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다자주의, 인류의 난제 해결에 필수 기반”
2021-07-23 교류/실천
‘GWL 세대 간 담화’ 온라인 개최, 유튜브 통해 실시간 생중계
GWL Voices, 유엔여성기구, 멕시코와 프랑스 정부가 주최한 ‘세대평등포럼’ 지원 위해 열려
세계 여성 리더와 경희대 학생,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강화에 관한 대화 나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다.’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에 명시된 조항이다. 이 선언문은 1948년 제3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그러나 7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유와 평등이 분투해서 얻어내야 하는 개념이다.
세계 여성 리더 그룹인 ‘GWL(Global Women Leaders) Voices for Change and Inclusion(이하 GWL Voices)’은 성 불평등에 주목했다. GWL Voices는 정부와 다자간 기구에서 활동해 온 54명의 세계 여성 리더가 참여한다. 다자주의 체제에서 전 세계의 평화, 안보, 인권, 여성, 보건 등의 발전을 경험한 이들은 여러 국가에서 다자간 연대를 구축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5번 양성평등과 맞닿아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GWL Voices는 양성평등 의제와 관련해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지난해 북경행동강령 채택 25주년을 맞아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기획한 ‘세대평등포럼(Generation Equality Forum)’을 지원하고자 ‘GWL 세대 간 담화’를 마련했다. GWL 세대 간 담화는 미국 웰슬리대학, 조지타운대학, 스페인 IE 대학에 이어 경희대학교에서 지난 5월 24일(월) 개최됐으며,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경희는 GWL 세대 간 담화에 참여하는 국내 유일의 대학이다.
세계 여성 리더 그룹 GWL Voices, 전 세계 10개 대학과 세대 간 담화 진행
GWL Voices는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세대평등포럼과 공유하고자 전 세계 10개 대학과 세대 간 담화를 진행하고 있다. 세대평등포럼은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양성평등 의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북경행동강령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이행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에 포함된 양성평등의 달성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세대평등포럼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1년 연기된 지난 3월 멕시코 시티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됐다. 두 번째 포럼은 6월 30일부터 7월 2일(현지시간)까지 파리에서 열렸다.
경희대에서 열린 GWL 세대 간 담화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강화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Gender Equality and Women’s Empowerment)’라는 주제 아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경희대 미원석좌교수), 수잔나 말코라(Susana Malcorra) 전 아르헨티나 외무부 장관,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인플루언서팀 이사, 경희대 학생참여단은 프랑스, 스페인, 한국의 경희대 서울캠퍼스 오픈랩에서 화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번 행사는 미래문명원이 주관했으며, GWL Voices와 공익사단법인 정이 참여했다.
GWL 세대 간 담화는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환영사는 행사 진행을 맡은 정고운 사회학과 교수가 대독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도전의 시기에 놓여있는 미래세대에게 오늘의 담화는 귀중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경험과 지혜를 쌓아 온 세계 리더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활발히 논의하며 미래를 이끄는 혜안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자간 시스템 회복”
이후 이리나 보코바 교수가 ‘강력한 다자체제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강화에 가지는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보코바 교수는 “그동안 국제기구와 정부, 학계,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양성평등이 많은 진전을 이뤘으나,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리다. 여전히 여성은 교육, 고용, 의료 등 많은 부분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 여성의 정치적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 세계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다자주의가 공격을 받으면서 양성평등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렵게 이뤄온 양성평등의 성과들이 후퇴하고 있다”면서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자간 시스템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보코바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1945년 제정된 유엔 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헌장은 인종, 성별, 언어, 종교의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듬해 유엔은 여성지위위원회(CSW)를 발족했다. 보코바 교수는 “여성지위위원회는 특히 여성의 정치적 권리에 초점을 뒀다. 당시에는 대부분 국가가 여성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았는데, 이 권리의 확립이 진정한 평등을 향한 첫걸음으로 판단했다. 이후 여성의 권익 강화를 위한 활동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보코바 교수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강화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1979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이하 여성차별철폐협약) 체결과 1995년 ‘북경행동강령’ 채택을 꼽았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여성 인권에 대한 원칙을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형태로 제시한 협약으로, 여성 차별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데 기여했다. ‘북경행동강령’은 국가정책 수립에 양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성 주류화를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으며,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됐다. 유엔은 멕시코(1975년), 덴마크(1980년), 케냐(1985년)에 이어 1995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를 통해 양성평등을 세계적인 의제로 부각시켰다. 수십 년에 걸친 다자간 노력으로 양성평등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 의제로 선정됐다.
보코바 교수는 “다자주의에 기반한 유엔의 강력한 리더십과 의지, 소집력이 없었다면, 그간의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강력한 다자주의 체제가 양성평등 등 인류가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기반”이라고 말했다.
“양성평등 목표 달성에 다자간 연대와 청년세대의 공감이 중요하다”
수잔나 말코라 전 장관은 여성의 역량과 권익 강화에 다자주의 체제와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보코바 교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그 예로 여성지위위원회 활동을 들었다. 여성지위위원회는 1946년 설립 후, 양성평등과 여성 권익 강화를 위한 정책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이행방안을 모색해왔다. 1995년 이후에는 북경행동강령의 이행 상황도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각국 정부를 압박해 양성평등에 기여하고 있다.
말코라 전 장관은 “여성지위위원회는 북경행동강령 의제 수립 후에 각국의 양성평등 관련 입법화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라는 입장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일부 국가에서 법을 무효화하거나, 추진 중인 법 제정을 무산시켰다”면서 양성평등을 후퇴시키는 움직임이 GWL Voices의 설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말코라 전 장관은 “다자주의 체제가 양성평등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GWL Voices는 ‘변화와 포용을 위한 목소리’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동안 양성평등 의제를 다루는 기관에 몸담아온 우리는 연대를 통한 한목소리와 청년세대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자 간 협력과 연대를 구축하고, 청년세대를 비롯한 여러 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해 GWL Voices 활동에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본인과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커뮤니티 리더십’,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
이소영 이사는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이사는 ‘커뮤니티 리더’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커뮤니티 리더는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성별, 나이, 국적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와 공유하면서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을 이끈다.
이 이사는 “그동안 2천 명이 넘는 커뮤니티 리더와 IT 분야 전문가를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실패를 명장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았다. 실패하더라도 끈기 있게 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혼자라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커뮤니티에서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며 내면을 강화하고,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특히 ‘커뮤니티 리더십’을 강조했다. 커뮤니티 리더십이란 지식과 경험을 커뮤니티와 나누며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와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의 의견과 지식에 경청하게 만드는 역량이다. 이 이사는 “커뮤니티 리더십은 여성이 일터에서 다른 동료나 파트너의 협업 상대로 부상해 본인과 타인의 성공에 모두 기여할 수 있게 한다. 현재는 물론 미래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역량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연대하며 함께 난관을 타파해 나가야”
마지막 발표는 경희대 학생참여단이 준비한 ‘노동시장 진입에서 청년세대가 당면한 도전’이었다. 학생참여단은 사전에 정고운 교수의 특강을 들은 후, 담화 주제에 대한 그룹스터디 등을 통해 발표를 준비했다.
학생참여단을 대표해 발표를 맡은 김서영(정치외교학과 19학번), 송소영(사회학과 19학번) 학생은 청년 여성의 실업률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남녀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에서의 청년 여성 현황을 전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남녀 임금 격차는 평균 13%로 나타났다. 한국은 32.5%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남녀 임금 격차를 보였다. 송소영 학생은 남녀 임금 격차와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한 뒤, “일본에서 하이힐 착용 강요를 반대하는 구투(#KuToo) 운동이 확대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김서영 학생은 “다자간 협력으로 양성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여성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어렵게 하는 현실에서도 연대하며 함께 난관을 타파해 나가야 한다”면서 “GWL 세대 간 담화와 같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연대를 도모하는 자리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청년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세대가 지속 가능한 발전에 위협이 되는 문제에 주저 없이 목소리 내야”
이어서 세대 간 담화가 진행됐다. 담화는 자유로운 의견 공유 및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구가현(연극영화학과 18학번) 학생은 “글로벌 리더 세 분은 직장에서 성차별에 따른 편견과 부당한 대우에 직면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말코라 전 장관은 “엔지니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여자라서 채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그동안 상당한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과 임금 차별이 존재한다.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함께 연대해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정책을 통해 시민의 변화를 독려할 수 있고, 역으로 시민들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양성평등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 말코라 전 장관은 “수많은 난관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러한 자세를 갖고,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부단히 준비할 때, 변화와 포용을 향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코바 교수는 “동유럽에 민주주의 혁명이 일지 않았다면 여성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저도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도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외교관이 된 후에는 양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남성 멘토를 많이 만났다. 양성평등을 구현하는 데 남성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양성평등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이사는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이 직장 내 불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그럴 때 일에 열정을 쏟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말코라 전 장관은 청년세대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양성평등을 비롯한 지구적 난제에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청년세대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위협이 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 학생참여단의 김서영 학생이 파리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대평등포럼의 세대 간 담화에 한국 청년대표로 참여했습니다. 김서영 학생의 인터뷰 기사는 곧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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