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 서거 10주기 추도식 개최
2022-03-03 교류/실천
설립자 철학과 사상, 경희정신이 지닌 시대적 의미 되새겨
조인원 이사장 “조화 이뤄 함께 생존·번영하는 화생론(和生論), 이 시대 화두”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지난 2월 17일(목)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묘역에서 개최됐다. 추도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 대학,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기관장, 주요 보직자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희학원은 시대와 역사를 성찰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찾아 나선 설립자의 사유 방식을 재조명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추도식에서는 지난 세기 세계사적 격변을 직접 겪으며 전개된 설립자의 철학과 사상, 경희정신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되새겼다.
“학술·교육기관이 현실에 매몰되면서 근원적 성찰을 놓치고 있다”
조인원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인문사회과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학술·교육기관을 둘러싼 현실 인식의 문제를 전했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저물녘의 대학, 돌아봄과 내다봄’이었다. 한국인문사회과학회는 대회 취지문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대부분이 존립 위기에 처했다. 대학 안팎에서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학의 존재 목적과 사명에 대한 논의와 성찰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대학이 존재 근거와 이상을 저버리고도 생존했다면 그것을 대학으로 불러야 할까? 우리 대학은 막스 베버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실천하고 있는가? 뒤르케임이 요청한 ‘시민적 도덕 교육’에 응답하고 있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조 이사장은 “취지문에는 학술·교육기관을 향한 깊은 반성적 시각이 담겨 있었다. 베버는 탁월성을 추구하는 학자의 소명의식을, 뒤르케임은 양심과 도덕을 고양하는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이 두 가지는 세월이 흘러도 결코 저버릴 수 없는 학술·교육기관의 근본 책무다. 한국인문사회과학회는 학술·교육기관이 현실에 매몰되면서 근원적 성찰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저물녘’이라는 표현을 대회명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모든 학술·교육기관이 갖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틀 지워진 사회의식, 정부 정책 기조와 같은 현실을 넘어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며 “학술·교육기관에 요구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인간의 인간적 가치 고양을 위한 학문과 교육의 소명을 새삼 자각하고, 위기의 현대사회, 현대문명에 맞서는 시민의식을 키워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질서, 미래사회의 정치경제가 요청하는 미래형 인재를 키워내는 일 또한 막중한 과제다.’ 학술·교육기관은 새로운 인간관, 세계관, 현실관을 정립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와 요구의 조화와 균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교육기관의 본령과 시대 변화의 조화로운 결합, 새로운 창조와 융합의 지평 열어가야”
경희학원은 설립 이래 그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학술·교육기관의 학문적 소임을 다하고, 그 소임이 인류와 문명의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학풍을 만들어왔다. 설립자가 작사한 ‘경희학원가’에도 담겨 있다. ‘학술로 닦고 닦아 한반도 빛내보세’로 시작해 ‘정의 수호, 진리 추구, 가치 창조’를 노래하고, ‘복지사회 이룸을 사명’이라고 선언한다. 대학, 사이버대학, 병설학교 교가의 노랫말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희 역사의 시작에서도 드러난다. 경희는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격동기에 양심이 무너진 현실을 마주하고, 문제의 본질을 문명사적으로 성찰했다. 시대의 위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기성정치의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고,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보편적 문화세계’를 꿈꿨다. 설립자는 한국전쟁 중 집필한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1951년 5월 18일 발행)에서 “새로운 세기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필요로 한다. 세계는 지금 조난당한 파선(破船)! 창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구원을 기다리고 있다. 묘안과 창의적인 방안을 찾지 않는 한 침몰은 막을 수 없다”고 갈파했다.
설립자는 시간·공간·환류·실체라는 4기체(基體)가 작동하는 우주적 본성의 초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지적, 의식적 노력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가능성을 포괄했다. 전승화(全乘和) 철학, 전일적(全一的) 사유, 화생론(和生論)의 종합적 사유 체계를 구축하고, 경희의 초석을 다졌다. 우주, 세계, 인간을 유기적 통일체로 바라보는 전일적 사유를 통해 세상의 모든 일과 사물이 상호작용하면서 통합을 이룬다는 전승화 철학을 정립했다. 서로 다른 것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한다는 화생론이 그 토대였다.
조 이사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인간의 실천의지와 함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가 함께 생존, 번영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가 부르는 시급한 화두다. 학술·교육기관이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 팬데믹, 기후와 생태, 환경 위기와 같은 문명사적 격변의 시대와 더불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학술·교육기관의 본령과 시대 변화의 조화로운 결합, 새로운 창조와 융합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면서 “학원 차원에서 준비를 하겠지만, 각급기관도 변화하는 학술·교육·의료 환경에 어떻게 대비해 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설립자 철학과 사상 새롭게 조명하면서 오늘의 인류사회와 미래사회 연결하는 사업 추진
경희학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설립자 탄신 100주년과 종합학원 체제 출범 60주년을 기리며 설립 정신을 되새기고, 구성원과 함께 어떤 미래를 써나갈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념식에 이어 설립자의 생애 업적과 철학을 계승·발전시킬 사업을 추진하는 미원기념사업회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기념사업회는 비전 ‘RE-Connect MIWON, RE-Invent the Future’ 아래 설립자의 철학과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오늘의 인류사회와 미래사회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기념사업회는 그 일환으로 설립자의 주요 저작을 현대 감각에 맞게 윤문해 《미원 사상서》로 개정 출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민주주의 자유론』(초판 1948)과 『문화세계의 창조』(1951) 윤문본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 40주년을 기념해 『인류사회의 재건』(1975), 11월 22일 설립자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오토피아』(1979) 윤문본을 발간했다. 네 권의 책은 경희학원을 만든 가치와 사유의 원천이자 인류사회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5월 18일 경희학원 각급학교 설립기념일을 맞아 설립자 연설문 윤문본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땅을 보라』를 출간할 예정이다.
경희학원은 올해 설립자 서거 10주기를 맞아 경희정신을 계승·발전하는 활동을 이어간다. 5월에는 ‘변혁의 시대 - 인간에겐 사랑을, 인류에겐 평화를’을 주제로 기념식과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메시지, 미원의 삶을 담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설립자가 경희와 국가, 인류의 미래에 전했던 메시지와 삶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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