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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위해 투병 생활 영상 제작

2021-11-03 교류/실천

주거환경학과 17학번 이엘리 학생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개최한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은 제20회 조혈모세포 기증 감사의 날을 기념해 진행됐다.

주거환경학과 17학번 이엘리 학생,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서 최우수상 수상
“새 생명 선물한 기증자에게 감사한 마음, 학우들도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심 가져 줬으면”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 ‘조혈모세포’는 모든 종류의 혈액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다. 이 과정은 대부분 뼈 중심의 적색골수에서 일어난다. 이 때문에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려면 척추에서 골수를 체취해 ‘아프다’는 인식이 강하다. 우려와 다르게 조혈모세포 기증은 헌혈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조혈모세포 기증 감사의 날을 맞아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을 개최했다. 주거환경학과 17학번 이엘리 학생이 이 대회의 최우수상 수상자다. 그는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진단받고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당사자로서 투병 생활을 영상으로 제작해 기증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인식개선에도 앞장섰다. (영상 보기)

우리 몸에 조혈모세포가 없으면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 내지 못해 다양한 난치성 혈액암을 유발한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아야 하지만, 수혜자와 맞는 조혈모세포를 찾을 확률은 2만분의 1이다. 다행히 이엘리 학생은 3개월 여만에 공여자를 찾았다. 그는 “공여자를 찾지 못해서 10년 넘도록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감사하게도 공여자를 찾게 됐다”며 “공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용기 하나로 나누는 삶
이엘리 학생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또래와 같이 꾸미기 좋아하고 친구와 만나는 것을 좋아할 나이지만, 그는 병원에 머무른 시간이 많았다. 이런 상황은 가끔 스스로 초라한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이엘리 학생은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모습, 들키기 싫은 치부를 보여줘야 해서 영상 출연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금방 용기를 냈다. 그는 “나 또한 환자가 되기 전에는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해 몰랐다”며 “공모전 영상으로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척추에 주사바늘을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막연한 두려움과 검사, 입원 등의 절차 때문에 꺼리는 사람이 많다. 기증 방식은 일반적인 헌혈과 유사하다. 수혜자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면 이후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원하는 절차만 추가된다. 채집된 피는 조혈모세포만 걸러 다시 공여자의 몸으로 들어간다. 걸러진 조혈모세포는 주황색 형태로 기증된다. 만 18~40세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이엘리 학생을 포함한 공모전 당선작 모두 ‘헌혈에서 한 발짝만 더 용기 내면 너도 할 수 있어’, ‘우리의 용기가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2020년 기준 이식이 필요한 환자 2,030명 중 이식을 받은 환자가 632명에 불과해 더 많은 기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엘리 학생은 “조혈모세포 기증이 줄고 있어서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학교 등과 같은 젊은 층이 많은 집단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 또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엘리 학생은 영상 촬영 외에도 또 한번 용기를 냈다. 그는 같은 병을 가진 환자의 고통을 공유하고, 조혈모세포 기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담당 교수의 제안으로 <EBS 다큐프라임> ‘면역, 위대한 여정’ 편에 출연했다. 이엘리 학생이 출연한 방송은 지난 4월 26일에 방영됐다.

투병 중 계절학기 수강, <약과 건강>에서 약리적 기전 알아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후 이엘리 학생은 흉통과 근육통 등 수많은 통증을 겪었다. 면역세포가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그가 아무도 접촉할 수 없는 무균실에서 한 달, 준무균실을 거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동안 두 계절이 바뀌었다. 회복을 위한 힘겨운 싸움이 길어지면서, 복학도 미뤄졌다. 이엘리 학생은 지난 2019학년도 4월부터 현재까지 휴학 상태다.

이엘리 학생은 투병 생활 중 끼니마다 수십 알의 약을 복용했다. 그러다가 약의 기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계절학기에 <약과 건강> 강의가 개설된 것을 확인해 수강했다. 이엘리 학생은 “수업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에 대해 알게 됐다. 이 서비스에서 같이 복용하면 위험한 약이 있는지, 중복된 약 처방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수업 통해 새로운 도전 시작하고 싶어”
이엘리 학생은 오는 2022학년도 1학기에 복학을 준비 중이다. 회복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이엘리 학생은 “주거환경학과에서 실내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체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이론 트랙으로 변경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질병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꿈이 생긴 이엘리 학생은 후마니타스칼리지 수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접해볼 심산이다. 그는 “아직 막연한 꿈이지만, 복학 후 사회적 기업 관련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며 “꼭 병원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사회사업, 사회공헌팀에서 꿈을 실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엘리 학생은 투병 생활과 함께 긴 휴식 기간을 가지면서 ‘어떤 일을 해야 삶에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 그는 “건강을 잃어보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엘리 학생의 목표는 그저 ‘건강하자’이다. 그는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며 “모든 것이 ‘건강’을 전제로 한다”고 전했다. 이식을 받은 지 딱 1년이 되던 지난 10월 7일, 이엘리 학생은 이식 1주년 만에 친구를 만나 외식도 했다. 완치 판정까지 아직 4년이 더 남았지만, 이엘리 학생은 그녀만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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