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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비가

2022-05-20조회수 485
작성자
다르 자마일


지구를 위한 비가
전 세계 기후변화의 현장을 찾아가다

세상을 뒤덮은 기후변화의 참상
스러져 가는 지구의 곁을 지키며 흘리는 눈물
그리고 다시 한번 성찰하는 우리의 의무


152×225 | 264쪽 | 무선 | 20,000원
2022년 5월 20일 출간
ISBN 978-89-8222-709-7





산악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 해빙은 갈수록 줄어든다. 뜨거워진 바다에서는 산호가 죽어 가며 해안 도시로 바닷물이 밀려든다. 숲은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고 아마존의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는다.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있으며 인간의 삶과 문화는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베테랑 독립 언론인 다르 자마일이 전 세계 기후변화의 현장을 찾았다. 데날리 산에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까지, 베링 해의 섬에서 플로리다 해안까지, 북극권에서 미국 서부의 숲과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세계 곳곳을 뛰어다니며 지구온난화의 실상을 지켜보았다. 그가 목격한 기후변화의 최전선은 종말에 가까운 시나리오의 전조로 가득하다.

땅과 바다에서 사라지는 얼음
미국 알래스카 산맥의 데날리 산이 예전 같지 않다. 빙하가 갈라지거나 녹아내리고 있다. 눈 역시 줄어들었으며 젖은 눈이 몰아칠 때도 있다. 심지어 베이스캠프에서는 모기가 날아다닌다. 이들 현상의 원인은 물론 기온 상승이다. 알래스카가 따뜻해지면서 그곳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 강이 불어나 수해가 발생하고 산자락이 무너져 땅이 흔들리거나 쓰나미가 일어난다. 해마다 50여 개의 빙하가 알래스카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경이로운 얼음 강이 있던 곳에는 황량한 자갈땅만 남아 있다. 미국 몬태나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얼음과 눈은 야생동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생태계를 지탱한다. 이처럼 소중한 얼음과 눈도 사라지고 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빙하는 몇십 년 안에 소멸될 것으로 보이며 설원의 규모는 계속 작아지고 있다. 빙하는 인간에게도 중요하다. 전 세계 수억 명이 물과 농업을 얼음에 의존한다. 이들이 빙하를 잃으면 대부분 난민이 될 것이다.

미국의 최북단 지점으로 북극과 가까운 우트키아비크 역시 기온 상승 때문에 바다의 얼음이 줄어들고 있다. 얼음과 더불어 살아온 원주민 이누이트에게 해빙의 상실은 삶의 상실이나 다름없다. 또한 해빙이 사라져 개수면이 넓어진 상황에서 폭풍이 몰아치면 커다란 파도가 마을을 덮치기도 한다. 한편 육지의 영구동토가 기온보다 훨씬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 영구동토가 녹으면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뿜어져 나온다. 바다 밑의 영구동토도 마찬가지다. 바다 온도가 계속해서 올라가면 얼어붙은 다량의 메탄이 대기로 빠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로 인한 온난화의 악화는 재앙 수준이다. 북극에서 벌어지는 일은 북극에 머무르지 않는다. 북극의 온난화로 기류와 해류가 변하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기상이변을 피할 수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
온실가스가 가둬 놓은 열의 90%를 바다가 흡수한다. 알래스카 바다 역시 수온이 날로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닷새와 물개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알렉산드리움이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수온이 상승하면 독성 물질을 지닌 알렉산드리움이 번성한다. 그런 알렉산드리움을 까나리가 먹고 까나리를 바다오리가 먹는다. 결국 독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 바다오리를 죽인 것이다. 물고기가 먹이인 물개도 중독되기는 마찬가지다. 물개가 급감하면서 알류트족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알래스카 서쪽 세인트폴 섬의 알류트족은 물개잡이를 토대로 문화를 형성했다. 한편 바다 온난화로 알류트족 어부의 삶이 각박해졌다. 대게와 물고기도 예전처럼 잘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수온 상승은 산호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산호는 조직 내에 사는 조류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조류가 독성 물질을 생산하고 이런 조류를 내뱉은 산호는 하얀 골격만 남는다. 수온이 내려가지 않을 경우 산호는 몇 주 만에 죽는다. 이 같은 백화현상으로 전 세계 산호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산호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 서태평양의 외딴 섬나라 팔라우는 수온 상승과 그에 따른 백화가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산호의 4분의 1이 피해를 입었다. 2013년 괌에서는 80%의 산호가 백화를 겪었고 그중 4분의 1이 죽었다. 그리고 대규모 백화현상이 연이어 두 차례 일어났다. 세계 최대의 산호 생태계인 오스트레일리아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2016년 90%가 백화를 경험해 산호의 22%가 죽었다. 현재 이곳의 산호는 예전의 절반 수준이다. 백화현상의 영향은 산호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에 살고 있다. 산호가 사라지면 물고기 역시 사라진다. 산호초에 의존하는 원주민의 삶과 문화도 위기에 처한다. 산호초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산호초가 먹여 살리는 물고기는 세계에서 소비 중인 동물단백질의 17%를 차지한다.

내려앉는 땅, 대양의 열팽창, 대륙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담수, 담수 유입에 따른 해류의 약화. 이 네 가지 이유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는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경우 문화 유적지가 잠식되고 야생 서식지가 바뀌고 공원 하구의 염도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애미는 가장 높은 밀물인 거대 조수가 건물 아래까지 이른다. 범람원에 있는 집은 거의 팔리지 않아 부동산 시장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애미비치 역시 만조 때는 거리에 물이 차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땅속의 염도가 높아짐에 따라 본토에서 물을 들여오는 형편이다. 사우스마이애미에서는 지하수면이 상승할 때면 하수가 싱크대와 욕조를 가득 채운다.

불타오르는 메마른 숲
이는 양을 넘어섰는데 원인은 산불이었다. 기후변화로 더욱 기승을 부리는 질병 역시 큰 문제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스트로브잣나무가 물집 녹병에 시달리고 있다. 소나무좀이 파괴한 구역은 한 해 산불피해 면적의 열 배에 이른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나무로 벌레에 잘 견디는 세쿼이아도 소나무좀으로 인해 죽음을 맞고 있다. 산불과 가뭄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소나무좀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또한 강풍이 늘어 크고 건강한 나무가 쓰러지고 비가 적게 오고 설원이 녹으면서 필요한 물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인 아마존은 생물 다양성으로 유명하다. 수천 종의 나무와 250만 종의 곤충, 수천 종의 새가 살고 있으며 네그루 강에는 3,000종의 물고기가 있다. 이러한 생물 다양성이 지구 생물권의 전체 기초를 형성하고 유지함에 따라 인간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약 중 많은 것이 아마존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런 아마존이 위기에 처해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강이 범람하면서 농장을 쓸어버리고 있다. 홍수가 끝나면 어마어마한 가뭄과 산불이 이어진다. 가뭄은 나무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아마존 탄소 흡수원의 가동을 중단시킨다. 2016년 전반기에는 아마존 전역에서 2만 7,000건이 넘는 화재가 확인되었다. 이제 아마존은 많이 훼손되어 미국의 모든 차량에서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매년 내뿜고 있다. 아마존의 생물 다양성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후 덕분이다. 생물 종은 그런 기후 안에서 매우 정교한 상호작용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상호작용이 무너지고 시스템 전체가 약해진다. 결국 남은 건 멸종밖에 없다.

지구를 위한 비가
전례 없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빙하와 강, 호수, 숲, 생물 종. 그리고 가뭄과 산불, 홍수, 폭풍우, 기상이변이 뉴 노멀이 되고 있는 세계.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십억 명의 죽음. 이처럼 죽어 가는 지구를 목도한 다르 자마일은 죽음을 앞둔 이를 대하듯 지구와 마주한다. 그 죽음을 받아들이며 애도를 표한다. 지구를 예우하기 위해 산을 오르며 지구와 함께한다. 그리고 산에서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의무로 여기며 지구의 곁을 지킨다. 가장 소중한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맞서며 의무를 다하는 다른 모든 이들과 함께.

『지구를 위한 비가』는 기후변화의 재앙적 결과를 다룬 르포다. 지구와 생태 붕괴의 최전선을 찾아다니며 그 참사를 낱낱이 기록한다. 다르 자마일의 르포에는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예전과 다른 상황을 몸소 체험하는 현지인들, 기후변화의 실제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는 전문가들, 위기에 맞서 지구를 지키려는 활동가들. 다르 자마일은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을 가감 없이 전한다. 예년과 다른 폭염에만 관심을 둘 뿐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안일함을 일깨울 자극제가 『지구를 위한 비가』다.


본문 중에서

바다는 전례 없는 비율로 더워지고 있고,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며 빈도도 높아지는 가뭄과 산불이 지구 전역의 숲을 바꾸어 놓고 있으며, 빙설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북극 바닷속 영구동토가 녹고 있어서 우리는 얼음에 갇혀 있던 메탄의 ‘트림’을 언제라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이 배출한 CO2의 몇 배에 해당하는 양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올 것이다. 그 결과는 재앙 수준이다. 기후 붕괴는 또한 허리케인과 홍수 같은 기상이변을 수반한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애도하다 보면 아주 작고 아주 평범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다. 애도는 또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예우하는 방식이다. …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관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찢어진다. 지구에 대한 애도는 수월하지 않다. 애도를 되풀이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봉사다. 나는 지구와 함께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서구 식민주의 문화는 ‘권리’를 믿는 반면 원주민 문화에서는 ‘의무’를 가르친다. 우리보다 앞서 온 사람에 대한, 우리 뒤에 올 사람에 대한, 그리고 지구에 대한 의무 말이다. “나의 의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니 더 깊은 물음이 즉각 떠오른다.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지금 ‘내 삶을 무엇에 바칠 것인가?’”


차례

머리말
1. 데날리
2. 시간이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다
3. 탄광 속의 카나리아
4. 안녕, 산호
5. 도래하는 아틀란티스
6. 숲의 운명
7. 불꽃이 댕겨졌다
8. 세상 꼭대기에서의 종언
맺음말: 존재
옮긴이의 말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다르 자마일
미국의 프리랜서 언론인인 다르 자마일은 1년 남짓 이라크 전쟁을 취재했으며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터키에서 15년 동안 보도 활동을 펼쳤다. 수준급의 산악인으로 데날리 산 구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마사겔혼 언론상을 받았고 빼어난 독립 언론에 주는 이지 상의 2018년 수상자다. 또한 제임스애런슨 사회정의 언론상과 조캘러웨이 용감한 시민상의 수상자이며 프로젝트 센서드 상을 다섯 차례 받았다. 지은 책으로 『안전지대 너머: 독립 언론인이 들여다본 점령지 이라크』, 『저항 의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병사들』, 『무너진 이라크: 한 국가의 와해』(윌리엄 리버스 피트와 공저)가 있다.


옮긴이

최재봉
경희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2년부터 한겨레신문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한국문학의 공간 탐사』, 『거울나라의 작가들』, 『언젠가 그대가 머물 시간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제목은 뭐로 하지?』, 『악평: 퇴짜 맞은 명저들』, 『클레피, 희망의 기록』,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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