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단백질 제거해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의 꿈 이룬다”
2021-03-16 연구/산학
인경수 대학원 나노의약생명과학과 교수, 단백질 분해 유도 기술로 신약 개발 도전
두 차례 기술이전 진행···지속적으로 기술이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대학은 신기술 개발의 산실이며 전문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인적 자원이 집적해 있다. 세계 유수 대학에서 교원과 학생 창업이 계속되며 성공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걸맞은 대학의 새로운 사회적 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희의 교원을 만나 창업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이 세 번째로 단백질 분해 유도 기술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인경수 나노의약생명과학과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이후 모두의 관심은 백신으로 향했다. 백신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mRNA 방식으로 개발돼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반적인 백신은 약하거나 비활성화된 세균을 우리 몸에 주입한다. 하지만 mRNA 백신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친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무해한 조각을 만들게 한다. 이렇듯 최근 신약 개발 트렌드는 ‘혁신’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인경수 대학원 나노의약생명과학과 교수는 김남중, 이종길 약학대학 교수와 함께 2019년 10월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인 ‘프레이저테라퓨틱스(Prazer Therapeutics)’를 창업했다. ‘프레이저’는 단백질(Protein)과 지우개(Eraser)의 합성어로 단백질을 제거해 질병을 치료하는 회사 정체성을 담았다. 인 교수는 “신약 개발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오랜 꿈이었다. 약학대학에 부임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김남중, 이종길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신약개발’이라는 같은 목표를 확인하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창업 원동력을 밝혔다.
몸에 쌓여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약 6천여 개가 존재한다. 기존 약물로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은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 15% 미만을 치료할 수 있다. 그 외의 85%의 질병 유발 단백질은 기존 방식으로 제어할 수 없다. 단백질 분해 유도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질병도 치료가 가능해져 새로운 산업이 열린다.
기존 약물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약물이 결합하며 질병을 억제한다. 이 방식은 약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정확히 도달해야 약효가 있고, 단백질과 약물이 분리되면 병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반면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로 개발한 신약은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 자체를 제거해,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을 활용해, 난치병 치료제 개발할 것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 산업은 전 세계 10조 원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빠른 성장을 이어가는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이지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라는 한계가 있다.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 선두기업도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했다. 인 교수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초기 단계라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질병 중 인 교수는 퇴행성 뇌 질환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은 뇌에 단백질이 쌓여 발병해, 단백질 분해유도 기술이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약물이 뇌까지 도달하기 어려워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 교수 연구팀은 뇌까지 약물을 더욱 잘 전달하는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이용한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를 정했다.
바이오산업에서는 신약 개발 실패를 대비하기 위해 마일스톤 계약을 많이 활용한다. 마일스톤 계약은 신약 개발 과정에 단계를 설정해 개발사가 목표 단계에 도달했을 때 투자사에 기술이전을 하고, 투자사가 개발사에 비용을 지급한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개발사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투자사는 실패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인 교수는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학교에서 기업으로 두 차례 기술이전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발휘했다. 인 교수는 “기술이전은 기술을 사업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라며 “아직 초기 기술 단계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기술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창업 후 누적 투자액만 140억 원 이상, 믿을 수 있는 팀원 구성이 비결
인 교수는 교내 창업의 장점으로 믿을 수 있는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인 교수는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힘을 모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학교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하나의 플랫폼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부 투자와 기관에 기술을 설명할 때 교수라는 직업이 신뢰감을 줘 초기 투자과정에 유리함이 있다”고 밝혔다.
창업 1년 3개월 만에 누적 투자액만 140억 원이 넘는 성과도 일궜다. 인 교수는 성과의 비결로 팀워크를 들었다. 그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교내에서 우수한 인력을 팀원으로 모집할 수 있었고, 기존부터 호흡을 맞춰온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초기 팀원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창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은 연구와 달리 기술 개발이 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인 교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외부활동과 경영활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소하지만 경험하며 익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와 회사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운용의 묘를 살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창업을 꿈꾸는 구성원을 위해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 교수는 창업 전 철저한 준비 기간을 갖길 조언했다. 그는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보유한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등의 창업 계획을 면밀하게 분석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분석 끝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창업을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인 교수는 교수로서, 대표로서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교수와 대표의 공동 목표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신약 개발이다. 교수로서는 학생을 교육하고 모범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 대표로서는 경희대에서 ‘프레이저테라퓨틱스’라는 회사가 탄생했다는 이정표를 세워 졸업생이 꼭 오고 싶은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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