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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 실마리, 드디어 풀었다

2022-05-13 연구/산학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의 실험 설계 내용과 결과. 마우스의 폐 세포에 PHMG-P 22μg을 24시간 처리했을 때의 변화 과정을 담았다. 노출 1시간 후부터 폐 조직에서 ‘괴사성 세포사(necrosis)’가 정상군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고, 염증반응과 항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양도 증가했다. 괴사성 세포사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은 21일까지 지속됐지만, 항염증 관여 단백질은 3시간 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 일으키는 과정 밝혀
손상된 폐 조직 치유를 위한 항염증 과정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가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밝혔다. 박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 성분인 ‘PHMG-P(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를 세포와 동물에 처리한 후 폐섬유증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폈다. 그 결과 폐섬유증의 가장 큰 이유가 체내에서 손상된 폐 조직을 치유하는 ‘항염증 과정’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점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고려대학교 강정원 교수와 함께 국가표준기술원의 지원으로 수행했고, 4월 14일 ‘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osphate-induced necrosis may be linked to pulmonary fibrosi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Toxicology Letters>(IF=4.372) 온라인 판에 공개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가장 많은 피해자 발생시킨 PHMG-P, 노출 24시간 이내 폐 내 현상 확인
이번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실마리를 푼 결과이다. 이 사건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폐 질환 등을 앓은 사건으로 관련 사망자만 1,400명이 넘었다. 박 교수는 이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PHMG-P를 다뤘다. 그는 선행 연구를 통해 살균·소독제에 의한 폐질환의 실마리가 이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될 때 폐 내에서 일어나는 초기 반응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PHMG-P 22μg을 마우스의 폐에 직접 노출하고 24시간 이내에 폐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관찰 결과 PHMG-P를 폐에 직접 노출 1시간 후부터 폐 조직에서 ‘괴사성 세포사(necrosis)’가 정상군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고, 염증반응과 항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양도 증가했다. 괴사성 세포사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은 마우스에 폐섬유증이 발생하고 21일까지 지속됐지만, 항염증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은 노출 3시간 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염증반응을 제어하고 손상된 폐 조직을 치료하는 ‘항염증 반응(anti-inflammatory)’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이물질이 유입되면 면역반응(염증반응)과 치유반응(항염증 반응)이 균형을 이뤄 일어난다. 면역반응은 유입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반응이고, 치유반응은 염증반응으로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반응이다. 우리 몸의 일반적 면역체계로 보면 된다. 하지만 PHMG-P를 처리한 마우스에서는 항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 발현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또한 폐 내의 염증반응이 지속되며 폐 조직이 계속해서 파괴했고, 이것이 폐섬유증의 핵심 원인이 됐다.

박은정 교수가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밝혔다. 폐섬유증의 가장 큰 이유는 체내에서 손상된 폐 조직을 치유하는 ‘항염증 과정’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점으로 나타났다.

PHMG-P 괴사성 세포사 유도, 손상 세포가 다시 염증 지속, 폐 섬유증 발생 자극
박 교수는 이 과정을 상세히 살피기 위해 세포실험을 진행했다. PHMG-P는 전하에 의해 세포막에 결합해 세포막을 손상하면서 세포 내 소기관의 구조적, 기능적 손상과 함께 괴사성 세포사를 유도했다. 이렇게 죽거나 손상된 세포는 다시 IL-8과 같은 케모카인(chemokine)을 분비해 염증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됐다. 마치 우리 몸에서 양의 되먹임이 일어나는 양상이었다. PHMG-P는 괴사성 세포사를 유도했고, 죽거나 손상된 세포는 다시 염증을 지속해 폐섬유증 발생을 자극했다.

박 교수는 실험 설계 과정에서 대부분의 선행 연구자가 ‘C57BL/6 마우스’를 사용한 점을 발견하고 실험 결과를 확신했다. 이 마우스는 ‘근교계(inbred) 마우스’ 종으로 인간에 이어 두 번째로 유전자 서열분석을 마친 포유동물로 알려져 있다. 종양 발생률이 낮고, 방사능에 대한 내성도 있다. ‘T helper 1-type 염증반응’이 우세한 종인데, 체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염증반응)은 뛰어난 것에 비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항염증 반응)은 상대적으로 약해져 있다.

인간은 비근교계(outbred)로 염증반응과 항염증 반응이 동시에 균형을 이뤄 이물질을 제거한다. 폐섬유증 모델을 만들기는 쉽지만, 폐섬유증이 발생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면역조절기능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항염증 반응이 급격히 감소하는 과정과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다른 환경 중 유해물질에 관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면, 지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원인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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