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AI는 기본, 그걸 다루는 인간 역할 고민…새 학과 만든 이유죠”
2021-10-15 교류/실천
[중앙일보 인터뷰-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교양 교육 강조 한균태 경희대 총장
2021년 10월 15일 중앙일보 20면에 “AI는 기본, 그걸 다루는 인간 역할 고민…새 학과 만든 이유죠” 제목으로 한균태 총장 인터뷰가 게재됐다.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대면한 문명사적 대전환의 요구 속 대학 교육의 역할과 경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대학의 미래교육방향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내용 외에 인터뷰한 전체 내용을 구성원과 공유한다. <편집자주>
Q. 현재 교육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계시는지, 대학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1996년 대학설립 자유화 이후 산업국가를 이끌어갈 전문인력 배출은 대학의 실질적 교육목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5G), 클라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대학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은 실용적 지식과 의미를 생산하고 전승하는 장소로서 대학의 역할이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 상징적 사건입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있듯이 교육과 학습 방식은 물론이고 연구 방법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교육에는 변하지 않는, 변해서는 안 되는 고유한 가치와 책무가 있습니다. 고등교육의 역할이 단지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세(Anthropocene)로 대변되는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자원고갈, 그리고 감염병이 창궐하는 현실의 절박함을 감안하면 고등교육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즉, 미래세대가 4차산업시대의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적·인격적 성숙을 통해 ‘더 나은 인간’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창학 초기부터 대학은 학술기관인 동시에 사회기관이란 정체성을 확립해왔습니다. 교육, 학습, 연구의 모든 과정과 성과가 사회적, 지구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철학과 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정신과 ‘학문과 평화’라는 핵심 가치가 오늘의 경희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10년 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대학 교양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입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추구하는 인재상의 요체는 인간과 우주, 공동체의 근원적 성찰을 통해 자유 시민으로서 공적 삶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탁월성, 책임감을 고루 갖춘 세계시민’입니다.
인터넷 기반의 정보 시대가 열리면서 ‘초연결사회’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직접 만나는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4차 산업시대와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배리 커머너(Barry Commoner)의 생태학적 세계관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초연결만으로는 인간다운 세상, 인간과 지구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만들기 어렵다고 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와 교감하고 공존하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나’와 타자의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을 회복하고 강화하기 위해 대학이라는 열린 사회, 열린 장소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온라인상의 접속과 오프라인에서의 결속, 인터넷 검색과 책 읽기를 통한 사색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가 바라는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사는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총장님 취임 직후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는데 학교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이 됐던 점은 무엇인가요
잘 아시다시피, 학령인구 감소, 입학금 폐지,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 13년간의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사립대학의 재정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학 강좌 수입, 비학위과정, 시설 대관료 등 각종 경상수입이 대폭 감소한 반면, 방역과 원격 강의 시스템 구축 등 비경상 지출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취임과 동시에 위기 대응 전략(KHU Contingency Plan)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대처했습니다. 지난해 봄 학기는 갑작스런 비대면 수업을 마주하게 된 교수님과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 모두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확대를 포함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 등 교육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 최초의 직선제 총장으로서 재정 구조를 안정화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려 했습니다만 코로나 19로 인해 제약이 컸습니다. 문명 전환을 선도하는 미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이 소요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타 사립대학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학 운영의 내실을 기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22학번부터 신입생을 뽑는 빅데이터응용학과, 스마트팜과학과, 인공지능학과의 신설 취지와 배경, 목표 등이 궁금합니다. 어떤 학생들이 해당 학과에서 공부했으면 하시는지요.
2016년 4차산업혁명 용어를 처음 고안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언급한 것처럼 현시대의 특징은 초연결, 초지능, 그리고 초융합으로 요약됩니다.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의 연결이 일상화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학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설되는 3개 첨단학과는 인간 중심의 후마니타스 정신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 지식을 융합해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상상력과 창의력, 실천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둡니다.
빅데이터응용학과는 인공지능과 경영학을 결합하는 경희만의 독창적인 학과입니다. 수학과 통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기반해 데이터베이스, 머신러닝, 네트워크 과학, 최적화이론, 의사결정이론, 뇌과학 분야의 실력을 다지고, 뛰어난 윤리 의식으로 금융, 제조, 서비스, 바이오헬스, 메타버스 등 주요산업분야와 빅데이터를 융합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입니다. 앞으로 메타버스 등 최첨단 에듀테크로 교육받은 학생들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경영관리와 창업을 선도하고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팜과학과는 기존의 원예생명공학와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학과입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농업방식보다 환경친화적이며 생산력도 뛰어난 스마트 농업을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원예생명공학과가 쌓아온 지식의 토대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과 함께 융합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게 교육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학과는 후마니타스(Humanitas) 정신에 기반한 Humanover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통해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재, 지속 가능하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과 함께 하는 인공지능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 인재,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하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미래형 인재 등 기술에 치우칠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술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더 나은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내 최상위 연구력을 자랑하는 정경대학과 이과대학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융합 전공을 개설해 직능을 넘나드는 업무기술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오래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 지식을 습득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e-campus 플랫폼, 수업 자동 녹화 강의실 구축 등 교육 첨단화를 위한 경희대의 여러 노력 중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무엇인가요.
경희대는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e-campus’라는 자체 제작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강의와 과제관리, 학생의 질의응답이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플랫폼만이 아니라 비대면 강의 우수 사례를 수집해 구성원과 공유하며 이와 관련된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현재의 e-campus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닙니다. 첨단 에듀테크 기반의 학습 도구를 연동해 인공지능(AI) 기능의 확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인공지능 튜터 ‘알렉스(ALEKS)’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의에 참여해 과제의 채점과 학생 질문에 대한 피드백 등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인데, 해외 대학에서 성공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 교수님들께 설명회를 개최했고, 학생들의 수요가 높은 수학이나 통계학 분야를 선정해 수업 지원 전략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2022년 1학기에 시험적으로 운영한 후, 우리 실정에 맞는 활용 방안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기존 비대면 강의의 수월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총 19개의 수업 자동 녹화 강의실을 개설했습니다. 교수자가 강의를 진행하며 바로 모니터에 판서할 수 있고,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친숙한 온라인 강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 실습 과목에서 학생들의 체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VR과 AR을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 의과대학 ‘해부학’ 강의와 간호과학대학 ‘아동간호학실습Ⅱ’, 공과대학 ‘CAD/CAM’ 강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경희대 고유의 VR/AR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다 효과적 학습을 위해 메타버스(mataverse)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경희대는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고등교육의 새로운 수범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대학과 공유해 함께 나아가는 대학문화를 선도할 것입니다.
Q. 후마니타스칼리지 10주년을 맞아 학교 안팎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인문학이 인기에서 위기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1년 후마니티스칼리지가 출범할 때, 우리 사회 모두가 전적으로 박수를 보낸 것은 아닙니다. 우려 섞인 시선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당시 기업은 ‘대학생을 채용하면 재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실용 및 전문 교육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교양’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했습니다. 교양은 지적 장식품이 아니라 ‘교육이 도달해야 할 최고의 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갈수록 지식과 기술, 정보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자기 삶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적 견고성’이 바로 교양입니다. 그렇다고 실용이나 전공 교육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양과 전공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교양과 전공 둘 다 의미를 갖습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전공 분야에서의 탁월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 능력과 책임감을 갖출 수 있도록 교과를 설계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위기진단과 함께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점에서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과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교양교육의 시대사적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습니다. 그래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재도약을 시도했습니다. 그 슬로건이 ‘교육에서 학습으로’입니다. 인간, 세계, 우주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 핵심 교과를 중심으로 탁월한 개인, 성숙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중핵교과를 ‘빅뱅에서 문명까지’로, 기존의 시민교육을 ‘세계시민교육’으로 확대 개편한 것이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학생이 교과를 개설하는 ‘독립연구’도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상징적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후마니타스의 새로운 10년은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모델을 구축하면서 미래 교양교육의 전범을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출범 초기에 우리 학생들은 ‘시민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했습니다. 도량형을 바로잡고, 국어사전의 어의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려워진 화훼 농가 돕기, 디지털 성범죄 예방 활동,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 제작 등 ‘탁월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 후마니타스칼리지 출신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남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경희대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특성화 교육, 융합 교육 등의 다양한 전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사회진출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희대의 사회진출 프로그램의 목표와 성과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세계시민교과가 말해주듯, 학생들이 교양 강의에 기반하여 융합 전공, 복수전공(다전공), 부전공, 독립(심화)연구 등을 통해 타자와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는 세계시민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를 비롯한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존, 공생, 공영의 가치를 통해 새로운 미래사회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사유하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취·창업 스쿨 프로그램은 단계와 학년으로 나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합니다. 자기 탐색, 역량계발, 사회진출 구체화로 단계를 나누고, 학년별로 진로 탐색, 인성개발, 직무적성검사 분석, 취업 논술, 면접 실습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단순 반복적 지식노동이나 육체노동이 AI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하에 소통, 협업, 비판적 사고나 창의력 등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LINC+사업단, 캠퍼스타운사업단에서도 학생들의 창업을 돕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라벨기를 개발하기도 하고, 식품, 약품, 인공 지능 분야에서 실제 회사를 차린 학생들도 여럿입니다.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꿈 도전장학’제도도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적극 지원합니다. 학생들이 도전 과제를 설정하는데 장학금은 일괄 지급되지 않고 학생들의 문제발굴을 통한 해결 성취도를 확인하며 지급합니다. 도전정신이나 미래 통찰력과 행동력이 요구되는 창업이나 창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꿈 도전장학을 통해 첫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Q. 경희대는 최근 발표된 세계 대학평가에서 논문 피인용도와 교수당 논문 점수가 크게 올랐습니다. (논문 인용 데이터베이스(SCOPUS) 상대적 피인용(FWCI) 1.43으로 국내 종합대 4위) 비결은 무엇인가요.
논문의 질과 양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대학이 대학 본연의 책무인 연구의 탁월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사회과학, 경영/경제, 의학, 컴퓨터공학, 기술/공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논문 피인용 지수의 상승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성과가 학문공동체에서 널리 인정받으면 국제적인 공동연구나 산학 협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초빙하는 정책도 연구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활용 분야를 비롯해 지능로봇, 머신러닝, 데이터사이언스, 차량 인터넷(IoV) 등 차세대 기술 분야의 젊은 연구자를 채용했습니다. 인문계열도 탁월성을 새롭게 인정받았습니다. 문과대학의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에 선정됐습니다. 5년간 50억 원을 지원받는 사업입니다. 이 분들이 앞으로 내놓을 성과도 기대됩니다.
교내에서는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학술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경희 Fellow(연구) 제도의 시행을 통해 우수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최근 3년간의 연구성과를 평가해 Fellow(연구) 교수로 2년간 총 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Q. 특히 국제 공동연구와 산학협력 등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바이오·헬스와 이공계열 분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성과의 요인은 무엇인가요.
경희대는 ‘평화와 공영의 지구공동사회’라는 미래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2011년부터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준비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바이오·헬스와 미래과학 두 클러스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에서는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Life Healthcare)와 의공학 분야, 미래과학 클러스터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환경,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혼합현실(Mixed Reality), 첨단 소재, 원천 소재, 기반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융복합 국제 공동연구가 활성화됐고, 원천기술 개발과 임상·중개연구 및 사업화를 추진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과가 미국 국립암센터(NCI)와 업무협약을 맺고, 임상 암유전단백체 컨소시엄(CPTAC)과 국제 암유전단백체 컨소시엄(ICPC)에 참여해 난치성 암 극복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척추 손상 환자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 이전 협약과 암 대사 특성을 억제하는 표적 항암물질에 대한 원천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여러 산학협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공동개발, 기억력 개선 소재 공동개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ESG 경영’이 사회적 화두입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경희대는 대학의 사회기여를 위해 어떤 교육과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경희대의 교시는 ‘문화세계의 창조’입니다. 문화세계란 기존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와 공영의 지구공동사회를 말합니다. 경희대가 창학 초기부터 대학의 사회적, 지구적 공헌을 강조해온 이유가 교시에 응축돼 있습니다. 대학 설립 때부터 선구적으로‘ESG’에 대한 개념과 의지가 확고했던 것입니다.
경희대는 1950년대 초반부터 학술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대학의 공적 책임을 다해왔습니다. 1965년 세계대학총장회(IAUP) 창설을 주도했고, 1981년에는 UN으로 하여금 세계평화의 날(매년 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를 제정토록 했습니다. 경희대는 UN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1982년부터 매년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환 문명의 전위,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지난 9월 17일 개막했습니다. 과학철학자인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을 화상으로 초청해 지구적 위기의식 속에서 전환문명의 향방을 탐색했습니다. Peace BAR Festival은 올해 12월까지 이어집니다. 앞으로 세 차례 대담을 더 개최해 석학들과 함께 지구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 나서고, 12월 17일에 ‘미래 인류사회를 향한 선언’을 주제로 대담의 마무리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희대는 Peace BAR Festival을 비롯해 미원렉처, 후마니타스 특강, 문명전환 특강 등 국제 학술대회와 특강 시리즈를 일반에 공개해 우수한 지적 콘텐츠를 지역사회, 국가, 세계와 나누고 있습니다.
사회 기여 활동은 교육 측면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지구적 난제 해결을 목표로 대학의 교육, 연구, 실천을 결합한 거교적 사회공헌 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 최초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UN ‘지속가능한 발전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인간’,‘지구’,‘번영’, ‘평화’,‘파트너쉽’ 등 5개 영역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심의 융합 전공을 구성해 인류 평화를 위한 경희대의 설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과 차원에서 SDGs 가운데 전공 특성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택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교 이래 추구해 온 지구적 사회공헌을 전공과정에 구현해 이론과 실천을 결합한 융합전공 운영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문명사적 난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경희대는 그동안 교내 기구인 미래문명원을 주축으로 UN, 국제기구, NGO 등과 협력해 글로벌 시민사회 리더 육성과 시민사회 참여의 질을 제고하고, 경희 정체성을 살린 SDGs 기반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해 왔습니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경희대의 이같은 노력은 세계대학평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2019년 THE 세계대학평가가 처음으로 시행한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 평가’에서 경희대가 국내 1위, 세계 27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ESG’는 경희대의 역사와 전통, 미래비전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Q. 최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20·21학번 학생들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학번' 학생들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생각,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앞으로 경희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강조한 대학 운영 기조 중 하나가 ‘소통’이었습니다. 대학의 미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가 소통입니다. Z세대인 신입생과 대화를 나누고 이를 대학 정책에 반영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20학번 신입생들은 입학 이후 지금까지 대학생다운 대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온 21학번도 그렇습니다. 우선은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주제는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대학 생활’이었고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은 다양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대학생활 중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었는데, 모교 출신의 선배이자 30년 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총장으로 선출되어 대학을 운영하며 느낀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감, 희망과 용기를 얻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 보여주듯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2018년 WEF(세계경제포럼)에서 당시 초등학교 입학생이 성년이 되는 시점이 되면 현존하는 직업 중 65%가량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2030년 이후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들은 평생 10번 정도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공 지식보다 기본 역량이 중요합니다. 소통, 문제 설정 및 해결 능력, 창의력, 공감, 협력이 그 핵심입니다. 교양과 전공 교육을 통해, 다양한 사회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사회가 요청하는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학생들과 대화한 이후 ‘미래세대를 위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할 계기가 됐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학기부터 ‘미래대학 준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 10개 분과로 나뉘는데, 약 100여 명의 보직자와 관련자들이 참여하는 회의체입니다. 행정 체계와 교육 방법 등 대학의 전 분야를 망라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7년 전인가, 우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 설문 조사 보고서에 이런 표어가 나옵니다. ‘대학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난 뒤 저 슬로건이 한층 새롭게 다가옵니다. 대학이 달라지면 말 그대로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경희대가 더 나은 미래사회 구현을 위해 함께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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