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어문학 성과, 한국어문학 확산의 기반된다
2021-09-15 교육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K학술확산연구소사업’ 선정 5년간 50억 원 지원받아
‘K-콘텐츠의 태동과 역동: 한류 문화유전자로서 한국어문’ 주제
세계 시장에서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한류가 세계의 주류 문화가 됐다. 방탄소년단(BTS)은 국내 음악 방송 1위를 하듯 빌보드를 점령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한류 4.0’ 시대라고 말한다.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이 융합된 한류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을 학술 분야로 이끌기 위해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을 추진했는데, 문과대학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선정돼 5년간 5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에 연구소장인 국어국문학과 안숭범 교수를 만나 이 사업과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대중적 구분으로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 <사랑이뭐길래>가 1997년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다. ‘한류 1.0’시대(1997~2000년대 초반)에는 <사랑이뭐길래>, <가을동화> 등의 드라마가 중국과 대만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다. ‘한류 2.0’시대(200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와 가수 보아, 동방신기, 비와 같은 양성형 K팝 아이돌이 일본,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과 아프리카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시대를 일컫는다.
‘한류 3.0’시대(2010년대 초반~2010년대 중반)에는 한류를 소비하는 무대가 전 세계로 점차 확산했다. 대표적으로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있다. <강남스타일>은 B급 감성을 주류의 관심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한류 3.0은 트렌드를 주도하며 주류 콘텐츠를 내세워 시장을 주도하진 못했다. 현재 진행형인 한류 4.0 시대는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K-컬처 전반이 가장 앞선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거대한 브랜드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한류 4.0시대, ‘문화콘텐츠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중문화
국어국문학과 안숭범 교수는 이와 같은 기존의 평가에 새로운 관점을 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의 전반을 장악했고, 매체는 끊임없이 분화하며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을 바꿔 놓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를 향유하는 문화적 관습도 급격한 변화의 과정에 있다. 산업계에서는 인문적 가치를 가진 내용물로서 좋은 콘텐츠의 기획·창작·확보가 중요해졌다. 안 교수의 연구 분야인 ‘문화콘텐츠학’은 인간의 감성, 상상력, 창의성이 담긴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데 관심을 두는 학문이다. 인문적 가치와 대중적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 제작에 방점을 두고 개별 콘텐츠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기도 한다.
안 교수는 “인문학이 아니어도 문화콘텐츠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학문적 전통도 이미 조성되고 있다. 인문학 기반의 문화콘텐츠학에 국한해 이야기하면, 전통적 인문학을 계승하되 실천 인문학의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기존의 인문학적 자산에 토대를 두지만, 매체 기술 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지식을 수용해 전통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 학문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문화콘텐츠학은 항상 새로운 상황에 응대하며 창조적인 지식을 생산해야 하는 응용 인문학에 속한다”라고 문화콘텐츠학을 설명한다.
사실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국내에서 만들어진 조어이다. 2000년대 초부터 국내 대학들은 문화콘텐츠 또는 유사 이름으로 학과를 개설해왔다. 그 무렵부터 안 교수는 대부분의 ‘문화콘텐츠’가 ‘스토리콘텐츠’라는 관점에 집중하며 연구해왔다. 안 교수는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 우리가 아는 문화콘텐츠 대부분이 형식과 질료, 향유 관습이 다를 뿐 모두 스토리텔링 방법론과 전략을 필요로 한다. 문학 연구 진영이 집적해온 서사학을 계승해서 오늘날 다양한 콘텐츠 형식, 매체 형식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연구 분야를 소개했다.
‘스토리텔링학’을 무기로 연구소 개설, 현장과 사회 요구 부응하는 인문학 연구 수행
안 교수는 “포스트 서사학으로서 ‘스토리텔링학’의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정체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문화산업 현장의 요구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인문학 기반의 문화콘텐츠 연구, 스토리텔링 연구를 해나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학에 관한 글로벌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다. 여기서 ‘한국학’은 연구대상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 학문이다. 한국의 역사, 언어, 교육, 사상, 종교, 풍습, 제도, 의식 등을 포괄한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소는 국어국문학과가 쌓아온 한국어문학에 대한 학문적 자산을 응집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어국문학과 모든 교수가 자기 전공을 살려 본 연구에 참여한다.
안 교수는 “국어국문학과의 교수님 전원과 교내 연관 전공 교수님들이 상당수 참여한다. 또한 1차 연도에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대학의 한국학 전임 교수 4명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할 계획이고 전임 연구원 7명도 이미 선발했다. 전문적 번역자, 감수자를 포함하면 연간 연구진이 30명을 넘는 대규모의 연구가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문학의 학술 성과 수렴해 3개 모듈, 10개 트랙, 59개 강좌의 연구·교육콘텐츠 개발
당면 과제는 한국어문학의 최근 학술 성과를 수렴해 국내외 연구·교육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연구·교육콘텐츠를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5년간 ‘이야기 기반 교수-학습 모델’에 기초해 3개 모듈(△고전·원형·언어 모듈 △현대·표상·문화 모듈 △미래·콘텐츠·한류 모듈), 10개 트랙에 통합 50개 강좌를 개발한다. 모든 강좌는 수준에 맞춰 초·중·고급 3단계 난이도와 학술 연계성 차원의 토대·심화·응용 강좌로 나뉜다. 이들 콘텐츠는 주제와 성격에 따라 입문·기초 강좌, 역사·이론 강좌, 현상·현황 강좌, 분석·연구 강좌, 국제화·비교문화 강좌로 분류될 것이다.
해외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 해외 범용콘텐츠와 특정 지역맞춤형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구분해 개발한다. 50개 강좌는 온라인 교육 영상과 개별 학습 활동 자료, 가이드북, 교수자용 지도서도 포함하며, 대중총서 시리즈 및 영문·국문 학술총서 시리즈 발간, 국제 학술지를 통한 연구 성과 발표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안 교수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는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한국어학 영역에서 이미 주목할 만한 전통을 갖고 있다. 2018년에 대학원에 신설된 한국문화콘텐츠 전공은 기존 전공 분야가 축적한 학술적 역량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엮어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국어국문학과의 학술적 역량을 소개했다.
국어국문학과의 새 도약 기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문 활동가 양성
안 교수는 이번 사업을 ‘국어국문학과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로 받아들였다. 국어국문학과의 석·박사 인재들이 현장의 요청에 응답하는 경험을 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 교수는 “이론 연구에 그치지 않고 기획·창작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문 활동가를 양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라며 “이 사업을 계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다양한 학술 활동을 개진할 것이다. ‘K-콘텐츠’, ‘한류’ 연구를 중심으로 문화연구에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 세계적 연구소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연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연구지원 예산은 약 530억 원이다. 이공계열의 1초 4천억 원에 비교하면 4% 정도에 불과하다. 안 교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직접적·가시적으로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물질문명의 틀을 바꾸는 데 구체적 동력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개별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은 자기 정체성 확보와 정신적 삶의 만족도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이다”라며 “인문사회계에 대한 지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학문 후속세대가 원활하게 유입되고 그들이 인문 활동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펼칠 토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 경희구성원의 문과대학에 관한 관심도 요청했다. 안 교수는 “문과대학과 국어국문학과에 대한 성원을 부탁드린다. 정말 우수한 교수님들이 있고,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학문적 주제를 심화시키며 인문학의 가치를 갱신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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