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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016-12-30조회수 2284
작성자
고인환 외 지음

‘구미중심주의’ 담론을 넘어 주변에서 중심을 심문하다
온전한 ‘지구 문학’을 위한 아프리카 문학 깊이 읽기



고인환 외 지음  | 2016년 12월 30일 출간
신국판(152mm*224mm) | 324쪽 | 값 16,000원 
| ISBN 978-89-8222-559-8  






이미 세계문학 고전의 반열에 오른 아프리카 작품이 많지만, 아프리카 문학은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하고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에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 재난이 끊이지 않는 빈곤의 땅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그려질 뿐이다. 자본과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시대에 아프리카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이러한 구미중심주의 담론이 주도면밀하게 은폐해온 비서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온전한 ‘지구 문학’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기치 아래 한국문학 전공자들이 주축이 되어 비서구 문학(아프리카 문학), 나아가 세계 문학의 논의의 장을 연 경희대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에서 펴낸 첫 연구 결실이다.

아프리카 작가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본 아프리카의 현실
서구제국주의 통치를 경험한 후 나라별 · 종교별 · 부족별로 분열된 아프리카는 지금 대륙을 중심으로 ‘범아프리카주의’라는 상상을 통해 화합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아프리카 작가들이 아프리카의 상황에서 분투하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뒤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경험하고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의 경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아프리카 작품들을 엄선하여 전통, 근대, 인종, 여성, 분쟁 등 5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분석한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아프리카 작가들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는 서구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아프리카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아프리카의 현실이 들어 있다. 또한 리얼리즘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민지 현실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그린 치누아 아체베, 월레 소잉카 등 아프리카 문학 1세대 작가들과 리얼리즘보다 신화와 환상을 통해 독립 이후 벌어진 아프리카의 현실을 담은 벤 오크리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전통, 근대, 인종, 여성, 분쟁 등 5가지 키워드로 보는 아프리카 소설 21편
‘제1장 전통’에는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 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작품, ‘제2장 근대’에는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적 근대성에 맞서는 아프리카 작가들의 고투를 담은 작품, ‘제3장 인종’에는 아파르트헤이트를 경험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들의 개성적인 작품을 탐색한 글들이 모여 있다. ‘제4장 여성’은 아프리카 특유의 페미니즘을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 마지막으로 ‘제5장 분쟁’은 극심한 내전 상황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다. 키워드로 다시 묶은 아프리카 문학에는 처절한 조국의 현실을 온몸으로 껴안고 소설을 통해 희망의 빛을 밝히는 아프리카 작가들의 목소리가 오롯이 녹아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서구와 비서구 사이에 낀 우리의 초상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모스 투투올라의《야자열매술꾼》(제1장 전통)은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속담과 민담이 그대로 녹아 있는 구어체 소설로,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시공간의 확장을 보여준다.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제1장 전통)는 아프리카 문학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으로 전통을 계승하되 어떤 전통을 계승할 것인가 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같은 작가의《더 이상 평안은 없다》(제2장 근대)는 영국 식민지하에서 독립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젊은 지식인의 몰락을 통해 서구와 아프리카의 문화가 혼재된 상태에서 아프리카인들이 느끼는 혼란과 소외를 그려낸다. 존 쿳시, 안드레 브링크, 브히텐 브레히튼바흐 등과 더불어 인종차별에 맞선 백인 작가 나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제3장 인종)에는 잘못된 역사를 뒤집어 또 다른 억압 사회를 만들지 않고 모든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무지개 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마리아바 바의《이토록 긴 편지》(제4장 여성)는 세네갈이 독립한 지 20년도 안 된 시기에 쓰인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작품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딸이라는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이 이중의 굴레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의 사회 구조를 잘 보여준다. 누르딘 파라의 《지도》(제5장 분쟁)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벌어진 영토 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소설 속 화자 ‘아스카르’를 통해 서구적 의미의 ‘근대성’에 끊임없이 회의의 시선을 보내며 ‘소말리아(아프리카)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희대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Pan-African Cultural Studies Center)
2015년 2월 26일 ‘구미중심주의 담론을 넘어서’라는 화두로 창립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출범했다. 구미 중심주의 담론이 주도면밀하게 은폐해온 비서구적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온전한 지구 문학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작품 독해, 문학이론 번역 세미나, 아프리카 관련 자료 읽기 등 여러 연구 팀을 가동하여 연구의 성과를 축적해왔다. 2016년에는 한·중·일의 아프리카 문학 연구자를 초청하여 국제학술대회(‘범아프리카니즘과 동아시아’)를 주최했고, 가나의 저명한 시인이자 문학 연구자인 코피 아니도호를 초청하여 강연회(‘로컬과 글로벌 사이의 아프리카 문학’)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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