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금 나노 입자 활용한 표면 버블 형성 원리 규명
2021-09-22 연구/산학
전자공학과 이응규 교수, 원인 모르던 현상 규명 성공
연구 성과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게재
‘바이러스 검출기’ 같은 바이오 응용 분야 활용 가능
물을 컵에 담으면, 물 표면에서 기포가 일어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물 표면에 일어나는 거품을 ‘표면 버블’이라 한다. 표면 버블은 표면(고체), 물(액체), 버블 안 공기(기체)가 공존해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대표적인 예가 표면장력이다. 표면장력은 서로 섞이지 않은 기체, 고체, 액체의 접촉 표면인 계면(interface)에 위치한 원자가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잡아당기는 힘이다. 물 표면에 일어난 거품은 물에 있는 원자와 공기에 있는 원자가 서로 잡아당겨 생긴다.
계면에 온도변화를 일으키면 잡아당기는 원자의 힘도 달라진다. 온도가 높으면 당기는 힘이 느슨해져 표면장력도 약해진다.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표면장력이 강해진다. 이를 이용해 표면 버블에 온도 차이를 만들면, 표면장력의 차이로 유체 움직임이 생긴다. 이런 현상으로 표면 버블은 유체를 움직이는 작은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어, 마이크로 유체역학, 나노 입자 조립, 바이오 응용 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금 나노 입자가 일정 수 이상 모이면 빛 에너지 흡수
지금까지는 표면 버블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레이저와 같은 빛 에너지를 사용했다. 이 방식은 유체 흐름을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흡수하는 매개체인 ‘빛 흡수 박막’을 사전에 코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빛을 흡수하는 매개체가 없다면 표면장력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빛 흡수 박막 역시 표면 버블을 구현하는 데 제약이 있다. 빛 흡수 박막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공에서 박막 증착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표면 버블은 액체를 포함하기 때문에 진공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곡선이 많은 기판에는 빛 흡수 박막을 코팅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어, 표면 버블 구현 전 빛 흡수 박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최근 학계에 빛 흡수 박막 코팅 없이 금 나노 입자를 활용해 표면 버블을 생성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하지만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 원리를 규명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전자공학과 이응규 교수가 미국 노트르담(Notre Dame) 대학의 루오 펭테이(Luo Tengfei) 교수와 공동연구로 원리 규명에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금 나노 입자를 물에 풀고, 레이저를 투사해 투명 기판에 표면 버블이 형성되는 원리를 조사했다. 이 교수는 “빛은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성질이 있다. 빛은 금 나노 입자를 만나면 빛의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민다”며 “금 나노 입자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지점에 일정 수 이상 증착되면 금 나노 입자가 빛 흡수 박막처럼 빛 에너지를 흡수한다. 자동차가 태양 빛을 받으면 뜨거워지는 현상과 같다. 이때 입자의 온도가 물의 끓는 점보다 뜨거워지면 표면 버블이 형성된다”고 규명한 원리를 설명했다.
‘비용 절감’, ‘속도 감축’ 등 다양한 장점 가져
금 나노 입자 활용법은 빛 흡수 박막 활용법보다 장점이 많다. 이 교수는 “물속에서 빛 흡수 입자를 이용해 표면 버블을 만들기 때문에 진공 공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을 생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시간까지 감축할 수 있다”며 강조했다.
‘바이러스 검출기’와 같은 바이오 응용 분야에서 활용도 기대된다. 바이러스 검출 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성 나노 입자를 기판에 프린팅해야 한다. 물속 표면 버블 주변에 기능성 나노 입자를 도포하고 열을 가하면 프린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레이저를 활용해 원하는 위치에 빠르고 정확하게 프린팅할 수 있어 바이오 분야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학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 현상 규명 연구에 힘 쏟을 것”
올해 1학기 임용된 이 교수는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온 주제에 좋은 결과를 이룬 점과 새내기 교수지만 전자공학과에 작은 부분이나마 기여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원인을 모르던 현상을 규명해 방법론적인 의미가 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구도 있지만, 원리를 모르고 지나쳤던 현상을 규명하는 연구도 존재한다”며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응규 교수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빛을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고 받는 모든 과정이 광학이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기술 발전과 맞물려 정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현시대에 광학을 연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 입자 연구와 더불어 메타물질광학을 연구하여 원론적인 측면에서 재미있고, 기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광학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며 목표를 말했다. 이어 후속 연구로 “앞으로는 금 나노 입자 외에도 좀 더 값싸고 변형이 작게 일어나는 나노 입자를 찾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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