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노력하고 즐기는 연구자, 목표를 갱신하는 연구자
2021-04-30 의과학경희
2020 경희 Fellow(6) 연구 부문 수상자 의학과 여승근 교수
중이염, 안면 마비, 노화 연구에서 탁월한 성취 거둬
18년간 해외저널에 논문 약 160편 발표, “목표는 논문 250편 게재”
2020 경희 Fellow(연구) 수상자가 선정됐다. 김진수 화학공학과 교수, 양성병 경영·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여승근 의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대학문화를 만들고, 구성원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08년부터 경희 Fello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 부문은 최근 3년간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교원을 선정해 포상한다. 임명 기간은 2년이다.
마지막으로 의학과 여승근 교수를 만났다. 중이염과 비만의 상관관계, 안면 마비, 노화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여승근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우연은 때로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희망했던 여승근 교수는 이비인후과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전공의의 제안으로 시작한 비만과 중이염의 상관관계 연구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연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한 노력 덕분이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18년간 해외저널에만 약 160편의 논문을 발표해온 여승근 교수가 2020 경희 Fellow(연구)의 주인공이 됐다.
여승근 교수는 “경희 Fellow(연구)로 선정돼 기쁘다”라며 “계속 쓰다 보니 탄력을 받아 꾸준히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여 교수는 4월 초 대한이과학회 이원상 학술상을 받고, 경희의료원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CP) 관리 우수 교원에 뽑히며 대학뿐 아니라 학회, 병원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여승근 교수는 중이염, 안면 마비, 이명, 어지럼증, 난청 등을 연구해왔고, 특히 중이염, 안면 마비, 노화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여승근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면역학을 공부했는데, 면역과 관련해 샘플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영역이 중이염이어서, 중이염으로 면역학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000 케이스 넘는 안면 마비 환자 연구
여승근 교수는 비만과 중이염의 상관관계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 교수는 “13년 전쯤 전공의가 비만과 중이염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고 찾아왔다. 그 당시 이비인후과는 비만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학생의 제안이기에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대박이 터졌다”라며 “비만한 사람이 중이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 영국, 인도의 의학 기자가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국내 공중파 3사 저녁 뉴스에도 나오고 각종 신문사와 인터뷰하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매체에서 여 교수를 찾고 있다.
안면 마비 또한 여승근 교수가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경희대학교병원에는 한방병원이 있어 특히 안면 마비 환자가 많다. 여 교수는 1,000 케이스가 넘는 안면 마비 환자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정도 규모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책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승근 교수는 인용지수(Impact Factor, IF)가 높은 저널에 발표하고 있다. 여 교수는 “IF가 높은 저널에 발표하고 있지만, 꿈의 저널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아직 논문을 싣지 못했다. 13년째 논문을 계속 투고하고 있는데 매년 떨어지고 있다”라며 “정년까지 매년 한 편씩은 무조건 NEJM에 투고하려고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쓰러지지 않더라도 계속 찍어보겠다”라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학회를 오가는 길에 기차나 비행기에서도 논문을 쓴다는 여승근 교수는 학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또 논문을 시작한다. “한 달에 한 편씩 논문을 쓰고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노력도 하고 즐기려고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환자에게 믿음을 주는 의사 되고 싶다”
연구자를 목표로 정진하는 학생들에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왜 누군가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는지 등 궁금증을 계속 풀어내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궁금해서 연구해야 끈기 있게 끝까지 갈 수 있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여승근 교수는 “정년이 한 자릿수 남았다. 환자를 열심히 보고, 교육에도 소홀함이 없이 임하면서 마지막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는 연구도 잘 마무리 하고 싶다”라며 “중이염, 안면신경, 노화 연구를 마지막까지 진행하고 싶다. 처음 목표는 논문 100편이었다. 그게 넘어서는 바람에 목표를 250편으로 늘렸는데,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NEJM에 꼭 발표하고 싶다. 집약적으로 IF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여승근 교수는 자신이 치료하지 못한 환자가 다 나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질병이 있다. 중이염 수술 성공률이 8~90%인데 실패하는 10% 환자가 생기면 속상하다. 청력이 좋아지기 위해 수술했지만, 신경이 망가져 청력이 돌아오지 않는 환자를 만나면 안타깝다”라며 “환자를 100% 낫게 해주는 명의가 됐으면 좋겠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논문을 많이, 잘 쓰기는 하지만 좋은 의사 또한 되고 싶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믿음을 주는, 치료 경과가 좋고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게 마지막 바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 관련 기사 보기
2020 경희 Fellow(1) 교육 부문 수상자 원자력공학과 장윤석 교수
2020 경희 Fellow(2) 교육 부문 수상자 정치외교학과 정종필 교수
2020 경희 Fellow(3) 교육 부문 수상자 의예과 박승준 교수
2020 경희 Fellow(4) 연구 부문 수상자 경영학과 양성병 교수
2020 경희 Fellow(5) 연구 부문 수상자 화학공학과 김진수 교수 인터뷰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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