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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못하는 외국인은 아프면 어디로 가나요?”

2021-01-08 교육

지리학과 김여림(18학번), 최우성(19학번) 학생(사진 왼쪽부터)이 뭉친 ‘이지(二地) 팀’은 2020학년도 2학기 독립연구를 수행하며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를 제작했다. 이지 팀은 외국인 유학생의 보건의료 공간정보 및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해 이들이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0-2 독립연구 우수사례(1) ‘이지(二地)’,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 제작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 최우수상 수상
“인문지리학, 자연지리학 모두 배울 수 있는 전공교육 통해 역량 키워”

대학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쇄신해온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 구현을 목표로 학습권을 대폭 강화해왔다. ‘독립연구’가 대표적이다. 독립연구는 학생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기 위한 교과로, 2016년 본격 시행돼 2018년 대학 내 모든 전공으로 확대되며 경희 교육의 새로운 특성이자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독립연구는 학생이 개인이나 모둠별로 자유롭게 교과를 설계하고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창직 등 모든 분야가 가능하다. 2020학년도 2학기에도 학생들은 관심 및 전공 분야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 아동을 위한 비대면 예술 콘텐츠 기획, 빅데이터를 활용한 언택트 시대의 회기동 현안 조사 등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주제가 많았다. 먼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를 제작한 ‘이지(二地)’ 팀을 만났다. <편집자 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을 맞닥뜨렸다. 세계 각국 정부는 참여형 지도 제작(community mapping) 등을 활용해 관련 보건의료 공간정보를 제공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다. 참여형 지도 제작은 사회 구성원이 특정 주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 지도에 표시하거나, 기존 지도를 편집하는 등 지도를 함께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중심으로 참여형 지도가 제작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 맵’, 실시간으로 마스크 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 맵’이 대표적이다. 보건의료 관련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학과 김여림(18학번), 최우성(19학번) 학생이 모인 ‘이지(二地)’ 팀은 지리학도로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독립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는 공간정보 접근 어려워”
이지 팀이 주목한 건 외국인 유학생이다. 김여림 학생은 “독립연구를 신청하며 캠퍼스타운 사업단에서 주관하는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주제를 고민하다 코로나 맵을 만든 이동훈 산업경영공학과 선배처럼 우리도 코로나19 관련 지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동대문구에 유난히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떠올렸다”고 언급했다. 최우성 학생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는 지리정보, 공간정보에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 코로나 맵, 마스크 맵 등이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됐지만, 외국어는 제공되지 않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이 어려움을 겪을 거로 생각했다”라며 주제 선정 계기를 밝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지 팀은 외국인 유학생의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성 분석과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 제작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매주 회의하고, 지도교수인 홍성연 지리학과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학기 초반에는 선행 연구를 탐색하며 데이터를 습득했고, 중간고사 이후 프로그래밍 하고 데이터를 가공해 온라인 지도를 제작했다. ▶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보기

동대문구 거주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를 제작한 뒤, 이를 토대로 탐색적 공간 데이터 분석(Exploratory Spatial Data Analysis, ESDA)을 진행해 외국인 유학생의 보건의료 시설 접근성도 확인했다. 이지 팀은 외국인 유학생의 보건의료 공간정보 및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해 이들이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지 팀이 제작한 지도. 동대문구 내 외국어 가능 병·의원을 나타냈다. 4개 탭으로 구성된 홈페이지에서 동대문구 내 외국어 가능 병·의원 및 약국, 외국인 인구 분포 및 의료시설의 네트워크 분석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 가능 병·의원 및 약국 등 온라인 지도 제작
김여림 학생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외국인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와 동대문구의 외국어 가능 병·의원 및 약국 정보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외국인 유학생의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외국어 가능 병·의원 및 약국 지도, 외국인 인구 분포와 의료시설의 네트워크 분석 지도 등으로 나눠 제작했다. 진료과목은 치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내과, 안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도를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직접 제작했다. 최우성 학생은 “지리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가공하고 분석한 공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지도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ArcGIS Story Maps를 사용해 온라인 지도를 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지 팀은 관련 내용을 지자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여림 학생은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외국어 제공이 어려운 의료시설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찾아왔을 때 언어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더라. 외국어가 가능한 의료시설에 연락했을 때는 외국어 가능 의료시설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생활공간과 외국어 지원 병·의원 및 약국이 떨어져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관련 부분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우성 학생은 “중간발표 이후 캠퍼스타운 사업단에서 진행하는 회기동 보행로 워크숍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외국인 보건의료 지도 제작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회기동 보행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지 의견을 냈다. 우리의 연구가 지도 제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지 팀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은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의 지역상생 프로그램 We+community 중 하나로 독립연구를 통해 대학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상생 발전 방안 모색을 목표로 한다.

“주도적으로 연구 진행하며 성장”
독립연구 수행 소감을 묻자 김여림 학생은 “지리학도로서 많은 걸 얻었다. 주제 선정부터 분석, 방법 등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했고, 어려움을 겪을 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개선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고 답했다. 최우성 학생은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에 한정해 지도를 제작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부분은 차후 독립심화학습 등으로 보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전공 교육의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우성 학생은 “크게 3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오픈소스지리정보시스템(Open-source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QGIS 3.16, 통계 컴퓨팅 및 그래픽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R, 온라인 지도 제작 플랫폼인 ArcGIS Story Maps이다. 앞의 두 개 프로그램은 지리학과에서 계속 다뤘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친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스토리 맵 같은 경우에는 지리학과 해외전공연수를 통해 익혔다. 큰 도움이 된 교육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김여림 학생은 “경희대 지리학과에서는 인문지리학과 자연지리학을 모두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럽다. 전공뿐 아니라 후마니타스칼리지 수업을 통해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며 인성 교육을 받았다.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생각하며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이 독립연구를 수행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우성 학생의 목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지리학도로 성장하는 것이다. 최우성 학생은 “정보의 제약이 많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지도를 볼 수 있을까 계속 생각했다. 프로그래밍 필터를 사용해 색맹을 체험해보기도 했는데 정보 접근이 너무나 어렵더라. 앞으로 공간정보를 좀 더 용이하게 제공하는 동시에 차별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며 “교수님들께서 항상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강조하셨다. 지리정보학개론, 모빌리티스의 이해 같은 수업을 듣고, 코로나19라는 상황이 겹치며 목표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김여림 학생 또한 정보 접근성에 관심이 많다. 김여림 학생은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국가, 교육기관 등의 재정 상황에 따라 데이터 접근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데이터 개방에 힘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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