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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분노한 다음 날이 더 중요하다”
2016-07-15 교육
세계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교수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특강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글로벌 자본주의가 분노를 유발하고 있지만, 그 분노가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는 목적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분노만 남는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문해야 한다.”
세계적 철학가이자 경희대학교 에미넌트 스칼라인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교수가 지난 7월 5일(화)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What do we want for tomorrow?)’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에는 700여 명이 참석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위기에 처한 문명을 지속가능한 문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법 모색
이번 특강은 경희대와 플라톤아카데미가 공동 기획하는 “세계 지성에게 묻는다: 문명 전환과 아시아의 미래” 강좌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강좌시리즈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이 아시아의 미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문명을 건설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4월에는 <사피엔스(Sapiens)>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교수가 첫 번째 강연자로 초청됐다. 지젝 교수에 이어 7월 11일에는 메리 에블린 터커 예일대 교수가 청중들과 만났다. 9월 23일에는 의식혁명의 우주적 의미를 탐색하는 어빈 라즐로(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의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이후 12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강연이 이어진다.
“변화의 시작인 ‘분노’는 타협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젝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분노가 표출되면서 반란과 같은 저항이 일어나고, 새로운 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지만, 오늘날 대중들은 기존 질서와 타협했기 때문에 ‘분노’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이민자들이 벌인 대규모 폭력시위, 2014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관의 흑인 청소년 총격 사살. 지젝 교수는 이 두 사건을 예로 들면서 “이민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는 목적도 없었고, 이데올로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퍼거슨 사건 이후에는 시위가 일어났지만, 그 어떤 정치적 움직임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젝 교수는 “폭력시위와 조직되지 않는 분노는 아무런 저항을 만들어낼 수 없고, 기존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좌파는 허상 없애고 목적·비전 제시해야”
지젝 교수는 현실에서 좌파가 말하는 ‘급진적 변화’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좌파와 시민 정치를 꼽았다.
지젝 교수는 “이집트에서 100만 명, 그리스에서 50만 명이 광장에 모였듯이 좌파는 세력 조직에 능하지만, 중요한 순간은 군중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다음 날이다”라고 말했다. 군중들이 분노를 표출한 후,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전언이다.
지젝 교수는 “좌파의 반란이 분노에서 시작되지만, 분노로 끝나선 안 된다”며 “좌파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잘못된 허상을 없애고 분명한 목적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한 브렉시트를 언급하며 ‘시민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젝 교수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경제 양극화에 따른 혼란스러운 분노가 우파의 인기 영합주의를 만나 브렉시트가 성공했다”면서 “이것은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작동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이 원한 것은 정치적 입지 강화였고, 내부적으로 난민 거부와 인종차별적인 국수주의가 나타났다. 지젝 교수는 “인류는 지구를 떠나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지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연대하고, 허위 인도주의와 보편주의에서 벗어나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시민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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