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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생명력 ‘목련’처럼 견고한 ‘경희 문학’의 위상

2022-04-15 교육

국어국문학과에서 등단 소식과 각종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왔다. 추운 겨울을 헤치고 온 봄 길잡이, 새 시대의 선구자를 의미하는 교화 목련이 ‘경희 문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문재·손보미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문학상 수상, 임현석 국어국문학과 동문 등단
시, 장편소설, 단편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경희 문학’ 저력 보여

‘경희 문학’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문재(국어국문학과 78학번)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시 <혼자의 넓이>로 ‘제33회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손보미(국어국문학과 99학번)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장편소설 <불장난>으로 ‘제45회 이상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임현석(국어국문학과 05학번, 동아일보 기자) 동문은 단편소설 <무료나눔 대화법>으로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다. 경희 문학은 신춘문예에서 꾸준하게 문인을 배출하고 있으며, 경희 출신 문인들의 문학상 수상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문재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국어국문학과 78학번)

“자기다움을 구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촉진하는 시’ 구현할 것”
이문재 교수가 받은 정지용 문학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상 중 하나다. 정지용 문학상은 한해 동안 발표된 중견 시인의 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나고 낭송하기에 적합한 시를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역대 수상자는 한국 현대 시 100년의 후반부를 열어젖힌 ‘한국시의 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광스러운 명단에 이 교수의 이름이 서른세번째로 올랐다.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시 <혼자의 넓이>는(▶ 이문재 교수 수상작 보기) 등단 40주년을 맞이한 이 교수가 <지금 여기가 맨 앞> 이후 7년 만에 펴낸 6번째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의 시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는 심사평을 받은 이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시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에 대한 이 교수의 철학은 <혼자의 넓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세계화 이후, 더 정확하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혼자’라는 ‘새로운 인류’가 출현했다는 점을 시의 배경으로 설정했다. 이 교수는 “‘혼자’가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태가 이상했다. ‘혼자’는 인류 탄생 이래 처음 등장한 ‘이상한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수상작을 통해 ‘홀로서되,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이 생명 활동의 본질인데, 지금 우리 문명은 이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따로 또 같이(尊異求同, 존이구동), 같이 또 따로(和而不同, 화이부동)’하는 삶의 형태를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혼자만의 넓이란 없다”며 “이때의 넓이는 단순한 2차원 면적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 교수가 제시하는 ‘혼자의 넓이’는 타인과 교차하는 만큼의 넓이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 현대 시의 풍요와 혁신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는 “시를 쓰게 하는 힘은 끊임없는 성찰과 상상, 문제의식”이라며 “시가 어떤 방식으로든 의식 혁명, 문명 전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더 할 수 있는 그 무엇’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 이 교수는 ‘촉진’하는 시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고, 삶이 삶답고, 모든 생명과 존재가 자기다움을 구가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촉진’하는 시. 이것이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시”라고 설명했다.

손보미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국어국문학과 99학번)

“많이 쓰는 작가이면서, 길잡이 하는 좋은 선생이고 싶어”
손보미 교수는 2009년 21세기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과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등을 펴낸 그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4년에는 4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제4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손 교수의 장편소설 <불장난>은(▶손보미 교수 수상작 정보)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겪는 불안과 갈등을 그려 낸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화자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섬세한 내면묘사에 주목하면서 서사의 긴장을 살려 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상 문학상은 중편 및 단편소설에 관해서는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여겨진다. 해마다 펴내는 수상 작품집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손 교수는 2019년부터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계속 써왔다. <작은동네> 작품으로 시작된 ‘여자아이’ 이야기는 이번 장편소설 <불장난>으로 마무리가 됐다. 손 교수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사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나’와 가까운 존재에 대해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여자가 ‘나’로 나오는 글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일인칭 소설로 한번 써본 게 재밌어서 연작으로 여자아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불장난>으로 여자아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앞으로 다른 이야기를 써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성찰과 표현’ 강의도 하고 있다. 그가 본인의 작품을 쓰고, 글쓰기 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강의에서도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다 보면, 대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소설가이면서 교육자인 손 교수는 “계속 많이 쓰는 작가이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게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좋은 선생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임현석 동문 (국어국문학과 05학번, 동아일보 기자)

“온전히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소설 창작을 놓지 않게 한 원동력”
임현석 동문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자가 되기 전 소설가를 꿈꿨지만, 대학 시절 신춘문예를 비롯해 여러 등단 공모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임 동문은 단편소설 <무료나눔 대화법>으로 노력의 결실을 낳았다. 임 동문은 “글쓰기 역량을 중시하는 언론사에서 이번 수상 성취를 존중해주고, 좋은 소설을 계속 쓰라는 격려를 받아 감사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단편소설 <무료나눔 대화법>은(▶임현석 동문 당선작 보기) 딸 아이 교육으로 미국 출국을 앞둔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32평 집에 있는 물건 중 하나인 식탁을 인디힙합밴드에 중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룬다. 또, 자신을 우리 사회의 평균이자 기준점이라고 생각해 온 중산층 남성이 자기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중고 거래 앱에서 무료나눔하며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내성적이었던 임 동문은 앞에 나서서 말하기보다 늦은 밤에 벌어진 일들을 글을 통해 갈무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스스로 말을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진 않았다.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건조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보니, 다른 글의 형식으로 나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임 동문은 기자로서 취재 과정에서 100개를 취재하면 20~30개만 쓰고 나머지는 버리는 작업을 한다. 그만큼 사실관계의 핵심을 추려서 기사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다뤄지지 못하고 버려지는 나머지도 잘 추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임 동문은 “글쓰기는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일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며 “기자와 소설가 모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비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나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계속 세상밖에 드러내고 싶다”고 전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커뮤니케이션센터 DB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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