인지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세간에서 평판은 경영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평판 역시 경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구성원이 조직을 대하는 태도는 영원히 중요할 것”
강연이 끝나고 참석자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권오병 (서울)학무부총장은 “평판에 집중하면 어쩔 수 없이 전략에 매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전략과 장기적 전술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에 로사 전 교수는 “내부 구성원과 조직 간의 일체성이 강해야 한다. 조직이 받는 평가가 내부 구성원에도 영향을 끼쳐야 한다. 예를 들어 외부 이해관계자가 조직을 비난했을 때 화가 나거나, 조직을 칭찬했을 때 긍지가 생긴다면 조직과의 일체성이 강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이 좋은 순위로 높은 평판을 얻는다면 내부 구성원도 만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대학으로 평가받기 위해서, 어떤 차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로사 전 교수는 “기업의 비전이 글로만 존재하지 않고, 매일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기업에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는 키워드는 ‘능력’이다. 이를 경희대에 대입하면 ‘진취’, ‘창의’, ‘건설적’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대학의 차이에 초점을 둔 질문도 있었다. ‘기업과 달리 대학은 잠재고객인 고등학생, 학부모, 교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평판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질문이었다. 이에 로사 전 교수는 “조직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평판의 기본 이론은 바뀌지 않는다. 대학 역시 내부 평판이 중요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교수진의 연구 능력, 애교심, 수업의 질 등 내부 구성원이 학교를 대하는 태도는 영원히 중요한 요소다. 내부 평판이 외부 평판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도 그 중요성이 약해지진 않는다. 조직이 갖는 이상적인 평판과 내부 평판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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